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백합
조용하세요. 연인이여. 얼마나 숱한 여름을 내가
살아서 되돌아왔는지, 그게 내겐 중요하지 않아요.
올해 한 차례 여름으로 우리는 영원에 들어섰어요.
당신의 두 손이 느껴져요.
그 광휘를 풀어 놓으려고
나를 묻는 손길이.
― 루이스 글릭 Louise Glück (미국, 1943― ) 2020년 노벨문학상
The White Lilies
Hush, beloved. It doesn't matter to me
how many summers I live to return:
this one summer we have entered eternity.
I felt your two hands
bury me to release its splendor.
【산책】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 손으로 묻어야 할 때가 있다.
누군가를 차디찬 땅에 묻고 돌아서야 하는 때
장례식은 더 큰 사랑의 폭발과 같다.
연인을 위해 그토록 울어본 적이 있는가.
그런데 만약 그 연인이 살아서 돌아온다면?
주검으로 땅 속 깊이 묻힌 그(그녀)가 되살아나온다면?
영원한 세계로 떠났던 사랑이
영원한 사랑으로 되돌아온다면?
사랑의 부활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그 빛을, 사랑으로 활활 타오르는 광채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연인은 백합처럼 빛나는 오뉴월에 되살아난다.
숱한 여름을 되살아났지만
이번 여름엔 영원으로 들어섰다.
사랑하는 당신은 나를 영원의 빛 가운데로 풀어놓는다.
영원은 죽음을 통해 삶으로 들어온다.
삶은 지속된다.
사랑하는 연인들, 서로를 묶는 손을 맞잡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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