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데이트하기 좋은 곳 ― 청주 수암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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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일상생활

가을날, 데이트하기 좋은 곳 ― 청주 수암골

by 브린니 2020. 9. 5.

청주 수암골

충북 청주시 상당구 수동로 15-4

 

 

 

 

짧은 오후 데이트의 즐거움 & 달달한 사랑과 소소한 행복 : 벽화마을, 카페 거리, 드라마 촬영지에서

 

 

가을날 오후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코로나, 장마와 폭염으로 주말을 주말답게 느껴본 적이 없는데, 와우! 파란 하늘이 보이고, 뭉게구름이 피었습니다. 청주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잠시 다녀올 만한 곳을 찾았습니다.

 

수암골, 벽화마을. 카페들이 골목을 메우고, 드라마 촬영지까지 둘러볼 수 있는 곳.

 

청주 시내 한복판을 가로 질러 수암골로 향합니다. 길가엔 키 크고 푸른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늠름하게 서 있습니다. 시원하게 뚫린 길을 따라 도착하니 수암골 벽화마을 입구입니다. 배가 고파 간단히 먹을 곳을 찾아 둘러봅니다.

 

영광이네 국수전문점

영광이네, 국수집으로 <영광의 재인> 드라마 촬영을 여기서 했네요. 잔치국수는 언제 어디서 먹어도 잘 어울리죠.

 

포메인PhoMein, 베트남 쌀국수집인데 칼칼한 국물이 땡길 때는 그만이죠.

 

수암골 언니네 분식, 떡볶이에 어묵과 김밥, 최애 먹거리입니다. 아, 순대까지.

 

파브리카FABRICA, 화덕 피자와 스파게티, 거기에다 탁 트인 전망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죠.

 

화덕피자와 파스타 그리고 전망, 파브리카

엔다이닝, 피자와 파스타, 돈가스와 김치볶음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야외 테라스도 있습니다. 맛은 적당하고 가격도 나름 겸손한 편입니다. 오늘은 휴일.

 

엔다이닝, 김치볶음밥을 만드는 식당?

어쨌든 간단히 배고픔을 면하고 카페들을 둘러봅니다.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카페 구경은 늘 설렙니다.

 

상상으로 커피 즐기기! 다들 한번쯤은 해보셨죠?

 

커피를 내릴 때 나는 소리와 뜨거운 수증기, 그리고 진하고 구수한 커피 향까지. 머릿속에서 제조하는 나만의 커피. 진하게 내린 에스프레소. 언제나 가까운 친구 같은 아메리카노. 부드럽게 즐기려면 우유를 가슴높이까지 넣고, 벌꿀을 조금 탑니다. 라떼는 말이야!

 

좀 더 풍부하게 즐기려면 생크림이나 우유 거품을 얹고 초코 소스나 계피가루까지 뿌리면 와우, 카푸치노나 모카치노 등으로 변신할 수 있죠. 커피를 만드는 동안 내내 퍼지는 커피향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감을 선사합니다.

 

그날, 제주 ― 제주에 온 듯한 느낌을 느끼게 하는 실내 분위기. 돌하루방이 서 있고, 바닥에 작은 돌이 깔려 있고, 진짜 귤나무와 남쪽에서 자라는 나무들도 곳곳에 있습니다. 당연히 야외 테라스에선 바람을 맞을 수도 있죠. 제주 바람은 아니고 청주 바람.

 

크레더스, 달콤한 마카롱과 쿠키, 케이크

커피 트레더스TRADERS  ― 디저트 카페로 커피와 함께 마카롱과 쿠키, 각종 케이크를 즐길 수 있죠.

 

타로카페 오드

오드ODD ― 카운슬링이라고 쓴 빨간색 간판에 흰 글씨가 눈에 띄었습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 들지 않으세요? 나를 모르는 사람한테 가서 속내 이야기를 몇 시간 떠들고 싶다는 그런 느낌. 하지만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 조곤조곤 일상을 나누는 것이 더 따스하고 포근하다는 것도 우린 알고 있죠. 타로카페라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립니다.

 

흰 건물, 흰 테이블 아비앙또

아비앙또a bientot ― 흰 색 건물이 마음을 끌어당기는 카페. 단아한 흰 색 테이블과 나무의자가 인상적입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꽃들도 예쁘고요.

