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김소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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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명시 산책] 김소월 <부모>

by 브린니 2020. 12. 23.

부모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 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김소월

 

 

【산책】

 

어린시절 혹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는

“왜 나는 나인가?”이다.

 

왜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인가?

이것은 정말 인생 전체를 두고 화두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런 생각은 점차 희미해진다.

이미 내가 ‘나’로 산 인생이 너무 오래 되었다.

 

나는 나에게서 떼래야 뗄 수가 없는 존재가 되고 만 것이다.

내가 진짜 나일 때 나는 ‘나’로 존재할 수 있다.

 

 

내가 누구인지, 묻고 싶고, 나를 알고 싶고, 진짜 내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질 때

나에 대해 잘 알고 이에게 묻는다.

 

한 분은 神이고, 다른 분은 부모이다.

나에 관해 말해줄 수 있는 이는 그분들뿐이다.

 

그런데 신에게서는 아무런 응답도 없고,

그래서 부모에게 물어본다.

 

“엄마, 나는 누구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에 가장 많은 질문과 고민은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나는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

 

생물학적인 요인 말고, 과학적 증거 말고,

내가 나로 태어난, 존재 이유와 근거.

 

부모에게 불만이나 화가 날 때면

“왜 날 낳았어요?”

소리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많이 흘러 내가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어서도 이 물음에 답을 찾았을까.

 

나의 아들이 내게 또 다시

“나는 어떻게 생겨났어요?”

“나는 누구예요?”

“왜 날 낳았어요?”

이렇게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부모가 되어 아이를 낳게 되면 이런 생각에 잠시 두려워진다.

내가 아이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한 생명을 태어나게 한 것이 과연 잘한 일일까.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나로 비롯된 한 생명에 대한 무한한 경외 때문에.

 

 

나의 존재에 대한 물음은 이렇게 이어진다.

신께서는 왜 인간을 만드셨을까?

 

답을 알 수 없지만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뻐했는가, 기억하면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간 존재의 탄생을 보면서 신께서 느꼈을 감격과 기쁨을!

 

 

어머니는 나를 낳고 뜨거운 미역국을 드셨을까.

 

겨울이다. 춥고, 쓸쓸하다.

더욱이 코로나가 온 세상을 집어 삼키고 있다.

 

부모님은 정말 안녕하신가.

다만 안녕하시다는 사실이 심오하고, 경건하게 감사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oa4jqGepTxI  

 

https://www.youtube.com/watch?v=jvQgm75NdBc&list=RDjvQgm75NdBc&start_radio=1&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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