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소풍 : 산책과 휴식, 뛰어놀기 좋은 곳 ― 청주 문암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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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일상생활

가을날 소풍 : 산책과 휴식, 뛰어놀기 좋은 곳 ― 청주 문암생태공원

by 브린니 2020. 9. 19.

청주 문암생태공원

충북 청주시 흥덕구 문암동 122-2

 

 

 

코로나 때문에 멀리 여행을 떠나 며칠 동안 묵을 만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아졌습니다. 가까운 산이나 바다에서 짧은 주말여행을 즐기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지난주 일요일 오랜만에 정말 맑고 깨끗한 가을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 청주에 갈 일이 가끔 생겨서 가는 길에 좀 더 일찍 집을 나서 청주 구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청주로 가는 길은 청명한 하늘과 뭉게구름 사이를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비도 없고, 날씨로 흐리지 않아 드라이브할 맛이 난다고나 할까요. 차 안에선 길병민의 묵직한 베이스 바리톤 음색으로 오페라 아리아들이 연이어 흘러나옵니다. 이런 날씨엔 슈만과 슈베르트의 가곡들도 제격이겠죠.

 

푸른하늘 속 구름 위를 걷는 드라이브

드디어 문암생태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기 어려울 정도로 자동차들이 빽빽하게 들어 차 있습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이렇게 붐비는 주차장 구경도 정말 오랜만입니다. 바캉스 성수기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일요일 오후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보면 이곳 생태공원이 꽤 인기인가 봅니다.

 

생태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곳은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입니다. 지구환경의 보전과 생명문화도시를 가꾸기 위해 환경의식을 높이고 생태환경 체험교육을 통해 녹색실천을 넓혀가기는 플랫폼 구실을 하는 곳이랍니다. 개인이나 단체가 신청을 하면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고 쉬고 있답니다.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와우, 눈앞 펼쳐지는 풀밭! 이렇게 푸르고 넓은 잔디밭을 구경한 게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여기는 그냥 풀밭입니다. 드넓은 잔디 위에 사람들이 공을 던지고 받고, 차고, 굴리면서 공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연을 날리는 사람들도 있고, 그냥 걷는 사람,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 사람 그리고 편하게 누워서 하늘과 구름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문암생태공원 푸르고 넓은 잔디밭

넓은 잔디 공원을 보니 젊은 시절 꿈꾸었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햇살 좋은 공원 나무 아래 잔디에 퍼질러 앉아서 몇 시간씩 책을 읽고 싶었던…… 익숙한 곳 말고, 먼 곳, 그러니까 런던 세인트제임스파크나 파리 몽수리공원 같은 곳, 그곳에는 정말 크고 드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널찍한 잔디 공원이 있다니 정말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무와 그늘과 풀밭, 그리고 사람들

잔디 공원에서는 특별히 할 게 없습니다. 그저 잔디를 깔고 앉아서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쉼이 되고, 휴식이 되고, 마음이 힐링되니까요. 젊은 시절엔 풀밭 한가운데 나무에 기대 책을 읽는 게 그렇게 낭만적으로 느껴졌어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렇게 푸르게 펼쳐진 잔디밭을 보면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듭니다.

 

풀밭 사이로 난 길 위에서 퀵보드 타는 아이

여기는 아이들의 천국입니다. 퀵보드를 타는 아이들부터 축구공을 차는 아이, 아빠와 함께 연을 날리는 아이, 마냥 뛰어다는 아이, 부모가 끄는 유모차를 타고 세상 구경을 하는 아이, 그 속에서 잠든 아이……

 

풀밭 위의 공

풀밭을 뛰고 굴리며 웃고 떠들어대는 아이들을 보니 얼마 전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난 아이가 떠오릅니다.

 

“넌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니?”

내가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놀이터에서 뛰어 놀 때요.”

아이가 행복한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놀이터에서 뛰는 거 말고 또 다른 건?”

내가 또 물었습니다.

“없어요. 뛰어노는 게 제일 좋아요.”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놀이터에서 놀이기구는 안 타니?”

“저는 안 타요. 동생은 미끄럼틀 타는 거 좋아해요.”

 

“너는 왜 아무것도 안 타니?”

“저는 그냥 뛰는 게 제일 좋아요.”

 

아이는 그냥 뛰는 게 제일 행복하다고 말하며 밝게 웃습니다. 그 아이에겐 뛰는 게 왜 그렇게 좋을까요? 잠깐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사실 그 아이는 뛰지 말라는 소리는 매일같이 듣고 살았을 테니까요. 아파트에 살다 보니 층간소음 때문에 집안에서는 절대 뛰지 말라고 하고, 아파트 단지나 주차장이나 할 것 없이 차들 때문에 위험하니 뛰지 말라고 하고, 학교에서도 체육 시간이 아니면 결코 뛸 수 없을 테니까요. 체육시간에도 뭔가를 배우기 위해 운동을 하지만 마냥 뛰어놀지는 않을 테니까요.

 

아무 생각 없이 아무런 걱정 없이 그냥 뛰어노는 것. 맘껏 뛰면서 소리 지르고 도망치고 잡고…… 술래잡기, 수건 돌리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런 놀이들도 그저 뛰다가 생겨난 것들이겠지요. 별다른 규칙 없이 뛰고 달리고 잡고 구르고… 그것이 뭐가 그리 좋은지 마냥 웃고 즐거워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어른이 되고서 그냥 뛰는 게 즐겁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네요.

