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내 마음의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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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내 마음의 종교

by 브린니 2021. 1. 24.

내 마음의 종교


종교가 죄를 건드리면
어두컴컴해진다

종교가 죄를 말하지 않는다면
그건 종교가 아니다

마음의 평화를 찾아 온 교회 앞마당
맑고 청아한 성당의 종소리
어느 절의 물빛 풍경

초록의 뒤편은 항상 검었다

죄는 피를 원하고
수없이 드리는 희생 제사 뒤에도
씻기지 않는 악의 행위들

마음은 불안 근처를 헤매이고
발길은 죄의 장소를 서성이는데
혹은
삶이 멈칫하는 이곳의 경계는
치욕과 모욕

종교는 아무것도 보상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면책하지 않는다

그저 돌아보게 한다
산다는 것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들
인생의 언저리
보이지 않는 주변을

그래서 종교는 다 아는 것이다

내가 숨을 데가 없다는 것을

훤한 대낮 시커먼 
어둠 속에 방치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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