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괴테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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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명시 산책] 괴테 <강가에서>

by 브린니 2020. 10. 5.

강가에서

 

 

크게 사랑받았던 나의 노래들이여,

흘러가라, 망각의 한바다로!

구성지게 다시 불러줄 젊은이 하나 없고,

꽃다운 아가씨도 부르지 않으리라.

 

사랑하는 여인만을 노래했건만,

지금 그 사람은 나를 비웃고 있다.

나의 노래는 물 위에 쓰인 것,

물과 함께 흘러서 사라져가라.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독일, 1749 ― 1832)

 

 

【산책】

 

남자 가수가 있다.

(가수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수없이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그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노래가 망각의 강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노래를 불러줄 젊은이도 없고, 아가씨도 없다.

 

사랑하는 여인만을 노래했건만,

지금 그 사람은 나를 비웃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는 노래

그것은 비웃음만 살 뿐이다.

 

나의 노래는 물 위에 쓰인 것

 

물 위에 노래를 쓸 수 있을까.

흘러가는 물 위에 노래를 쓰면 어떤 음악이 나올까.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에 닿지 못하는 노래를

물 위에 쓰고, 그 노래는 강물과 함께 흘러서 바다로 간다.

 

한 번 발을 담근 강물에 또 다시 담글 수는 없다.

강물은 한 번 흘러가면 그뿐.

 

이룰 수 없는 사랑도 강물처럼 한 번 흘러가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

사랑의 노래는 목적지를 잃고 물 위에 쓰인다.

 

그리고 강물은 흘러갈 뿐……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포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시인은 자신의 노래를 물 위에 쓴다.

 

노래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래는 다른 누구도 아닌 사랑하는 여인을 위한 것이다.

 

노래는 사랑 그 자체이다.

 

그 노래를 물 위에 쓴다는 것은 사랑을 포기하고 버리는 것!

그러나 그 사랑은 너무나 아름답다.

 

물 위에 쓴 사랑, 물 위에서 찰랑거리며 음악을 연주하는 사랑!

 

사랑의 노래는 물 위를 타고 흘러서 어딘가에 닿을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에 떠오른 사랑의 편지를 담은 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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