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추천] 존 레이놀즈 가디너 <조금만,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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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자녀교육

[동화책 추천] 존 레이놀즈 가디너 <조금만, 조금만 더>

by 브린니 2020. 6. 5.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된 뒤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출간되었습니다. 어른이 읽어도 감동적인 내용을 담은 이 책은 초등 4,5학년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본다면 좋은 독서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 책을 어른과 함께 읽어야 할 이유는, 이 이야기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미국의 역사를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은 원래 인디언들이 사는 땅이었으며, 백인들이 들어가 인디언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 농사를 짓고 건물을 지어 정착하게 되었다는 것을 모른다면 이 이야기를 읽고도 그 감동을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주인공 윌리는 와이오밍 주의 작은 마을에서 감자를 키우는 할아버지와 개 번개와 함께 살아갑니다. 가난한 생활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세금이 많아서 할아버지는 고민 끝에 몸져눕게 됩니다.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할아버지를 진찰한 의사는 할아버지가 더 이상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윌리에게는 끔찍하고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린 윌리는 어떻게 하라고 할아버지는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것일까요?

 

윌리는 어떻게든 세금을 내서 다시 할아버지를 일으키고 농장을 지키고 싶어합니다. 어린 윌리는 제일 좋은 옷을 입고 은행장을 찾아가 돈을 빌려달라고 합니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몸져눕고 만 할아버지와 달리 어린 윌리는 매우 용감하고 당돌합니다.

 

물론 은행장이 돈을 빌려줄 리가 없습니다. 은행장과 마을 어른들은 농장을 팔아 세금을 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때 윌리는 개 썰매 경주 대회가 열리며 우승하면 상금이 오백 달러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오백 달러면 밀린 세금을 다 낼 수 있기에 윌리는 친구이자 형제와도 같은 개 번개 한 마리로 경주에 나갈 결심을 합니다. 그런데 참가비가 오십 달러나 됩니다.

 

참가비를 내지 않으면 경주에 나갈 수 없기에 윌리는, 할아버지가 윌리를 위해 비밀장소에 모아둔 돈 오십 달러를 참가비로 냅니다. 할아버지는 윌리가 자라서 대학에 들어갈 때를 대비하여 입학금을 모으고 있었는데, 윌리는 과감히 그 돈을 참가비로 냅니다.

 

참가비를 내고 돌아온 윌리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얼음거인을 만납니다. 인디언인 그는 너무나 몸집이 크고 표정도 무시무시합니다. 얼음거인은 멋진 사모예드 썰매 개 여섯 마리로 썰매를 끕니다.

 

감히 이 엄청난 얼음거인을 상대로 윌리가 우승을 하겠다고 집에 마지막 남은 오십 달러까지 내고 말았으니 한편으로는 철없고 무모한 행동일지 모릅니다.

 

시합 전날, 윌리는 얼음거인이 지내는 창고에 가까이 갔다가 살찌고 튼튼한 썰매 개 사모예드를 한번 만져보고 싶어서 손을 뻗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귀가 밝은 얼음거인은 그 무지막지하게 큰 손으로 윌리의 뺨을 때립니다.

 

윌리는 눈에 불이 번쩍 일 정도로 아프지만, 꾹 참고 눈물도 흘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외칩니다. “저는 반드시 우승할 거예요. 우승 상금을 꼭 받아서 세금을 내고 아픈 할아버지가 일어나실 수 있게 할 거예요. 우리 농장도 꼭 지킬 거예요.”

 


그날 밤, 얼굴이 아파 잠을 못 이루는 윌리를 보며 개 번개는 걱정스러운 듯 쳐다봅니다. 누워있던 번개는 몸을 일으켜 끙끙 앓는 윌리를 핥으며 위로해 줍니다.

 

다음날, 윌리는 뺨이 퉁퉁 붓고 눈까지 부은 채 시합에 나갑니다. 초라한 썰매에는 번개 한 마리만 매여 있습니다. 곧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들리고 번개는 세차게 앞으로 뛰어나갑니다.

 

경주로는 매일 윌리와 번개가 뛰어다니던 곳입니다. 나이도 많아 사람으로 치면 이미 할머니와 같은 번개이지만, 윌리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꼭 일등으로 달려야 한다는 듯 달리고 또 달립니다.

 

늙은 번개는 힘세고 젊은 사모예드 썰매 개들보다 이곳 지리와 지형을 잘 알기에 어디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지, 어디에서 마음놓고 속도를 내도 되는지 잘 압니다.

 

최선을 다해 달리는 번개의 썰매를 타고 윌리는 자기 농장 근처를 지날 때, 창문 앞에 서 있는 할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하던 할아버지가 세상에, 거기 창문 앞에 서서 보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윌리의 눈에 눈물이 맺힌 것을 아는지 번개는 더욱 미친 듯이 달립니다. 저기 결승점이 보입니다. 결승점을 몇 미터 앞에 두고 갑자기 번개가 높이 튀어오르더니 그대로 고꾸라집니다.

 

마지막 남은 힘을 다 쏟아 심장이 터져 죽을 만큼 달린 늙은 번개의 심장이 그만 터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썰매에서 뛰어내려 번개를 껴안은 윌리는 어쩔 줄 모릅니다.

 

뒤에서 무섭게 따라오는 다른 썰매들은 기회는 이때다 싶은지 더욱 속도를 내어 결승점을 향합니다. 우승을 앞두고 죽어버린 번개를 껴안고 윌리는 눈물을 흘립니다.

 

그때, 타앙! 총소리가 울렸습니다. 윌리의 옆에 얼음거인이 서서 달려오는 썰매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한 발 쏜 것입니다.

 

썰매들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추었습니다. 얼음거인은 윌리에게 번개를 끌고 결승점을 통과하라고 손짓합니다. 윌리는 눈물을 흘리며 남은 힘을 다해 번개를 끌고 결승선을 지납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고요만이 가득했습니다.

 

그 마을 사람들보다 얼음거인이 더 윌리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였던 것입니다. 윌리처럼 얼음거인도 집과 땅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사실 얼음거인은 인디언 부족의 추장이었고, 백인들에게 땅을 빼앗겨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쫓겨난 뒤 썰매 개를 길들여 경주대회에 출전하여 우승 상금을 받아서 모으고 모아 다시 백인들로부터 그 땅을 사들여 자기 부족을 이끌려고 했던 것입니다.

 

농장을 빼앗기고 쫓겨나게 생긴 윌리의 사정을 어젯밤 알게 된 얼음거인은 그렇게 윌리를 돕습니다. 마을 사람들 누구보다도 얼음거인이 윌리를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결정적으로 도움을 준 것입니다.

 

어린 윌리를 보며 순수함에서 나오는 강인함이 무엇인지 배웁니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어른들이 더 깊이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세상의 무서움을 알기에 오히려 더 겁이 나고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터지면 살고 싶지 않아 몸져눕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어른이 어린 윌리 앞에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윌리의 할아버지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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