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에서
도서관 앞 삼거리
카페 문화동
양지 바른 곳
고양이 세 마리
소나무 다섯 그루
입춘 지난 어느 토요일
옛 벽돌집 커피숍
레트로 감성이라 부르는
사라지는 옛것들 그대로
구식 전화기
크로바, 마라톤 타자기 두 대
앉은뱅이 미싱
병풍엔 꽃 그림
백년 묵은 흰 도자기
등이 딱딱할 것 같은 철제의자
난방이 들지 않는 실내
인생의 손때가 묻은
약간 질척거리는
고급지고 우아한 생과는 조금 먼
너무 대중적인 것도 아닌
발라드와 트롯 중간 어디쯤
빗나간 다트판
물이 흐르지 않는 커피 머신
짚신 한 짝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한통속
그러나 정원의 햇살을 받은 졸음에 겨운
고양이들은 우아하게 걷고
새로 흰 페인트를 칠한 벽의 미술관 조명은
밤을 기다리고 있다
카페 문화동 96
1990년대엔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가장 아무것도 없었던 세기말
다가오는 미래가 원한 것은
바이러스 팬데믹?
생존보다 안전을 걱정하면서
진하고 쓴 커피가
불안을 진정시킨다
생각보다 그 생각을 지켜보는 두개골이 더 위태로운 오후 두 시
퍼머를 하러 미용실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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