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많은 것을……
언젠가 많은 것을 말해야 하는 이는
많은 것을 가슴 속에 말없이 쌓는다.
언제인가 번개에 불을 켜야 할 이는
오랫동안 ― 구름으로 살아야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Wilhelm Nietzsche (독일, 1844-1900)
【산책】
때를 기다리다.
무언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시간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이 있을까.
약속 시간에 늦는 애인을 몇 시간씩 기다려 본 적이 있는가.
휴대전화도 없고, 심지어 전화조차 한 통 걸기 어려운 시대
아무런 말도 없이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는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던 적이 있는가.
정치가들은 자신의 때를 기다리면서 숨죽이고 보내는 세월들이 있다.
너무 일찍 자신을 드러냈다가 한 순간 훅 날아가 버릴 수 있기에 몸을 낮추기도 한다.
나설 때가 있고, 물러설 때가 있다.
때가 무르익지 않았는데 섣불리 무언가를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벼가 익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투자한 돈이 몇 배의 수익으로 돌아오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에게 꼭 이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때를 기다리다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할 말을 켜켜이 쌓아두었다가 한꺼번에 꺼내려다 잊은 적도 있다.
남편에게 할 말을 마음에 쌓았다가 병이 되기도 한다.
어느 날 그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집안이 발칵 뒤집어지기도 한다.
★
번개와 천둥이 치려면 검은 구름이 모여 쌓여야 한다.
말이 터져 나오려면 수없는 침묵이 탑을 쌓아야 한다.
언젠가 당신에게 이 말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때를 기다린 적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그 때라는 것이 언제인가?
언젠가란 도대체 언제란 말인가?
언젠가, 언젠가, 하면서 세월이 간다.
구름이 모여서 마음에서만 번개와 천둥이 친다.
말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번개와 천둥은 그저 으르렁댈 뿐 밖으로 터져 나오지 못한다.
때를 기다리는 것,
때를 맞춰서 일을 도모하는 것,
모두 다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때가 있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많은 것을 가슴 속에 말없이 쌓는 사람,
번개로 터져 나오기 위해
오랫동안 ― 구름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고통스럽고 슬프다는 것이다.
★
때를 기다리지 말고, 때를 기다리지도 않는데
때가 나를 찾아오게 하라!
그때 내가 그 때를 만나게 하라!
오늘부터 그 때를 위해 신께 기도하자.
'언젠가'를 불확실한 부사가 아닌
확고부동한 명사로 만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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