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민 콩쿠르 참가곡 <슈만의 연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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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일상생활

길병민 콩쿠르 참가곡 <슈만의 연가곡>

by 브린니 2020. 8. 31.

국가대표 베이스-바리톤 길병민은 국어선생님으로 어울린다는 뛰어난 언어구사력과 문학적 감수성을 보여주며, 탁월한 해석으로 연주에 아름다운 표현을 덧입히는 성악가로 유명합니다. 그런 그에게 슈만의 가곡은 몸에 맞는 옷처럼 어울립니다.

 

독일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 철학과 문학에 기초를 두고 음악과 시를 하나로 융합시키려 하였습니다. 슈베르트의 음악을 계승하여 독일 가곡을 더욱 세련된 수준으로 발전시켰는데, 특히 클라라와 결혼한 해인 1840년은 가곡을 125곡이나 작곡하여가곡의 라고 불립니다.

 

길병민이 2019 미리얌헬린 콩쿠르에서 부른 슈만의 연가곡 또한 1840년에 작곡한 <리더크라이스Liederkreis Op.39> 1,2,3,4,6,9,12 곡입니다. 작품은 시인 아이헨도르프(J. Eichendorff 1788~1857) 시집 6권에서 12편을 골라 연가곡 형식으로 작곡한 것입니다.

 

낭만주의 사조는 산업혁명 이후로 시민 계층이 성장하면서 개인의 자유로운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며 계급적 사회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나은 세계로의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현실 세계를 초월한 영원의 세계와 이상향을 추구하면서 예술과 개인의 개성과 주관을 강조하려는 특징을 지닙니다.

 

이렇듯 낭만주의 예술가들은 개성을 존중하고 자유를 추구하면서 무한한 것을 생각하고 상상하고 추구하면서 동경한다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길병민 역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한한 현실 속에서 무한한 것을 추구한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해왔습니다. 그는 초월적인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수차례 노래해왔습니다.

 

고전주의가 균형있는 배분으로 명료하고 투명한 순수 음악을 추구한다면, 낭만주의는 선율, 화성, 리듬, 박자 등의 균형잡힌 요소를 의식적으로 깨뜨리려는 자유로운 경향 지닙니다. 길병민 역시 세계적인 성악가로 인정받기 시작한 자리에서 돌연 크로스오버라는 자유로운 음악 형태를 추구하면서 영국 로열오페라단에 사표를 던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그가 슈만의 연가곡을 어떻게 표현해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2015년부터 베이스 공부를 시작해 베이스-바리톤으로서의 음역대를 만들어간 그가 2019년에는 더욱 세련된 성숙함을 보여준다는 것을 느낄 있습니다.

 

먼저 1 <타향에서(In der Fremde)> 가사는 이렇습니다.

 

Aus der heimat hinter Den Blitzen rot

번쩍이는 붉은 불빛 너머 내 고향에서

Da kommen die Wolken hier

구름이 이곳으로 밀려오는구나

Aber Vater und Mutter sind lange tot

그러나 부모님 오래전에 돌아가시고

Es kennt mich dort keiner mehr

거기선 이제 아무도 날 알지 못하지

Wie bald, ach wie bald kommt die stille Zeit

언제쯤이나, 아 언제쯤이나 고요의 시간이 찾아올까

Da ruhe ich auch

그럼 나도 쉴 텐데

Da ruhe ich auch

그럼 나도 쉴 텐데

Und Über mir rauscht die schöne Waldeinsamkeit

그리고 아름다운 숲의 외로움이 내게로 밀려오겠지

die schöne Waldeinsamkeit

아름다운 숲의 외로움이

Und Keiner kennt mich hier

그리고 여기서도 나를 아는 이 아무도 없으니

Und Keiner kennt mich hier

그리고 여기서도 나를 아는 이 아무도 없지

 

고달픈 타향에서의 , 그리고 부모님이 돌아가신지 오래여서 고향에서도 기억하지 못하고 떠나온 이곳에서도 아무도 나를 아는 없으니 얼마나 고독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외로움도 지나치면 사람이 지친다는 것을 아는 이의 노래가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길병민은 고요히 눈을 감고 고향과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듯이 연주를 시작합니다.

