[명시 산책] 파블로 네루다 <거의 하늘을 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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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명시 산책] 파블로 네루다 <거의 하늘을 떠나 >

by 브린니 2021. 5. 23.

거의 하늘을 떠나

 

 

거의 하늘을 떠나, 달의 반이

두 산 사이에 정박해 있다.

회전하는, 유랑하는 밤, 두 눈을 파내는 것.

얼마나 많은 별들이 웅덩이에서 박살났는지 보자.

 

 

그건 내 두 눈 사이로 애도의 횡단을 하고는, 도망친다.

푸른 금속의 용철로鎔鐵爐, 잠잠해진 결투의 밤들,

내 심장은 미친 바퀴처럼 회전한다.

멀리서 온, 멀리서 데려온 아가씨,

때때로 너의 눈짓은 하늘 아래서 번뜩인다.

우르릉거리며 내 가슴 위를 가로지른다.

무덤에서 부는 바람이 네 졸린 뿌리를 앗아가고, 파괴하고, 흩뜨린다.

 

그녀 저쪽 편에 있는 큰 나무들, 뿌리가 뽑혔다.

그러나, 너, 밝은 아가씨, 연기의 질문, 옥수수수염.

너는 바람이 반짝이는 나뭇잎들로 만들고 있었던 것,

밤의 산 뒤로 큰불 난 백합,

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너는 모든 것으로 만들어졌다.

 

내 가슴을 베어 조각내는 갈망,

다른 길을 가야 할 시간이다, 그녀가 웃지 않는 길.

종들과 고통의 흙탕 소용돌이를 묻어버리는 폭풍아,

왜 지금 그녀를 건드리니, 왜 그녀를 슬프게 하니,

오,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지는 길을 가는 것,

고통도 죽음도 없이, 겨울이 이슬을 통해

그 눈을 뜨고 기다리고 있는 거기로.

 

―파블로 네루다

 

 

【산책】

 

사랑에 빠져 있을 때

 

태양은 불타고

달은 휘영청

별은 반짝거리며 쏟아진다.

 

사랑에 빠지면 지구 밖으로 날아오른다.

온 우주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향하고

넋이 나간 영혼은 희희낙락!

 

세상이 아름답고, 풍요롭고,

인생이 즐겁고, 행복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삶의 전부이다.

그 사람이 없으면 내 인생도 없고, 세상도 없다.

 

우주에 오직 당신과 나만 존재한다.

둘의 사랑의 오두막에서는 불이 난다.

 

두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스스로 소외되고

오직 사랑만으로 밥 먹고 산다.

 

인생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시간들이 빠르게 흘러간다.

사랑이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시간의 화살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시간이 멈추길 바란다.

깊은 사랑의 밤이 영원히 반복되기를……!

 

달의 반이

두 산 사이에 정박해 있다.

 

 

내 심장은 미친 바퀴처럼 회전한다.

멀리서 온, 멀리서 데려온 아가씨,

때때로 너의 눈짓은 하늘 아래서 번뜩인다.

우르릉거리며 내 가슴 위를 가로지른다.

 

 

그러나, 너, 밝은 아가씨, 연기의 질문, 옥수수수염.

너는 바람이 반짝이는 나뭇잎들로 만들고 있었던 것,

밤의 산 뒤로 큰불 난 백합,

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너는 모든 것으로 만들어졌다.

 

 

내 가슴을 베어 조각내는 갈망,

 

 

사랑은 그런 것이다.

잡을 수도 소유할 수도 만끽할 수도 없다.

 

불타오르고 갈망해도 사랑은 당신과 나 사이에 있다.

사랑은 당신의 것도 나의 것도 아니다.

 

그 사랑이 떠나가면 당신은 그저 당신으로

나는 예전의 나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이에 사랑이 정박해 있다면

우리의 사랑은 계속 될 것이다.

 

 

아마도 사람이 사랑에 목말라하고, 사랑은 온전히 소유하지 못해 애타는 것은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당신과 내가 ‘서로’ 사랑하는 것이므로.

‘함께’ 사랑하는 것이므로.

 

그러나 사랑에 빠진 사람은 미친 사랑의 노래를 부르며

사랑의 대상을 온전히 소유하려고 미친 듯 날뛴다.

 

어쩔 것인가.

사랑이 그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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