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프리드리히 니체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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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명시 산책] 프리드리히 니체 <우정>

by 브린니 2020. 10. 17.

우정

 

 

우정이여, 여신이여

우리가 지금 우정을 위하여 부르는

노래를, 자비심을 갖고 들어 주소서!

우정으로 맺어진 사람들의 눈은 어디를 향하든,

우정의 행복으로 넘치고 넘쳐,

정답게 그대는 우리에게로 접근해 오누나,

시선 속의 여명의 빛이여,

그리고 성스러운 정의를 잊지 않는,

영원한 청춘의 변함없는 담보여.

 

그대에게 영광 있으라, 우정이여!

내 최초의 희망의,

최초의 여명의 빛이여!

아아, 나에게는 종종

오솔길과 밤이 끝없이 계속되는 듯하구료,

인생의 모든 것이

목표도 없고, 혐오스럽게 생각되는구료!

다시 한번 나는 살고 싶노라,

그대의 눈 속에서, 이제 나는 보고 있노라,

아침의 광채와 승리를,

그대 사랑하는 여신이여!

 

그대에게 영광 있으라, 우정이여,

내 운명의 보증인,

먼 승리의 보증이며, 서곡序曲인 그대여!

미래는 가장 나쁜 것을 잉태할지도 모르는 일,

고통과 고뇌와 가혹한 적의를 잉태할지도 모르는 일이로다.

나는 결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나의 인생은 언제나 승리를 뽐내고,

내 인생의 석양은 언제까지고 끝없이

그대의 태양빛 속에 빛나리라.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Wilhelm Nietzsche (독일, 1844-1900)

 

 

【산책】

 

우리에게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C.S 루이스는 그의 책 『네 가지 사랑』에서 연인들은 대개 얼굴을 마주 보며 서로에게 빠져 있지만 친구들은 나란히 앉아 공통된 관심사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우정에는 친구 외에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진리 같은 것!

 

루이스는 고대인들에게 우정이란 모든 사랑 가운데 가장 행복하고 가장 인간미 넘치는 사랑이요, 생의 면류관이자 덕의 학교였다고 말한다. 또한 우정은 가장 덜 본능적이고, 가장 덜 육체적이며, 가장 덜 생물학적이고, 가장 덜 군집 본능이며, 가장 덜 필수적이라고 한다.

 

우정은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한 관계로 이루어지는 빛나고 고요하며 이성적인 세라는 것이다. 우정이란 개인의식이 최고 수준에 이른 사람들이 맺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우정은 사랑 중에서 가장 질투가 적은 사랑이며 나눈다고 해서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완벽한 우정의 표지는 곤경에 처할 때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아니라, 도움을 주고받은 뒤에도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에로스는 벌거벗은 몸이 만나지만, 우정은 벌거벗은 인격이 만난다.

 

C.S 루이스의 말처럼 우정은 가리는 것 없는, 날것 그대로의 인격이 서로 만나 허물없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속된 말로 불알친구라는 말이 있다. 알 것 모를 것 다 아는 사이. 어쩌면 이런 친구를 한 명, 혹은 그 이상 갖고 있다는 것만도 인생의 큰 행복일 것이다.

 

 

우정으로 맺어진 사람들의 눈은 어디를 향하든,

우정의 행복으로 넘치고 넘쳐,

 

니체는 우정을 나누는 사람들은 서로 같은 한 곳을 바라보며 행복으로 넘친다고 노래한다.

 

그리고 성스러운 정의를 잊지 않는,

영원한 청춘의 변함없는 담보여.

 

여기에는 정의가 있다. 에로스는 비뚤어진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우정에는 정의를 추구하는 면이 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을 했던 사람들을 살펴보면 의기투합하여 옳은 일에 목숨을 바친 친구들이 많이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와 관우와 장비와 같은 사람들이 실제 세상에서도 꽤 많이 볼 수 있다.

 

아아, 나에게는 종종

오솔길과 밤이 끝없이 계속되는 듯하구료,

인생의 모든 것이

목표도 없고, 혐오스럽게 생각되는구료!

 

고독은 사람에게 오솔길과 밤을 선물하지만

그래서 고독을 즐기면서 사색에 잠길 수도 있고, 고요하게 침묵할 수도 있다.

 

혼자 있으면 함께 이룰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인생의 목표가 사라지고, 자기 인생이 하찮게 여겨질 때가 많다.

 

그러나 친구들과 우정을 나눌 때는 이렇게 노래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나는 살고 싶노라,

그대의 눈 속에서, 이제 나는 보고 있노라,

아침의 광채와 승리를,

 

그렇지만 우정에도 불안한 요소가 숨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C.S 루이스도 지적하고 있듯이, 친한 친구 두 사람이 서로에게만 우정을 느낄 때 사회로부터 이탈하는 경우가 생기곤 하기 때문이다.

 

미래는 가장 나쁜 것을 잉태할지도 모르는 일,

고통과 고뇌와 가혹한 적의를 잉태할지도 모르는 일이로다.

 

그러나 가장 믿을 수 있는 친구와 함께 하는 인생은 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도 친구들과 힘을 합치면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한다.

 

나는 결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나의 인생은 언제나 승리를 뽐내고,

내 인생의 석양은 언제까지고 끝없이

그대의 태양빛 속에 빛나리라.

 

인격과 인격의 만남, 그리고 사랑과 신뢰, 우정이란 인간의 성숙에서 가장 필수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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