서정적인 노래이지만, 지친 감정을 표현하면서그럼 나도 텐데라고 반복할 때는 감정을 고조시킵니다.

그러나 그런 슬픔마저 알아줄 없는 숲의 외로움 속에서 나를 알아줄 아무도 없다고 혼잣말을 되뇌이며 고개를 숙입니다.

번째 2 <간주곡(Intermezzo)> 가사는 이렇습니다.

 

Dein Bildniss wunderselig Hab’ ich im Herzensgrund

내 맘 깊이 자리한 신비한 너의 얼굴

Das sieht so frisch und fröhlich Mich an zu jeder stund

생기있고 기쁘게 보이네 언제나 나를 바라보고 있네

Mein Herz still in sich singet ein altes, schones Lied

내 마음에 고요히 흐르는 한 아름다운 옛날 노래는

Das in die Luft sich schwinget und zu dir eilig zieht

허공을 맴돌며 성급히 너를 매혹시키네

Dein Bildniss wunderselig Hab’ ich im Herzensgrund

내 맘 깊이 자리한 신비한 너의 얼굴

Das sieht so frisch und fröhlich Mich an zu jeder stund

생기있고 기쁘게 보이네 언제나 나를 바라보고 있네

 

첫곡의 슬픔과는 달리 번째 곡은 웃음으로 기쁘게 시작합니다. 외로움 속에도 신비로운 얼굴 하나가 마음에 있어 위로합니다.

다시 한번 깊이 자리한 신비한 너의 얼굴 반복할 때의 간절한 희구를 담은 표현은 눈앞에 정말 누군가의 홀로그램을 띄워놓은 것처럼 몰입도가 놀랍습니다. 마음속에 고요하게 맴도는 노래는 사랑을 갈망하며 허공을 떠돌고, 그리운 얼굴을 향한 사랑으로 아련히 바라보는 눈빛이 애잔합니다.

번째로 3 <숲의 이야기(Waldesgespräch)> 가사는 남자와 여자의 대화체로 쓰여져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에게 이끌려 다가서는 남자는 여자의 정체를 발견하고 흠칫 놀랍니다.

 

“Es ist schon spät, es ist schon kalt

“이미 날은 저물고 추운데

Was reit’st du einsam durch den Wald?

어째서 당신은 숲 속을 외로이 달립니까?

Der Wald ist lang, du bist allein,

숲은 깊고 당신은 혼자이니

Du schöne Braut! ich führ’ dich heim!“

아름다운 신부여! 내가 당신을 집으로 안내해 드리지요!“

 

“Gross ist der Männer Trug und List,

“남자들의 기만과 술수는 대단하지요

Vor Schmerz mein Herz gebrochen ist,

괴로움으로 내 마음은 찢어졌어요

Wohl irrt das Waldhorn her und hin, Oflich’!

뿔피리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니, 오, 달아나요!

Du weisst nicht, wer ich bin.“

당신은 내가 누군지 몰라요.“

 

“So reich geschmückt ist Ross und Weib,

아름답게 꾸민 말과 여인,

So wunderschön, der junge Leib

젊은 육체는 이렇게 아름다운데

Jetzt kenn’ ich dich, Gott steh’ mir bei!

이제야 당신을 알았소, 하나님 맙소사!

Du bist die Hexe Loreley!“

당신은 바로 마녀 로렐라이!“

 

“Du kennst mich wohl

“그대는 나를 알아보는군요

Von hohem Stein Schaut still mein Schloss tief in den Rhine

높은 바위 위에서 나의 성은 조용하게 라인 강을 내려다보고 있죠

Es ist schon spät, es ist schon kalt,

이미 날은 깊어 추우니

Kommst nimmermehr aus diesem Wald!“

당신은 결코 이 숲을 나가지 못해요!“

 

먼저 남자는 숲속을 외로이 달리는 여인에게 다가가 집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말합니다. 이때 길병민은 의뭉스럽고도 유쾌한 표정과 목소리로 여인에게 다가서는 남성의 모습을 표현합니다.

