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문화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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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문화동에서

by 브린니 2021. 2. 12.

문화동에서

 

 

도서관 앞 삼거리

카페 문화동

양지 바른 곳

고양이 세 마리

소나무 다섯 그루

 

입춘 지난 어느 토요일

 

옛 벽돌집 커피숍

레트로 감성이라 부르는

사라지는 옛것들 그대로

구식 전화기

크로바, 마라톤 타자기 두 대

앉은뱅이 미싱

병풍엔 꽃 그림

백년 묵은 흰 도자기

등이 딱딱할 것 같은 철제의자

난방이 들지 않는 실내

 

인생의 손때가 묻은

약간 질척거리는

고급지고 우아한 생과는 조금 먼

너무 대중적인 것도 아닌

발라드와 트롯 중간 어디쯤

 

 

빗나간 다트판

물이 흐르지 않는 커피 머신

짚신 한 짝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한통속

 

그러나 정원의 햇살을 받은 졸음에 겨운

고양이들은 우아하게 걷고

새로 흰 페인트를 칠한 벽의 미술관 조명은

밤을 기다리고 있다

 

카페 문화동 96

1990년대엔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가장 아무것도 없었던 세기말

다가오는 미래가 원한 것은

 

바이러스 팬데믹?

 

생존보다 안전을 걱정하면서

진하고 쓴 커피가

불안을 진정시킨다

 

 

생각보다 그 생각을 지켜보는 두개골이 더 위태로운 오후 두 시

퍼머를 하러 미용실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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