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W. 셸리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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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메리 W. 셸리 <프랑켄슈타인>

by 브린니 2020. 9. 20.

프랑켄슈타인이라고 하면 여러 시체를 얼기설기 엮어 새로 만든 괴물이 연상되고, 두툼하고 검은 입술에 얼굴에는 바느질 자국이 있고, 키가 굉장히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사실프랑켄슈타인 괴물을 만든 사람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기괴한 소설을 사람은 아직 여성의 권리가 매우 낮았던 19세기 초기에 살았던 메리 W. 셸리라는 영국 여성이었습니다. 물론 시대 여성작가들이 흔히 그랬듯이 메리 역시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지 못하고 남성 필명을 사용했습니다. 소설은 그녀가 겨우 19살에 것이라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과학 발달의 시기에 일어난 여러 가지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서 기억하게 되는데, 우선은 이야기가 북극을 탐험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아문센의 북극 탐험으로 떠들썩했던 시대적 배경을 느낄 있습니다.

 

멘델이 유전법칙을 발견하면서 생명체를 인간의 의도대로 조작할 있다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한 점도 발견할 있습니다.

 

이처럼 과학에 눈을 뜨며 세상과 물질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이 열릴 즈음 19 여성의 마음에도 지나친 과학에의 맹신은 인간을 파멸로 이끌 있다는 통찰력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문필가 부모를 두어 어려서부터 많은 지성인들과 사교를 나누었던 그녀의 삶을 통해 지성의 힘과 정신의 통찰력은 역시 시대와 나이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제 줄거리를 살펴보려 합니다. 북극 탐험을 나선 젊은이 월턴 앞에 빙하를 가르며 썰매를 달리는 거대한 괴물의 형체가 보입니다. 그러곤 사람의 썰매가 뒤를 따르다가 빙하가 부서지며 휩쓸려 월턴의 배에 닿게 됩니다. 그가 얼마나 힘겨운 상황에 놓여 있는지 봐도 만큼 쇠약해 쓰러집니다. 그가 바로 프랑켄슈타인입니다.

 

월턴은 프랑켄슈타인이 기력을 찾도록 도와주면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서술한 것이 바로 이야기의 본편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 자신이 창조한 생명체이자 악마라고 말하며 자신의 비극적인 삶을 이야기합니다.

 

아주 행복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총명하게 자란 프랑켄슈타인은 대학에서 열렬하게 과학을 공부하면서 교수들을 뛰어넘는 실력을 지녀 드디어 전기 자극을 통해 죽은 시체도 움직이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생명체를 창조하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힙니다.

 

미친 듯이 연구를 하여 시체를 얼기설기 엮어 생명을 부여하였지만, 막상 깨어난 생명체는 흉측하고 끔찍한 몰골이어서 보기에도 두려울 정도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창조물을 혐오하고 무서워한 나머지 집밖으로 뛰쳐나갑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이런 모습은 작가 메리의 남편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메리의 남편은 자신의 자식에 대해서 애착이 없었고 돌보지 않는 무책임한 면이 있었고, 실제로 메리가 낳은 아이 셋이 연달아 죽었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이와 같은 상태인 괴물은 태어자마자 버려진 채로 세상을 떠돕니다. 2미터 40센티미터에 푸르죽죽하고 얼기설기 꿰맨 얼굴, 시체처럼 시커먼 입술로 세상을 떠돌면서 사람들의 눈에 띄면 사람들이 공포로 소리를 지르고 도망가고 어떤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합세해서 돌을 던지며 욕을 해댑니다.

 

괴물은 숲에서 과일을 따먹으며 숨어 지내다가 우연히 다른 사람들이 피운 불의 따뜻함을 알고 불을 사용할 알게 되며, 농가의 헛간에 숨어 지내면서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마디씩 배워나갑니다.

 

뛰어난 지적 능력을 지닌 괴물은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하여 언어를 익히고, 수준 높은 대화를 통해서는 지리와 역사에 대해서도 배웁니다. 그리하여 자신도 사람들 속에 섞일 있지 않을까 용기를 내어 다가가지만 돌아온 것은 매질과 경멸이었습니다.

