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이성복 <남해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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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명시 산책] 이성복 <남해금산>

by 브린니 2020. 9. 17.

남해금산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이성복

 

 

【산책】

 

남해는 섬이다.

바다가 남해를 두르고 있다.

 

그곳에 산이 하나 있다.

한려해상공원에 있는 유일한 산악공원이다.

 

금산錦山.

비단을 두른 산.

 

바다가 섬을 둘러싸고

섬에 솟은 산은 비단을 덮어쓰고 있다.

 

산은 하늘과 바다를 아우르고 있다.

하늘의 푸름과 바다의 푸르름 그리고 산의 초록빛 짙푸름.

 

금산은 기암괴석으로 어우러진 산이다.

바위 속에서 사람들은 기도한다.

 

욕망의 기도

사랑의 기도

위로의 기도

 

거기 여자가 있다.

돌 속에 있는 여자는 기도한다.

 

사랑을.

 

남자는 여자의 사랑에 이끌려 돌 속에 들어간다.

돌은 둘에게 너무 비좁다.

 

사랑으로 터져 버릴지도 모른다.

 

비가 내려 돌을 적시고, 돌에 스며들고, 틈이 열린다.

여자는 돌에서 나간다.

 

바깥세상 어딘가로.

하늘 혹은 바다 깊은 곳으로.

 

해와 달이 그녀를 데리고 시소를 탄다.

그네를 탄다.

 

여자를 이끌고 하늘과 바다 사이를 헤매인다.

 

남자는 산꼭대기 하늘 끝 바위에 서 있다.

남자는 바다 심연에 가라앉는다.

 

남자는 하늘과 바다 사이에서 혼자 푸르게 젖는다.

 

푸른빛으로 멍든다.

마음도 푸르게 멍든다.

 

우울한 블루.

푸른 죽음의 색깔.

 

남해금산, 떠난 사랑에 대한 애도哀悼, 애가哀歌, 그리고 애가愛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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