 

이렇게 한눈에 펼쳐진 잔디밭을 보니 나도 그 아이처럼 마냥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상을 다 가진 마음으로 풀밭 끝에서 끝까지, 풀밭 가장자리를 한 바퀴 두 바퀴.

 

풀밭 옆으로 산책길이 따로 나 있습니다. 조금은 한적하다고나 할까.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따라 길을 걷습니다. 나무들 잎사귀 끝에서 가을이 물들고 있습니다. 마치 달의 한쪽 모서리를 다른 색으로 칠한 듯이 이파리 끝에서부터 단풍이 들고 있습니다. 곧 이파리가 노란 반달이 되고 붉은 보름달이 될 것입니다. 다음주나 그다음 주엔 아주 단풍이 짙게 물들겠지요.

 

산책로, 가을로 물들기 시작하는 나무들

아직 시원한 바람이 불지 않고, 따스한 햇살에 등에 살짝 땀이 배지만 여름과 다른 공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요즘은 가을이 너무 짧아 금방 겨울이 되곤 합니다. 짧은 가을을 제대로 즐기려면 좀 더 일찍 가을맞이에 나서는 것이 좋겠죠. 단풍 시기를 잘 맞춰 등산이나 산책을 준비하면 좋을 듯합니다.

아기자기한 산책길 놀이터

아, 여기는 반려견 놀이터입니다. 사실 집안에서 답답하게 지내기는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동물들이야 말로 바깥에서 뛰면서 노는 게 가장 즐겁고 행복한 것 아니겠어요. 집안에서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것은 사람들에겐 기쁨을 주는 일이지만 늘 집에만 있고, 밖에 나와서도 목줄에 매여 있는 게 동물들에게 뭐 그리 즐겁고 행복한 일일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1년 중 며칠만이라도 드넓은 잔디밭에서 뛰어놀게 해주면 정말 좋겠죠. 유기견을 보호하고 분양하는 곳도 있네요. 

 

반려견 놀이터

 

사랑하는팻, 잃어버리지 마세요!
반려견 놀이터
반려견 놀이터

생태하면 습지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여기에도 공원 한편에 넓지는 않지만 습지가 있습니다. 공원 외곽과 중심부를 연결하는 데크 아래로 있는 습지에 장마로 물에 꽤 차올랐습니다. 멀리서 보면 유럽의 어느 시골 농장 분위기입니다. 두 개의 야트막한 언덕을 잇는 데크와 무성한 풀들 그리고 작은 습지. 하늘은 푸르고, 태양은 빛을 폭발하고, 흰 구름은 낮게 깔렸습니다. 이런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즐거움에 즐거움을 더하는 것입니다.

 

습지 위 다리
두 개의 태양 빛, 물에 반사 되어 빛나는……

오늘은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사진 찍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온통 햇빛입니다. 장마가 길었고, 비 오는 날이 잦았는데 이렇게 강한 햇빛 아래 산책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입니다. 나무와 풀밭 사이로 난 길을 걷고 있으면 세상 걱정 근심거리는 다 사라지는 듯합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긴 하지만 코로나도 여긴 없는 듯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아픈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이렇게 풀밭에서 뛰고 굴리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면 정말 푹 잘 수 있을 것 같고, 건강한 날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풀밭 위의 쉼, 잠, 꿈

아, 저기엔 돗자리를 펴고 정말 꿀잠을 자고 있는 가족이 있습니다. 아빠와 엄마와 딸, 세 사람은 곁에서 사람들이 떠들고 난리인데도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살랑대는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 잠을 더 깊은 곳으로 데려가 주는 것일 테지요. 나무 그늘에는 심플한 텐트를 치고 누운 사람들을 여럿 볼 수 있습니다.

 

취사를 할 수는 없지만 집에서 싸온 갖가지 피크닉 음식들을 꺼내놓고 즐겁게 먹는 모습들도 보입니다. 공원 매점에서 커피와 음료를 다양하게 살 수 있으니까 가을 소풍을 나와서 먹고 마시는 일이 행복할 수밖에 없겠죠. 사실 공원 매점도 매력이 꽤 있습니다. 여러 가지 군것질거리를 팔고 있으니까요. 아이들에겐 천국이랄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식탁

아, 생태공원 한편에는 바비큐 파티장이 있습니다. 지금은 쉬고 있지만 가족이나 단체가 신청을 하면 파티장을 빌려 바비큐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야외에서 구워 먹는 고기란 세상 맛있죠. 이런 곳에서 먹으면 ‘인생고기’가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코로나가 빨리 물러가야 할 텐데. 과학자들은 바이러스 먹는 하마 같은 걸 빨리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먹고, 놀고, 쉬고, 잠들고. 이곳에서는 세상 모든 평화와 안식이 어우러져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푸르고 쉴 만한 풀밭

문암생태공원은 가을 소풍을 오기엔 정말 적당한 곳입니다. 아이들이 아무 걱정도 위험도 없이 마음껏 뛰놀 수 있고, 어른들에게 낮잠을 즐길 만큼 편안한 휴식을 주고 자연이 만드는 계절을 색깔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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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그늘, 그림자, 비행기 놀이하는 아이

공원을 한 바퀴 산책하고 나니 오후 5시가 넘었습니다. 이제 일몰을 구경하러 가야 할 시간입니다. 오후 내내 강렬했던 태양이 물러가면서는 어떤 그림을 그릴지 궁금해집니다.

 

문암생태공원 나오는 길, 나무와 풀밭과 길

 

붉은 저녁노을을 보러 청주 정북동 토성을 향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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