 

화가 괴물은 자신을 혐오하고 경멸하는 인간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또한 자신을 창조해 놓고 끔찍하다고 버려둔 자신의 창조자를 찾아가 해결책을 찾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창조자인 프랑켄슈타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의 어린 동생을 우연히 살해하게 됩니다. 이 일로 인하여 괴물과 프랑켄슈타인은 절대로 화해할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힘겨운 노력 끝에 프랑켄슈타인을 만난 괴물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당신의 정의를, 당신의 너그러움과 애정을 받아야 마땅하오. 나는 당신의 피조물이잖소. 나는 당신의 아담이어야 했건만 타락한 천사가 되었고, 당신은 아무 잘못도 없는 나를 기쁨에서 몰아내었소…… 나도 인정 많고 착했지만, 불행이 나를 악마로 만든 것이오. 날 행복하게 해주시오. 그러면 다시 선해지리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이 차갑게 대하자 괴물은 애원하고 동정을 구합니다.

 

“어떻게 하면 당신 마음이 움직일까? 아무리 빌어도 당신은 자기 피조물에게, 이렇게 당신의 친절과 동정을 애원하는 나에게 따뜻한 눈길을 주지 않겠다는 말이오? 프랑켄슈타인, 믿어주시오. 나는 착하게 살려고 했소. 내 영혼은 사랑과 인간애로 빛났소. 하지만 나는 혼자, 처절하게 혼자가 아니오?”

 

그리고 괴물이 얼마나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고 싶었는지 토로합니다.

 

“언젠가는 그들의 덕을 찬양하는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를 측은히 여겨 내 흉측한 외모 따위는 무시할 날이 오리라고 스스로 위로했소. 아무리 생김새가 괴물같다고 그들의 동정과 우정을 간청하는 사람을 문전박대할 수 있을까?”

 

“내가 바란 건 친절과 동정이었고 스스로도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았소.”

 

하지만 돌아온 멸시밖에 없었고 괴물의 마음이 악해져간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나도 인간을 비참하게 만들 수 있다. 내 원수라고 무쇠로 만들어졌더냐. 이 죽음이 그에게 절망을 안겨주리라. 그리고 앞으로 수많은 불행이 그를 괴롭히고 파멸시키리라.”

 

그러면서 프랑켄슈타인에게 자신이 바라는 바를 요구합니다. 어차피 인간들 무리에 섞여 수는 없으니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배우자를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나는 외롭고 비참하오. 인간은 나와 사귀려 들지 않을 것이오. 그러나 나만큼 흉하고 소름 끼치는 여자라면 나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오. 내 배우자는 나와 같은 종이어야 하고 똑같은 약점을 지녀야 하오. 당신이 그런 존재를 만들어 주시오.”

 

프랑켄슈타인은 그의 요구를 거절할 없어서 배우자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리고 외롭고 적막한 외딴 바닷가에서 여자 괴물을 만들지만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인가 괴로워합니다.

 

‘신을 모독한 내 행위와 나 때문에 벌어진 죄악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얼마나 나를 미워하고 세계 곳곳에서 날 잡으려고 몰려올까!’

 

‘나의 모든 생각과 희망은 무위로 돌아갔고, 전능함을 갈망했던 대천사장처럼 나는 영원한 지옥에 묶인 신세가 되었어.’

 

그러곤 새로 만든 여자괴물이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남자괴물을 싫어하거나 파괴적이고 악마적이라면 어떻게 될까, 사이에서 태어난 자손들이 인간들을 공격한다면……?

 

등등의 고민으로 결국 만들던 여자괴물을 파괴합니다. 모습을 괴물은 완전한 복수를 다짐하고, 프랑켄슈타인의 절친한 친구를 살해하며, 프랑켄슈타인이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는 첫날밤에 찾아가겠다고 협박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이제 괴물과 싸울 수밖에 없다고 다짐하고 결혼식 첫날밤 신혼여행지에서 권총을 들고 괴물을 맞이할 준비를 하지만 신부가 있던 방에서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행복한 결혼을 꿈꾸며 평생을 사랑했던 여인은 괴물에 의해 목졸려 죽은 것입니다.

 

슬픈 소식을 들은 프랑켄슈타인의 아버지마저 충격에 세상을 떠나자 그는 괴물을 직접 찾아 죽이는 것이 마지막 삶의 소명이라고 믿고 괴물의 자취를 찾아나섰다가 북극까지 가게 것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쇠약해진 몸으로 이야기를 마치며 자신이 죽은 후에라도 괴물을 발견하면 반드시 죽여달라고 애원합니다. 그리고 북극 탐험을 통해 세계를 꿈꾸는 월턴에게 충고합니다.