그러나 여인은 남자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때 여인의 말을 길병민은 조금 여린 소리로 가볍게 표현합니다. 여인의 말이 재미있습니다. 이미 남자들이 다가설 때의 속마음을 알며 때문에 상처받았다는 것만 보아도 보통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하나님, 맙소사, 여인은 로렐라이 언덕의 마녀였음을 남자는 깨닫습니다. 이때 길병민은 찡그리고 놀라는 다양한 표정과 목소리로 재미나게 곡을 표현합니다.

결국 여성은 정체를 드러내고 자신의 손아귀에서 결코 빠져나갈 없을 거라고 남자에게 엄포를 놓습니다.

느닷없이 로렐라이 마녀가 등장할까요? 심리학자 C.G.융은 모든 남성의 무의식 속에는 여성상이 있는데, 가지 대극의 형태를 띤답니다. 한쪽 끝은 순결하고 고귀하며 무한한 사랑을 주는 성녀나 어머니의 이미지이고, 다른쪽 끝은 음험하고 유혹적이며 파멸로 이끄는 마녀 혹은 음녀의 이미지라고 합니다.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남자에게는 번째 곡에서 나타나듯 신비하고 아름답고 그리운 마음 여성이 있는가 하면, 번째 곡에서 나타나듯 현실 속에서 자신을 얽어매는 마녀와 같은 여성도 있게 마련입니다. 또한 방랑의 과정일 것입니다.

 

그리움과 두려움 속에서 고독한 방랑을 하는 남자의 번째 노래, 4 <고요(Die Still)> 가사는 이렇습니다.

 

Es weiss und räth es doch keiner,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네,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Wie mir so wohl ist, so wohl!

아, 한 사람, 단 한 사람만 알아준다면

Nur Einer, kein Mensches sonst wissen soll!

더는 아무도 원하지 않네!

So still ist’s nicht draussen im Schnee,

밖에 눈이 내려도 이처럼 고요하지는 않네

So stumm und verschwiegen sind die Sterne nicht in der Höh’

아주 조용하고 말없이 하늘 높이 빛나는 별들처럼, 내 마음속에 있네

Als meine Gedanken sind Ich wünscht’,

원컨대 나는 한 마리의 작은 새가 되어

Ich wär’ ein Völglein und zöge über das Meer

바다 위를 건너서, 즐거이 바다 위에서,

Wohl über das Meer und weiter, bis dass ich im Himmel wär

더 멀리, 하늘에 이를 때까지!

Es weiss und räth es doch keiner,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네,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Wie mir so wohl ist, so wohl!

아, 한 사람, 단 한 사람만 알아준다면

Nur Einer, kein Mensches sonst wissen soll!

더는 아무도 원하지 않네!

 

부분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네,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라는 부분은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표현합니다.

하지만 사람만 나를 알아준다면 더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는 마음은 가슴에 손을 얹고 진심으로 노래합니다.

밖엔 눈이 내려도 마음속의 별들과도 같은 소망처럼 고요할 수는 없다는 부분에서는 눈을 창밖으로 돌리며 흘깃 내다보듯 실감나게 표현합니다.

마지막으로 한사람 나를 알아준다면 더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고 노래할 ,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고 진실된 마음을 간절하게 표현합니다.

팬텀싱어3에서 설문조사를 했을 , 만약 여자라면 참가자 누구와 사귀겠느냐는 질문에 길병민은길병민이라고 자기 이름을 적어넣어 웃음을 유발한 적이 있습니다. “다정하고 아껴주는 면에서 제일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겸연쩍게 웃던 모습이 노래 가사와 어울려 재미나면서도, 진심어린 마음으로 자신을 알아줄 여성을 기다리는 참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다음에 연주한 6 <아름다운 타향(Schöne Fremde)> 가사는 이렇습니다.

