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우리들의 사랑은> : 아름다운 노랫말 1
그런 노래가 있다.
좋은데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유명한 가수의 유명한 앨범에 수록되어 있지만
사람들 기억에 잘 남지 않는.
그냥 듣고 지나가는 작은 소품.
아름답지만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아서 아름다운 노래.
그런 노래들의 특징이 있다.
노랫말이 너무나 아름답다!
어쩌면 그래서 더 강렬하게 귀에 꽂히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그저 흘러가듯, 아름다움이 지천에 있어도 그냥 지나치듯.
전인권의 『언제나 영화처럼』에 실린 아름다운 소품
<우리들의 사랑은>이 그런 노래의 대표라고 해도 모자랄 것이 없다.
우리들의 사랑은
버스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우리들의 사랑은
어두운 공원길에도 보이고
우리들의 사랑은
가까이 잡힐 것처럼 보이다가도
우리들의 사랑은
신기루처럼
사랑이 아니라고 사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쉬운 얘기겠지만
설레이고 어지럽고 후회하고 미안해지고
잊혀질거야 말했다가도 사랑이란 건 왜 이렇게
사랑이 아니라고 사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쉬운 얘기겠지만
아름다운 것이 보이질 않고
보이질 않아서 아름다울까
우리들의 사랑은 음∼
★
우리들의 사랑은
버스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어두운 공원길에도 보인다.
우리들의 사랑은 가까이 잡힐 것처럼 보이다가도
신기루처럼 잡히지 않는다.
이건 사랑이 아니야, 이게 사랑이야,
이런 식으로 쉽게 말하기도 하지만
설레이고 어지럽고 후회하고 미안해지는 것이 사랑이다.
실연을 당해서는 곧 잊혀질 거야 하고,
말해보지만 사랑이란 건 그렇게 쉬이 잊혀지는 것이 아니다.
문득 자다가 벌떡 깨는 것이 사랑이며,
사랑의 아픔이며, 슬픔이며, 그리움이다.
아름다운 것이 보이질 않고 보이질 않아서 아름다울까
우리들의 사랑은 보이지 않지만 지천으로 널려 있고,
너무나 흔해 빠져서 소중한 줄도 모르고 발로 걷어찬다.
그러다가 눈을 떠 보면 온통 세상이 비가 온다.
새하얗게 눈이 덮힌다.
세상은 달라져 있다.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낯선 사람, 낯선 사랑.
우리들의 사랑은 매우 익숙하지만 그러나 너무나 낯선,
언제나 만날 때마다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첫사랑 같은 사랑!
어디선가 들은 듯 하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는 노래.
그러나 입술에서 떠도는 노랫말, 가락……
아스라이……
https://www.youtube.com/watch?v=GH2jCBos8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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