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붓꽃
고통이 끝날 때쯤
문이 있었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봐 당신이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
기억나.
머리 위로, 소음, 소나무 가지들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희미한 태양이
건조한 들판 위로 깜박거렸다.
살아남는 것은 끔찍하다
의식이
어두운 땅에 묻혀있는 것처럼.
그리고 나서 끝났다: 당신이 두려워하고, 영혼이 되고 말할 수 없는 것,
갑자기 끝나는 것 같고, 뻣뻣한 땅이 약간 구부러진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수풀더미를 뛰어다니는 새떼라 여겼다.
기억을 못하는 당신
다른 세계로부터 온 길
내가 다시 당신에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망각에서 돌아오는 것은 무엇이든 목소리를 찾기 위해 돌아온다고:
내 삶의 한 가운데서
짙은 푸른색의, 커다란 분수가 있다
그림자 드리워졌다 짙푸른 바닷물에.
― 루이스 글릭 Louise Glück (미국, 1943― ) 2020년 노벨문학상
The Wild Iris
At the end of my suffering
there was a door.
Hear me out: that which you call death
I remember.
Overhead, noises, branches of the pine shifting
Then nothing. The weak sun
flickered over the dry surface.
It is terrible to survive
as consciousness
buried in the dark earth.
Then it was over: that which you fear, being a soul and unable to speak,
ending abruptly, the stiff earth bending a little. And what I took to be birds darting in low shrubs.
You who do not remember
passage from the other world
I tell you I could speak again: whatever returns from oblivion returns to find a voice:
from the center of my life came
a great fountain, deep blue
shadows on azure seawater.
― Louise Glück
★
시인은 인간의 생명을 식물성에 비유한다.
식물성은 움직임이 없다.
언 땅에 묻혀 있을 때 식물은 죽음 속에 있는 듯하다.
살아남는 것은 끔찍하다
의식이
어두운 땅에 묻혀있는 것처럼.
오히려 살아 있다는 것이 더 큰 고통처럼 의식을 압박하고 있다.
살아 있음에도 땅에 묻혀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살았으나 죽은 것 같은 ― 언데드(UnDead)
산송장 같은,
죽은 것 같지만 살아 있는!
시인은 거의 죽음과 같은 시간을 버텨내고 새 삶을 살게 된 이력을 갖고 있다.
그의 시는 늘 죽음 가까이에 있고, 생에 대한 강렬한 열망과 희열로 가득 차 있다.
고통이 끝날 때쯤
문이 있었다.
죽음과 거의 다를 바 없는 고통이 끝났을 때 ― 고통이 끝났다는 것이 되살아나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죽음에 이르렀기 때문에 고통이 의미 없어졌다는 뜻인가.
하나의 문이 나타난다. ― 이 문은 죽음으로 열린 문인가. 아니면 삶으로 되돌아오는 문인가.
당신이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 ― 이것은 실제 죽음인가. 아니면 죽음처럼 보이지만 아직 살아 있는 상태인가.
희미한 태양이 건조한 들판 위로 깜박거렸다 : 태양은, 햇빛은 언제나 생명을 싹트게 한다.
당신이 두려워하고, 영혼이 되고 말할 수 없는 것, 갑자기 끝나는 것 같고, : 당신에겐 두렵고, 육체가 없는 영혼으로 끝나는 것 ― 모든 것은 죽음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 세계로부터 온 길이 있다.
나는 당신에게 말한다 ― 망각에서 돌아오는 것은 무엇이든 목소리를 찾기 위해 돌아온다
내 삶의 한 가운데서 짙은 푸른색의, 커다란 분수가 있다 : 물은 언제나 햇빛과 더불어 생명을 키워낸다.
그림자 드리워졌다 짙푸른 바닷물에.
야생 붓꽃은, 아이리스는 바다를 향해 그림자를 드리운다.
작은 몸을 거인처럼 키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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