 

Es rauschen di Wipfel und schauern,

나뭇가지는 소리내며 진동하고 전율하네

Zu dieser stund Um die halb versunkenen Mauern

마치 지금 이 시간에 반쯤 허물어진 성벽의 주위에서

Die alten Götter die Rund’

고대의 신들이 원형으로 춤추듯이

Hier hinter den Myrtenbäumen in heimlich dämmernder Pracht

여기 미르테 나뭇잎 뒤에 은밀하게 밝아지는 찬란함 속에서

Was sprichst du wirr wie in Träumen, Zu mir, phantastische Nacht?

너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나, 환상적인 밤이라고?

Es funkeln auf mich alle Sterne mit glühendem Liebesblick,

내 머리 위에서 모든 별들이 빛나네

Es redet trunken die Ferne wie von künftigem

타는 듯한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득히 도취된 듯 이야기하네

Grossen Glück!

다가올 크나큰 행복처럼!

 

사람만을 원하는 마음은 줄기 빛을 발견합니다. 작곡가 슈만이 클라라를 사랑하여 줄기 빛을 발견한 것처럼, 이미 신들의 속에 예정되어 있었던 것과 같은 운명의 상대를 만나 은밀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환상적인 밤에 별들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도취된 다가올 크나큰 행복을 말해줍니다.

 

길병민은 아름다운 꿈으로 가득한 밤을 황홀하게 노래하며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는 도취된 눈빛으로 연주합니다.

그러나 슈만이 그랬듯 행복의 길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클라라와의 결혼은 클라라 아버지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슬픔의 시간이 흘러갑니다. 9 <슬픔(Wehmut)> 가사는 이렇습니다.

 

Ich kann wohl manchmal singen, Als ob ich fröhlich sei,

나는 때때로 노래할 수 있다네, 마치 즐거운 것처럼,

Doch heimlich Thränen dringen, Da wird das Herz mir frei.

남 모를 눈물이 흐르고 나의 마음은 자유를 노래하네

Es lassen Nachtigallen, Spielt draussen Frühlingsluft,

밤 꾀꼬리를 날려 보내고, 봄 향기 가득한 곳에서,

Der Sehnsucht Lied erschallen aus ihres Kerkers Gruft

몹시도 그리운 노래가 울려퍼지네, 지하의 무덤 속에서,

Da lauschen alle Herzen, und Alles ist erfreut,

거기 모두의 마음이 귀를 기울이고 모두가 기뻐하네

Doch keiner fühlt die Schmerzen

하지만 고통을 느끼는 이 없네

Im Leid das tiefe Leid

노래 속에 담긴 깊은 슬픔을

 

노래하는 이들은 자신의 삶과는 무관한 감정을 끌어내야 하는 숙명을 지닙니다. 때때로 지하의 무덤 속에 있는 것처럼 괴롭고, 속으로는 모를 눈물이 흘러도 마치 즐거운 것처럼 노래할 있어야 합니다. 모두가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기뻐하겠지요.

 

즐겁게 연주되는 노래를 들으면서 무덤 속과 같은 고통을 느끼는 사람, 노래 속에 담긴 깊은 슬픔을 느끼는 사람이 없어야 노래를 정말 잘한 것이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노래하는 이는 참으로 외롭겠습니다. 곡을 연주하는 길병민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시간을 그렇게 살아온 삶이 담겨 있기 때문이겠지요.

슈만의 연가곡은 피아니스트와 성악가의 듀엣이라고 정도로 연주자 사이에 공감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길병민의 감정이 북받쳐 눈시울이 붉어지자 피아니스트는 잠시 그에게 감정을 추스릴 시간을 줍니다. 그는 고개를 떨구고 잠시 숨을 고르고 피아니스트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띄워줍니다. 그렇게 다음 곡을 시작합니다.

