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빈 오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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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빈 오두막

by 브린니 2021. 3. 8.

빈 오두막

 

 

절벽 끄트머리

파란 지붕을 덮어쓴

흰 집

빌라 아말리아에는

지중해의 창백한 물빛이 어른거린다

 

거기 모든 사랑을 거절하고

악보에 기억을 새기는

젊지도 늙지도 않은

인생을 통틀어 달아나기만 했던

천재 음악가 혼자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음악은 언제나 죽은 자들을 소환했다

그 여자는 가끔 바다 밑에 가라앉은 음들을 꺼내 연주하곤 했다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애도

 

그렇다 모든 아름다움에는 게으르고 나른한 슬픔이 어려 있다

혹은 야위고 메마른 공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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