 

푸르고 흰 ash

ash ― 입구에 출입문이라고 써 있는 친절한 카페. 벽 앞에 손 모양의 의자가 있는 배려하는 카페. 아기자기한 소품 가득하고 야외 테이블에서 청주 시내 야경 구경을 하면 분위기를 최고로 즐길 수 있는 카페입니다.

 

손의자에 기대 보세요!

아, 걸어가면서도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편의점 커피도 있구요. 이 편의점에는 따로 카페용 룸이 하나 있는데  즐길 수 있는 6인용 테이블도 있답니다.

 

인스턴트 커피의 백미 편의점

에이블able 703 ― 브런치와 음료를 같이하면 할인하는 세트 메뉴가 눈에 띄고, 아메리카노 위에 하얀 휘핑크림을 듬뿍 얹은 옛날엔 비엔나커피, 요즘엔 아인슈페너로 부르는 커피도 추억을 소환합니다.

 

뭐든 다 팔 것 같은 커피전문점 able703

보보스 호프 ― 치킨과 함께 여러 가지 맥주를 즐길 수 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갖가지 색깔의 바람개비와 빨간 우체통 그리고 사람 같은 인형이 손님을 반기고 있습니다. 빨간 우체통은 이곳에서의 느낌을 누군가에게 남기라는 뜻인 모양입니다.

 

데이트의 완성, 치맥 - 보보스!

풀문 ― 보름달. 달이 가득 찬 곳. 혹시 늑대인간이라도 나오는 걸까요? <제빵왕김탁구>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냥이 출판사 ― 이곳은 뭐하는 곳일까요? 고양이에 관한 책을 만드는 곳인가 봐요. 들어가서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묻고 싶은데 오늘은 일요일, 쉬는 날. 빨간 대문이 너무 예쁜 곳입니다.

 

냥이 출판사

오지 OHJI ― 건물 하나가 전부 다 카페입니다. 각 층마다 특징이 있고, 맨꼭대기 루프탑에 테이블이 있어 청주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카페 골목에선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있죠.

 

독특한 외관과 탑루프가 특징 - 오지

비긴어게인3에서 옥상 테라스에서 야외 버스킹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잊을 수가 없어요. 아래로는 석양이 지고 어둠이 깔리는 이태리의 밤바다가 펼쳐지는데 건물 꼭대기에서 열린 음악회는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그리고 박정현의 美친 목소리. 아, 정말 그런 공연에 초대받아 야외 카페에서 멋드러지게 차린 저녁만찬과 차를 마시며 가을밤의 풍미를 느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카페거리 최고의 전망, 오지

에피파니EPIPHANY ― 이곳은 카페는 아니고, 카페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이피파니

청주시 상당구 수암로36번길 6, 여기엔 카페 3곳이 모여 있습니다.

 

3층 3카페

1층 ― 에니멀빌리지Animal Village 살아 있는 동물들을 만나서 직접 먹이도 줄 수 있는 카페. 어린이와 함께 오면 더 좋겠죠.

 

2층 베로니카VERONICA ― 장식품이 멋드러진 카페. 화장실도 멋을 부린 카페.

 

3층 그랜마더GRANDMOTHER ― 드라이플라워 장식이 여기저기에 널려 있어요. 3층 높이로 통유리 밖을 볼 수 있어 전망이 좋고,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바깥 풍경을 즐길 수 있죠.

 

카페 설명 표지판, 카페 오르는 계단

 

청주 수암골 카페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 야외 테라스가 있고, 거기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테이블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석양이 질 때면 더욱 멋이 있겠죠. 도시 한복판에 있는 카페들은 대개 실내에서 커피를 마시지만 여기는 바깥에서도 커피를 즐길 수 있어 훨씬 탁 트인 전망과 함께 마음도 조금 더 열린다고나 할까요? 더욱이 요즘처럼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는데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훨씬 속편하게 말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젠 집집마다 벽화를 그려놓은 마을 골목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벽화골목으로 내려가는 길

이곳은 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너무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는 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주제로 다양하게 그려놓은 벽화들이 아기자기하게 골목을 꾸미고 있네요.

 

제일 먼저 만나는 민화풍의 그림들이 소박하고 예스러운 멋을 풍깁니다. 

 

새벽을 깨우는 닭
새벽 일을 시작하는 농부

가족을 소재로 한 따스한 그림들이 벽을 둘러 집을 감싸고 있습니다.