 

“부디 평온함 속에서 행복을 찾고 야망은 피하도록 하게. 야망이 아무리 순수하고, 과학과 발견의 세계에서 자네를 빛내 줄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피해야 하네. 그런데 내가 왜 이런 소리를 하지? 나는 그런 야망 때문에 파멸을 자초했지만 다른 사람은 성공할지도 모르는 일인데.”

 

이것이 과학을 대하는 당시 지식인의 태도였을 것입니다. 물론 태도는 현재에도 유효합니다. 과학의 세계가 인간에게 장밋빛 미래만을 선사할 것이라고 믿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한 파괴가 얼마나 극심해질지 우리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과학 탐구를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이 말했듯 연구와 탐구가 누군가에게는 파멸이라고 해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성공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앞두고도 결론을 내릴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인 같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이 죽은 후에 괴물이 시체 앞에 나타나 오열합니다.

 

“지금 당신한테 용서해 달라고 간청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파괴함으로써 당신을 영원히 파멸시켜버린 나를.”

 

모습에 월턴은 분노합니다. 괴물은 분노하는 월턴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당신은 내가 밉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가 나 자신을 미워하는 만큼은 아닐 거요.”

 

괴물 역시 선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인간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시절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흉측한 모습 탓에 가까이 가는 것을 허락받지 못했고, 돌팔매질과 욕설과 매질 속에서 분노의 마음이 자라나 살인이라는 범죄에 이르게 자신을 스스로 미워할 수밖에 없는 괴로움이 느껴집니다.

 

괴물은 북극 자락에서 자기 자신의 몸을 불태우며 고통스럽게 죽어가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렇게 사라져줄 테니 걱정말라고, 죽음만이 자신의 안식이라며 사라집니다.

 

작품에 붙은 부제는현대의 프로메테우스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대가로 신들의 벌을 받아 독수리에게 계속해서 간을 쪼아먹히는 고통을 받습니다. 진흙으로 인간을 만든 것도 프로메테우스라는 전설이 있습니다.

 

인간을 만든 대가로 간을 쪼아먹히는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처럼 프랑켄슈타인 역시 인간을 창조한 대가로 크나큰 형벌을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여러 가지 당시의 시대 정신을 엿볼 있습니다. 우선은 괴물이 토로하듯이 창조자인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에 대해서 어떠한 책임감도 없었고 교육도 시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아동은 그저 어른의 축소판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존재로, 산업혁명기에는 면직물 공장에서 끊어진 실을 이을 있는 작은 손을 가진 값싼 일꾼으로 여겨졌다가 루소와 밀턴에 의해 아동의 인권과 교육의 가치에 대해서 서서히 눈을 떠가던 시절에 작가 메리 역시 자녀에게 무책임한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책임성과 교육의 가치에 대해 강조한 면을 발견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외모에 대한 편견, 인종에 대한 편견 등도 발견할 있습니다. 괴물이 뛰어난 지적 능력과 선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다가갈 없었던 것은 흉측한 외모 때문이었습니다.

 

책에는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가치관의 편견까지도 뛰어넘어 사랑을 이루는 이야기가 정도로 편견을 뛰어넘는 혜안을 보여줍니다. 또한 외모의 편견을 뛰어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 비판하는 정신도 엿볼 있습니다. 흑인 노예를 당연시하고, 이교도에 대해서 근거없이 사형 언도를 내리고, 외모로 판단하는 편견에 대해서 직시하는 작가의 날카로움이 보입니다.

 

아마도 자신의 이름으로는 책을 출간할 수도 없는 여성차별 시대에 지성을 지닌 여성으로서 세상에 편만한 각종 편견의 감옥이 눈에 띄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소설은 서술과 묘사의 깊이와 풍부함의 매력 또한 대단합니다. 갈대와 같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의 심리 묘사와 아름다운 풍경화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한 자연의 묘사가 매력적입니다.

 

너무나 유명하지만 많은 사람이 읽지 않는 소설의 다양한 매력이 많은 이들에게 발견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용구: 열린책들 출간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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