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루이스 글릭 < ​야생 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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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명시 산책]루이스 글릭 < ​야생 붓꽃>

by 브린니 2020. 10. 10.

​야생 붓꽃

 

 

고통이 끝날 때쯤

문이 있었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봐 당신이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

기억나.

 

머리 위로, 소음, 소나무 가지들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희미한 태양이

건조한 들판 위로 깜박거렸다.

 

살아남는 것은 끔찍하다

의식이

어두운 땅에 묻혀있는 것처럼.

 

그리고 나서 끝났다: 당신이 두려워하고, 영혼이 되고 말할 수 없는 것,

갑자기 끝나는 것 같고, 뻣뻣한 땅이 약간 구부러진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수풀더미를 뛰어다니는 새떼라 여겼다.

 

기억을 못하는 당신

다른 세계로부터 온 길

내가 다시 당신에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망각에서 돌아오는 것은 무엇이든 목소리를 찾기 위해 돌아온다고:

 

내 삶의 한 가운데서

짙은 푸른색의, 커다란 분수가 있다

​그림자 드리워졌다 짙푸른 바닷물에.

 

― 루이스 글릭 Louise Glück (미국, 1943― ) 2020년 노벨문학상

 

 

야생 붓꽃

 

The Wild Iris

 

At the end of my suffering

there was a door.​

 

Hear me out: that which you call death

I remember.​

 

Overhead, noises, branches of the pine shifting

Then nothing. The weak sun

flickered over the dry surface.​

 

It is terrible to survive

as consciousness

buried in the dark earth.​

 

Then it was over: that which you fear, being a soul and unable to speak,

ending abruptly, the stiff earth bending a little. And what I took to be birds darting in low shrubs.​

 

You who do not remember

passage from the other world

I tell you I could speak again: whatever returns from oblivion returns to find a voice:​

 

from the center of my life came

a great fountain, deep blue

shadows on azure seawater.

 

​                                     ― Louise Glück

야생붓꽃

 

시인은 인간의 생명을 식물성에 비유한다.

식물성은 움직임이 없다.

언 땅에 묻혀 있을 때 식물은 죽음 속에 있는 듯하다.

 

살아남는 것은 끔찍하다

의식이

어두운 땅에 묻혀있는 것처럼.

 

오히려 살아 있다는 것이 더 큰 고통처럼 의식을 압박하고 있다.

살아 있음에도 땅에 묻혀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살았으나 죽은 것 같은 ― 언데드(UnDead)

산송장 같은,

죽은 것 같지만 살아 있는!

시인은 거의 죽음과 같은 시간을 버텨내고 새 삶을 살게 된 이력을 갖고 있다.

그의 시는 늘 죽음 가까이에 있고, 생에 대한 강렬한 열망과 희열로 가득 차 있다.

 

고통이 끝날 때쯤

문이 있었다.

 

죽음과 거의 다를 바 없는 고통이 끝났을 때 ― 고통이 끝났다는 것이 되살아나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죽음에 이르렀기 때문에 고통이 의미 없어졌다는 뜻인가.

 

하나의 문이 나타난다. ― 이 문은 죽음으로 열린 문인가. 아니면 삶으로 되돌아오는 문인가.

 

당신이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 ― 이것은 실제 죽음인가. 아니면 죽음처럼 보이지만 아직 살아 있는 상태인가.

 

희미한 태양이 건조한 들판 위로 깜박거렸다 : 태양은, 햇빛은 언제나 생명을 싹트게 한다.

 

당신이 두려워하고, 영혼이 되고 말할 수 없는 것, 갑자기 끝나는 것 같고, : 당신에겐 두렵고, 육체가 없는 영혼으로 끝나는 것 ― 모든 것은 죽음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 세계로부터 온 길이 있다.

 

나는 당신에게 말한다 ― 망각에서 돌아오는 것은 무엇이든 목소리를 찾기 위해 돌아온다

 

내 삶의 한 가운데서 짙은 푸른색의, 커다란 분수가 있다 : 물은 언제나 햇빛과 더불어 생명을 키워낸다.

 

그림자 드리워졌다 짙푸른 바닷물에.

 

야생 붓꽃은, 아이리스는 바다를 향해 그림자를 드리운다.

작은 몸을 거인처럼 키운 채.

 

야생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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