 

동지섯달 이불 속에서, 남매들
아이를 품고 있는 어머니
가족의 일상
어머니를 기억하는 가족들

곰 한 마리가 녹아내리고 있는 얼음 한 덩어리 위에서 떨고 있네요. 지구를 살려주세요!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죽어가고 있는 지구를 구해달라는 소원을 담은 그림입니다.

 

북금곰을 살려주세요!
우리는 지구에 충실해야 한다!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그림으로 그린 풍경風磬 인가요?

 

그림 모빌

피에로가 지휘를 하고, 카페에서 중년신사가 신문을 읽고 있습니다. 집의 창문 쇠창살과 des Arts란 글씨가 언밸런스하게 어울립니다. 낡은 집을 유럽풍 카페로 만드는 신비한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낡은 집도 유럽풍의 카페로!

아, 젊은 신사가 프로포즈를 하고 있네요. 빨간 장미 한 송이를 내밀면서 무릎을 꿇고 사랑을 고백합니다. 화려하지 않은 골목에서의 청혼이지만 소박하고 진솔한 사랑 고백에 처녀의 마음이 움직였을 것 같네요. 저기 비어 있는 벽에 서 보세요. 장미를 받는 처녀처럼. 사진 한 장 찰칵!

 

프로포즈

오호, 여기 이런 그림도 있네요. 검은 실루엣으로 그린 샤워하는 여인. 목욕하는 처녀를 몰래 숨어서 훔쳐보는 동네 총각들이 키득거리며 창문 앞에 모여 있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벽화에 그려진 선데이 서울

뒷집은 점집이네요. 지금도 영업을 하는지 깃발이 펄럭입니다. 과거는 기가 막히게 잘 알아맞히지만 미래를 보는 일에는 서툽니다. 신께서 우리에게 미래를 아는 일을 막으셨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겸손하게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신흥사

여기는 신흥사라는 절입니다. 마을 한복판에 사찰이 있으니까 멀리 산꼭대기에 있는 절을 찾아가지 않아도 쉽게 불공을 드릴 수 있겠네요. 벽화마을에 어울리게 아기자기한 등을 달아놓았네요.

 

마실나온 동네주민이 모이는 카페 - 마실

마을 카페입니다. 여기서 마을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겠지요. 고추가 잘 말랐는지 맛이 잘 들었는지…… 누구네집 아무개 자식 녀석이 어쨌다는 얘기도……. 요즘엔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았네요.

 

고추를 말리는 처마 밑
동네 꼬마 녀석들

벽화 마을을 벗어나면 곧바로 영화촬영지들이 이어집니다. <제빵왕김탁구>를 촬영한 빵집이 보입니다.

 

팔봉 제빵집

수암골은 영화촬영지로 유명합니다. 찍은 영화와 드라마도 정말 많답니다. 영화 <은교>, <복숭아나무>, <간첩>, <신세계>, <파파로티>, <R2B:리턴투베이스>, <가문의 영광5-가문의 귀환>, 드라마 <제빵왕김탁구>, <카인과 아벨>, <영광의 재인>, <프레지던트>, 방영예정인 <캡틴>까지. 이렇게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이 작은 마을에서 촬영됐다니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수암골에서 찍은 영화와 드라마들

먹을 만한 곳도 있고, 맛있는 커피를 즐길 만한 카페도 많고, 구경할 것도 많은 청주 수암골. 다 돌아보고, 맘껏 구경해도 피곤하지 않고, 많이 걸어도 다리가 아프지 않을 만큼 그리 크지 않은 마을. 도시풍의 카페와 건물과 함께 옛날 풍경이 함께 있는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

 

멀리 보이는 고층 빌딩과 가까이 있는 한옥

벽화마을, 이 골목에 사는 사람들은 소박하고, 소소하게 나눌 줄 아는 마음을 지녔을 것 같습니다. 골목마다 화분에 식물들과 꽃들이 있습니다. 그림의 마음을 표현하고 그림으로 마음을 전하는 사람 냄새 가득한 마을입니다.

 

식물과 꽃, 그리고 벽화

가을날, 주말 오후 긴 시간을 내지 않더라도 심플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과 커피와 함께 정겨운 풍경들을 한껏 볼 수 있는 청주 수암골은 연인이나 부부, 가족끼리 소소하고 달달한 사랑과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곳입니다. 

 

가을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요즘 어디로 갈까, 고민이시면 여기, 수암골 벽화마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사랑의 데이트를 즐기시기를……

 

돌의 입맞춤

그리고 데이트의 피날레는 역시 진하고 달콤한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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