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네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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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어네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by 브린니 2020. 9. 10.

1898 미국에서 태어난 헤밍웨이는 1,2 세계대전 후의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이라 불리는 전후 작가 그룹에 속합니다. 그대로잃어버린 세대라는 것은 확신을 가지고 믿어왔던 기존의 가치 체계와 질서에 대한 신뢰를 잃고 방황하는 세대라는 뜻입니다.

 

헤밍웨이는 낱말의 의미를 자제력이나 책임감, 규모 있는 생활 습관이나 규칙 없이 쾌락적이고 목적의식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여겨 처음에는 싫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모든 인간은 무엇인가에 의해 버림받은(lost by something) 존재라는 인식이 깊어지면서 명칭을 받아들이고 애정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소망 혹은 믿음을 잃은 자들은 낙원을 잃어버린 자와 같은 존재의 현실을 불현듯 인식하곤 합니다. 실존주의가 우리에게 가르쳐준던져진 존재라는 낱말 또한 같은 의미를 줍니다.

 

서양 역사를 꿰뚫어 혁신을 거듭하면서 낙관주의를 이끌어온 기독교적 휴머니즘의 민낯이 전쟁을 통해 낱낱이 드러나면서 과거 문명 형성기의 피비린내 나는 정복전쟁과 조금도 다를 없는 혹은 심한 잔인성이 세계를 짓밟을 , 헤밍웨이와 같은 날카로운 인식을 소유한 작가들은 인간의 고결함에 대한 실패를 맛보며 처절한 절망에 거하게 됩니다.

 

실패의 경험 속에 그래도 인간이라면 마땅히 무엇을 해야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바로 <노인과 바다>라는 작품으로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작품은 인간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없는 부조리한 운명과 역사에 대항하여 인간이 취할 있는 최후의 도덕적 행동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그의 문학의 정점에 있다고 있습니다.

 

작품이 1953년에 퓰리처 상을, 1954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있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인간의 무의미한 노력의 가치가 바로 인간성이 추구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윤리적 행동이었음에 대해서 어린 소년의 눈물로 위로하는...... 아프고 안타까우나 앞에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을 만큼 숭고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노인은 이상 세상에 미련이 없는 나이입니다. 회한이 있을지언정, 다한 열정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지언정, 언제 세상을 떠나게 된다고 해도 그리 미안할 것도 못내 떠날 것도 없는 부류의 인간입니다.

 

또한 그런 마음이 있는 것은 살아온 삶에 대한 수많은 경험과 환희와 아픔과 고통, 그리고 지혜가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고락을 지나다보면 기쁨과 슬픔이란 동전의 양면처럼 맞닿아 있으며, 고통과 평안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치 손바닥을 뒤집듯이 고통과 평안이 손쉽게 뒤바뀌곤 한다는 것을 노인은 알게 되는 나이입니다.

 

책의 도입부에서 노인은 벌써 팔십사일 동안이나 고기를 마리도 잡지 못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간 만큼 보상도 따라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인생을 아무리 열심히 견디며 살아도 또다시 찾아온 오늘은 똑같은 기근과 가난을 주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처음 사십일을 함께 했던 소년의 부모는 노인이 이제 운수가 끝장나서 최악의 불운을 만난 살라오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소년을 다른 고깃배에 타게 합니다. 이제 노인의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습니다.

 

흔히 고난 가운데 있는 사람에게 우리는 바닥을 치고 나면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위로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미 노인에겐 올라갈 시간도 가능성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런 존재가 노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인에 대한 소년의 사랑은 여전합니다. 소년은 부모가 헤어지게 했어도 노인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고 커피를 건네며 행운을 빌어줍니다. 소년은 노인의 마음에 품은 소망입니다. 생의 끝무렵에는 남는 자에 대한 애정이 샘솟듯 하는 법입니다. 하나뿐인 인생, 다시 되돌릴 없는 인생의 끝에 서면 못다 회한이 소망이 되어 어린 소년에게로 흘러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소년은 다른 노인의 모습입니다. 늙고 처참하게 남겨진 생의 주름살과 같은 자신을 불쌍히 여기고 연민어린 눈으로 따스하게 보살피며, 마지막 때에 안심하고 떠나가라고, 못다한 삶의 소망은 살아남아 다시 새롭게 살아갈 거라고 위안하는 다른 자아입니다.

 

그래서 노인은 어린 소년의 보살핌을 기꺼이 받을 있는 것입니다.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가녀린 소망이 험악한 세월을 살아온 자신을 위해 울어주는 것이니까요. 눈물의 애정을 기꺼이 받으며 노인은 마지막 길을 있는 것입니다.

 

노인의 마지막 전투는 바다에서 이루어집니다. 혼자서 고기를 잡으러 나가 거대한 물고기를 만나 사투를 벌이면서 일어나는 그의 상념이 전체의 내용을 차지합니다. 그는물고기야, 죽을 때까지 너와 함께 있으련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저것도 아마, 끝까지 나와 함께 있겠지.’

