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이영주 <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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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명시 산책] 이영주 <십대>

by 브린니 2021. 4. 10.

십대

 

불과 물. 우리는 서로를 불태우며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 우리는 망해가는 나라니까. 악천후의 지표니까. 우리는 나뭇가지를 쌓아놓고 불을 붙였고, 오줌을 쌌고, 자주 웃었고, 나무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이영주

 

 

【산책】

 

일곱 살은 이성을 갖고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자신이 누군지 서서히 알아가는 시기이다.

 

그리고 십대는 나무처럼 쑥쑥 자라나는 시기이다.

몸이 커지고 머리가 자란다.

 

2차 성징이 나타나고 목소리가 갈라진다.

사내아이는 남자로, 계집아이는 여성으로.

 

가장 생명력이 큰 시기지만 죽음에 대한 기울기도 크다.

물과 불이 엉겨 붙고, 엇갈리는 시간이다.

 

스스로를 망해가는 나라로 여길 만큼 인생의 시작점에서 오히려 끝장으로 보려한다.

질풍노도의 시기, 악천후의 지표가 된다.

 

불장난을 수시로 하고, 불을 끄기 위해 오줌을 눈다.

떠들고 웃는 것이 십대들의 특권이다.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삼삼오오로 모여 앉아 자기들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미래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든, 갑자기 닥치든

그들은 곧 적나라한 자기 인생을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스무 살 혹은 서른 살

이미 과거가 된 십대 시절에 대해 옛날이라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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