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기욤 아폴리네르 <콜키쿰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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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명시 산책] 기욤 아폴리네르 <콜키쿰 꽃>

by 브린니 2020. 9. 27.

콜키쿰 꽃

 

 

목장은 독이 있지만 가을에는 아름답다

암소는 풀을 뜯으며

서서히 중독된다

눈시울빛 라일락 꽃빛의 콜키쿰 꽃이 피어나고

너의 눈동자는 그 꽃과도 같이

눈시울을 닮아 가을을 닮아 자주빛이 돌고

내 생애는 너의 눈 때문에 자꾸만 중독된다

 

조끼를 입고 하모니카를 불며

애들은 떠들썩 학교에서 돌아온다

 

어머니 같은 또는 딸의 딸 같은

그리고 광풍에 흔들리는 꽃 같이 끔벅대는

네 눈썹의 색깔 같은 콜키쿰 꽃을 애들은 꺾어 든다

 

목동은 조용히 노래 부르고

암소는 느릿느릿 긴 울음을 토하며

가을 꽃 어설프게 핀 넓은 목장을 버리고 돌아간다

 

―기욤 아폴리네르 Guillaume Apollinaire (프랑스, 1880-1918)

 

콜키쿰 꽃

 

【산책】

 

우리가 사랑에 빠질 때 그의 눈빛이나 그의 목소리가 매개체가 된다.

그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거기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눈은 마음의 창이며, 얼굴에는 그의 영혼이 드러난다.

그의 목소리는 영혼의 울림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생애는 너의 눈 때문에 자꾸만 중독된다

 

전생애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중독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 눈에 나의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눈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호수와 같다, 꽃과 같다, 이런 저런 비유로 말한다.

 

이 시의 화자는 콜키쿰 꽃과 같다고 묘사한다.

 

눈시울빛 라일락 꽃빛의 콜키쿰 꽃이 피어나고

너의 눈동자는 그 꽃과도 같이

눈시울을 닮아 가을을 닮아 자주빛이 돌고

 

콜키쿰 꽃은 라일락 꽃빛이며 눈시울빛이다.

사랑하는 너의 눈동자는 콜키쿰 꽃처럼 가을을 닮아 자주빛이 돈다.

 

그리고 콜키쿰 꽃은 눈동자가 깜박이듯이 흔들린다.

 

그리고 광풍에 흔들리는 꽃 같이 끔벅대는

네 눈썹의 색깔 같은 콜키쿰 꽃을 애들은 꺾어 든다

아이들은 자줏빛 꽃을 꺾어서 즐겁게 걸어간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기쁘고 좋은 일이다.

이렇게 목장의 가을은 목동의 노래 소리, 암소의 울음소리 등이 어울려 즐겁고 평화롭다.

 

풍요로운 가을 벌판을 걸으며 들꽃 들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상념에 젖는다.

 

코스모스를 닮은 사람,

들국화 같은 사람,

이름모를 들꽃처럼 나부끼는 사람, 사람들……

 

가을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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