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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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숲

by 브린니 2021. 5. 11.

 

 

어디 다른 곳에 를 두고 온 듯한

느낌

불안에 휩싸여 떤다

 

거기서 는 홀로 헤매인다

 

나는 존재 없이도 이곳에 존재한다

숲에 온 뒤로 나는 행복하고 노래하면서

나무 냄새에 취한다

를 못 잊어 불안에 떨면서도

모든 것을 누리며 활기차다

 

언젠가 란 존재가 나를 찾아서 여기까지 올지 모르지만

내가 그곳으로 돌아가 를 찾아 꿰맞출지도 모르지만

당분간 내 몸은 과거와 이별한 채

숲을 누릴 수 있으리라

 

나는 두 번 존재한다

 

의 나로서

혹은 없는 나로서

 

둘 중 하나이기를 고집해서도 안 되고

둘이 하나라고 믿어서도 안 된다

둘이 여전히 둘인데 모든 둘은 나다

 

'나나'이며 나는 둘이 아니다

 

숲은 나를 로부터 떨어져 쉬게 한다

잠시 나는 아닌 사물처럼 존재한다

 

 도려내고 텅 빈 나다

 

숲에서만 신비한 사건이 일어난다

나는 에게 돌아갈 길을 일부러 지우면서 울고 있다

내가 뿌린 빵조각들은 새들이 집어먹고

내가 달아놓은 붉은 리본은 벌레 먹었다

 

숲은 이물질 없는 투명한 속을 열고 나를 깊이 숨긴다

 

나를 품은 숲의 집

브람스와 슈만과 클라라의 집

어그러진 사랑의 삼각형의 집

 

내가 보고 있는 것은 거울이 아니다

물의 물, 깊은 물 아래

물의 흔적

거기

오래전부터 미리 와서 나를 기다려온

있다

 

존재가 사건인 숲

나는 와 결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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