 

물고기는 점차 하나의 인격으로 묘사됩니다. “ 너를 사랑하고 굉장히 존경한단다. 하지만 오늘 안으로 죽이게 거야.” 그리고 생각합니다. ‘물고기는 형제다. 하지만 그를 죽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기운을 유지해야 .’

 

그렇게 고독한 시간의 투쟁을 하면서 그는 바다를 둘러 보며 망망대해에 얼마나 홀로 있는가를 깨닫습니다. 동시에 그는 바다에서는 어떤 것도 결코 혼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 지능에 맞서고 있는 물고기의 모든 훌륭한 자질을 갖춘 물고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쳐 잠을 자고 싶어하면서 만약 잠을 있다면 사자 꿈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다른 것이 사라진 다음 사자만이 거의 홀로 남아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합니다.

 

물고기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식량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사람들이 물고기를 먹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의심합니다. 물고기의 태도나 그것이 지닌 굉장한 위엄으로 보아 아무도 그런 자격을 가졌을 같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고기와 싸우는 시간 동안 밤과 낮이 계속되면서 그는 개의 꿈을 꾸는데, 중에 사자가 황혼 속에 해변으로 걸어 내려오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이어 마리의 사자들이 내려오고 모습을 노인은 행복하게 바라봅니다.

 

싸움을 거듭하면서 지친 노인은 거꾸로 물고기가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죽이려 하고 있어, 물고기야, 너에겐 그럴 권리가 있지. 지금까지 너처럼 훌륭하고 아름답고 침착하고 고귀한 일이 없으니까. , 죽여 . 우리 누가 누구를 죽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해, 형제야.’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다짐합니다. ‘사나이답게 고통을 당하는 거야. 아니면 물고기답게.’ 그러곤 치열한 싸움 끝에 물고기를 잡아 배에 묶고 돌아가는 항해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항해를 하면서 노인은 생각합니다. ‘물고기가 나를 데리고 가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물고기를 데리고 가는 것일까.’

 

와중에 상어떼들이 물고기의 살점을 뜯어먹기 위해 계속 달려듭니다. 상어의 머리를 내리치며 싸우고 싸우지만 결국 물고기는 물어뜯겨 피가 흐릅니다. 상어가 물고기를 물어뜯을 노인은 마치 자기 자신이 뜯기는 듯한 느낌을 가집니다. 그래서 피흘리는 물고기를 보기 싫어집니다.

 

이때 유명한 구절을 노인이 말합니다. 인간은 파괴되어 죽을 수는 있지만, 패배할 수는 없어.” 그러곤 죽을 때까지 싸우겠어라며 계속 달려드는 상어떼들과 맞섭니다. 그러나 결국 그는 패배한 것을 알게 됩니다. 물고기는 뼈만 앙상하게 남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그는 모든 것을 초월해 있었고, 다만 배가 물고기의 무게를 벗자 매우 가볍게 달리고 있다는 것을 의식합니다. 노인은 생각합니다. ‘바다에는 우리의 친구와 적들이 있지. 패배하고 나면 모든 쉬워져. 이렇게 쉬운 줄을 몰랐지. 그런데 무엇이 나에게 패배를 줬지? 무엇도 아니야. 내가 너무 멀리 갔던 거야.’

 

돌아온 노인을 반기는 것은 어린 소년의 눈물입니다. 소년은 끊임없이 노인을 사랑하고 보살피고 눈물을 흘립니다. 소년의 곁에서 노인은 잠이 듭니다. 노인은 사자의 꿈을 꾸고, 자는 노인을 소년이 앉아서 지켜 봅니다.

 

소년은 땅에 버려진 인간의 고통을 바라보는 천사처럼 눈물을 흘리며 곁을 지켜줍니다. 상어에게 뜯겨 뼈만 앙상하게 남은 물고기는 사력을 다한 노력에도 잡지 못한 꿈처럼 골격만 남아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실체는 사라졌습니다. 마치 노인이 꼬박 하루 하루 밤을 몸집이 어마어마한 흑인하고 팔씨름을 벌였다는 일화처럼 하나의 전설로 남을 것입니다.

 

물고기는 노인 자신이며, 평생을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부족한 자신을 채우기 위해, 상처를 받고 상처를 내면서 자기가 원하는 자신을 낚으려 살아갑니다. 그러나 사투 끝에 목적을 성취한 하지만 상어떼들에게 뜯어먹히는 것처럼 으르렁대는 수많은 운명의 고통들에 찢기고 뜯깁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마리의 사자가 되기를 언제나 바라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패배하지만 패배할 없는 것입니다. 현실은 끊임없는 위험과 조롱 속에 우리를 내몰지만 언제나 사자로서의 위엄을 갖추고 직시하며 포기하지 않는 것만이 인간이 있는 최선의 길입니다.

 

고통이 엄습하는 밤바다에서 홀로 고독한 싸움을 싸우는 모든 이들의 사투를 바라보며 소년처럼 따스하게 울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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