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풍경
1
공원에 열두 개의
의자는 눈솜 이불을 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넉넉한 엉덩이로
죽은 나무를 불태워줄
눈의 사람을
2
눈을 덮은 시내 아래로 물소리가 나고
바위와 같은 색으로 몸을 가린
철지난 오리들이 헤엄치고 있다
강물보다 빠르게 철이른 오리들이
유물보다 더 녹슬은 청동오리들이
3
검은 새는 눈맞은 가지 사이로 노닐며
붉은 열매를 먹고 있다
살아 있는 생물들 위로 축복처럼 눈이 내린다
새해 첫날이다
무슨 꿈을 꾸었든 모두 삶이 될 것이다
알 수 없는 미래와 불안과 고통이 전부
꿈처럼 흘러가리라
4
눈 깊이 숨은 사람은
차마 인생을 다 알고 있다고
지천명을 노래 부르리
다만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몸으로 겪어내면서
앎이 더 깊어지고 많이 늙겠지
수십 년 뒤 천년의 지혜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전해지리라
'창작글(시, 짧은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작 시] 내 마음의 종교 (0) | 2021.01.24 |
---|---|
[창작 시] 빙하가 없다 (0) | 2021.01.03 |
[장편소설 연재] 진짜 교회 (36) (3) | 2020.11.29 |
[장편소설 연재] 진짜 교회 (35) (0) | 2020.11.28 |
[창작 시] 새, 집, 나무, 바람 (0) | 2020.11.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