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츠 쾨르너 외 <아주 철학적인 오후> : 인생의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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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하인츠 쾨르너 외 <아주 철학적인 오후> : 인생의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

by 브린니 2020. 10. 3.

책의 맨 앞에서 편집자는 우리가 그동안 돈을 버는 법은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으며, 인생을 사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은 상실했으며, 달에 갔다 왔지만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고, 우리 안의 세계를 잃어버렸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동화들을 읽으며 자신의 삶을 비춰 보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동화 「나무 이야기」에서는 어느 정원사 부부가 나무 한 그루를 심었는데 나무가 조금만 삐뚤게 자라면 가지를 잘라 바르게 자라도록 하고, 너무 쑥쑥 자라면 또 가지를 쳐서 천천히 자라도록 합니다. 나무는 어쩔 수 없이 정원사 부부가 요구하는 대로 자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길을 가던 소녀가 나무를 보고 매우 슬퍼 보인다고 느낍니다. 소녀는 나무를 위로하고 친구가 되어줍니다. 소녀는 부모에게 나무가 자기 마음대로 자라야 행복할 거라고 말하지만 소녀의 부모는 사람이나 나무나 자기 마음대로 자랄 수만은 없다고 가르칩니다.

 

「나무 이야기 2」에서는 소녀가 자꾸만 찾아와 나무와 이야기 하는 것을 본 정원사가 이유를 묻자 소녀는 나무가 자기 마음대로 자라지 못해 슬퍼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정원사 부부는 소녀와 가까워지면서 나무가 행복하려면 마음껏 자라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더 좋겠다고 깨닫게 됩니다.

「네 갈래 길」에서는 한 소녀가 바다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큰 산 만나게 됩니다. 거기엔 산을 둘러서 가는 네 갈래 길이 있습니다. 소녀는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바다를 보러 가지 못하고 세월만 허비하다가 어느 날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보았더니 네 갈래 길 모두 결국 한 곳으로 모이고, 모든 길들이 결국 바다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소녀는 이미 노파로 변해 더 이상 길을 갈 수 없게 됩니다.

 

「새인지 몰랐던 새」에서는 여러 마리의 참새들이 마법같이 아름다운 색조를 띤 조용하고 지혜로 가득 찬 ‘천국의 새’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여러 곳으로 ‘천국의 새’를 찾아다니던 참새들은 마침내 ‘천국의 새’를 발견하지만 그것은 태양빛을 받아 물웅덩이 위로 반사된 박새의 모습이었습니다. 참새들도 빛을 받아 물웅덩이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도 ‘천국의 새’처럼 빛이 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하루」는 오늘 하루를 뜻하는 ‘하루’가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수많은 날들이 있기에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하루’들이 있습니다. 주인공 ‘하루’ 역시 세상으로 나갈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루’는 조상들의 무용담을 듣고 자랐습니다. 그들은 이 세상의 수많은 사건들과 함께 해왔던 자신들의 하루에 대해 자랑합니다. 큰 전쟁과 재난과 놀랄만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하루’ 역시 자신의 하루를 살고 돌아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모두들 별로 대수롭지 않고 너무 평범하다고 비웃을 뿐입니다. 얼마 뒤 주인공 하루가 살았던 하루가 아주 특별한 날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날을 지구상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주 평화로운 ‘하루’로 기념하게 된 것입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아주 아름답고 깨끗하고 질서가 잘 잡힌 도시에 집시들이 찾아옵니다. 도시 사람들은 집시들을 잘 대접하지만 집시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도시 아이들을 질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걱정을 합니다. 도시를 대표하는 세 사람이 노인을 찾아가 다음 해부터 도시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노인은 신이 인간 세상에 왔을 때 사람들이 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박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진리는 조각낼 수 없다」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사건이나 사물을 볼 때 자기만의 해석을 하면서 서로 자신이 본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건이나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당신은 옳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이런 교훈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악수보다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손」에서는 영적인 깨달음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웃을 돕는 일도 중요하며 단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고, 직접 손으로 그 영적인 깨달음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줍니다.

 

「고래의 노래」에서는 고래와 인간 사이에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무엇이 있다는 것을 말하면서 환경을 지키며 고래와 인간이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합니다.

 

「중심에서 사는 사람」에서는 어떤 왕이 백성들을 행복하게 하는 진짜 왕인지 묻고 있습니다. 권력으로 지배하는 왕이 아니라 어떤 백성도 억압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왕이 진짜 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꿈에 대한 일곱 가지 질문」은 우리가 어떤 좋은 꿈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꿈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아무것도 아니며 우리가 그 꿈을 실제의 삶에서 인격으로 성취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온전히 알고, 그 아는 것을 자기 삶으로 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계」에서는 어느 날 늑대를 만난 소녀가 늑대의 야수성에 반해서 사랑하고 되는데 나중에는 늑대를 인간처럼 길들이고 나중에는 야수성을 완전히 잃게 만든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않고, 자기의 입맛에 맞게 바꾸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소녀도 야수성을 잃은 늑대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니까 말입니다.

 

이 동화들은 어른을 위한 동화이면서 생각하는 동화, 철학 동화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하고,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맨 먼저 해야 할 것인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이 동화들은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마음껏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자유와 환경이 필요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꿈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고, 자기의 삶에서 그 꿈이 왜 필요한지 과연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것을 주문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대단한 업적을 이루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특별할 것 없이 그저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사는 것도 매우 귀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또한 내가 아는 것이 전부라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어떤 식의 깨달음보다 실천이 더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동물들과 함께 사는 법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을 행복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타인을 자기 입맛에 맞도록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도 가르칩니다.

 

독서는 혼자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 권의 책을 여러 사람이 돌려가면서 읽고 서로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온가족이 함께 이 동화들을 읽고, 부모와 자녀들이, 형제·자매가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다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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