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눈 내리는 풍경
본문 바로가기
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눈 내리는 풍경

by 브린니 2021. 1. 1.

눈 내리는 풍경

 

 

1

 

공원에 열두 개의

의자는 눈솜 이불을 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넉넉한 엉덩이로

죽은 나무를 불태워줄

눈의 사람을

 

 

 

2

 

눈을 덮은 시내 아래로 물소리가 나고

바위와 같은 색으로 몸을 가린

철지난 오리들이 헤엄치고 있다

 

강물보다 빠르게 철이른 오리들이

유물보다 더 녹슬은 청동오리들이

 

 

3

 

검은 새는 눈맞은 가지 사이로 노닐며

붉은 열매를 먹고 있다

 

 

살아 있는 생물들 위로 축복처럼 눈이 내린다

새해 첫날이다

무슨 꿈을 꾸었든 모두 삶이 될 것이다

 

알 수 없는 미래와 불안과 고통이 전부

꿈처럼 흘러가리라

 

 

4

 

눈 깊이 숨은 사람은

차마 인생을 다 알고 있다고 

지천명을 노래 부르리  

 

다만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몸으로 겪어내면서

앎이 더 깊어지고 많이 늙겠지

 

 

수십 년 뒤 천년의 지혜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전해지리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