결국 슈만은 클라라와의 결혼에 성공했고,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해에 수많은 가곡을 작곡합니다. 중의 하나인 마지막 12 <봄밤(Frühlingsnacht)> 가사는 이렇습니다.

 

Ueber’m Garten durch die Lüfte

정원 위로 바람이 불어오고

Hört’ ich Wandervögel zieh’n

철새들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네

Das bedeutet Frühlingsdüfte

이것은 봄의 향기를 의미하네

Unten fängt’s schon an zu blühn

땅에선 벌써 꽃이 피기 시작했네

Jauchzen möcht’ ich, möchte weinen

환호하고 싶고 울고도 싶지만

Ist mir’s doch, als könnt’s nicht sein!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Alte Wunter wieder scheinen mit dem Mondesglanz herein

옛 기억이 다시금 달빛과 함께 이리로 비쳐오네

Und der Mond, die Sterne sagen’s

그리고 달과 별이 말해주네

Und im Traume raucht’s der Hain

그리고 꿈결처럼 숲이 속삭이네

Und die Nachtigallen schlagen’s

그리고 꾀꼬리가 노래하네

Sie ist deine, Sie ist dein!

그녀는 너의 것, 그녀는 너의 것!

 

정원 위로 바람이 불어오고 꽃이 피고 봄의 향기가 시작되지만, 아팠던 기억 때문에 환호하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달과 별과 숲과 꾀꼬리가 말해줍니다. 그녀는 너의 것이라고!

 

길병민은 봄의 향기를 표현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활기찬 모습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자연 만물이 환희의 말을 전해줄 아주 힘차게 격정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드디어그녀는 너의 이라는 확인을 받을 황홀한 눈빛과 웃음을 지으며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그의 또한 외로운 시간을 거쳐 이제 사랑받을 시간이 것입니다. 그래서 힘차게 환희를 노래했지만 다음 곡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감정이 북받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마이크 앞에서 뒤로 물러나 피아노에 기대어 눈물을 닦습니다. 피아니스트는 그가 감정을 추스릴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청중을 비스듬히 등지고 서서 눈물을 닦는 그의 어깨를 다독여 주고 싶은 순간입니다. 길병민은 문학을 사랑하고 음악과 시를 일치시키고자 작곡가 슈만과도 닮았지만, 연가곡 가사의 원래 시인인 아이헨도르프와도 닮았습니다.

 

독일 낭만파의 대표적 시인 아이헨도르프는 슐레지엔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의 차남으로 태어났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가톨릭 신앙에 입각하여 신과 자연에 대한 사랑과 경건을 기조로 영원한 것에의 동경을 노래하는 서정시인이었습니다.

 

그는 부유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직업 관리로서도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어 당시 낭만파 작가들과는 달리 병적이고 어둡고 격렬하며 퇴폐적인 성향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화창한 기분과 소박하고 경건한 어조로 동경에 가득찬 꿈과 아름다운 자연, 인생, 사랑과 침묵, 이별을 노래한 시인 아이헨도르프의 정조는 길병민이 보여주는 음악과 성품의 경향과 맞아떨어집니다.

 

힘겨운 시절의 기억들이 있어 처절한 시구들에 끌리고, 꼴찌에서 일등까지 우여곡절의 파도를 타야 했지만, 여전히 도전을 즐기면서 격식에서 벗어난 자유를 꿈꾸고, 정해진 안에 갇히기보다는 틀을 넘나드는 즐거움을 기뻐하는 그는 오늘도 화창한 기분에 소박한 옷차림으로 경건한 진심을 다짐하며 연습실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금은 수많은 팬들이 연습실 밖에 운집해 그의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겠지요. 그래서 슈만의 연가곡 마지막 12번처럼 달과 별과 숲과 꾀꼬리가 그의 귀에다 대고 말해줄 것입니다. “대중의 사랑은 너의 이라고.

 

그럼 음악 감상을 시작할까요? 첫 곡은 킬피넨의 곡이고, 두번째 곡부터 슈만의 곡입니다.

areena.yle.fi/1-50165803

 

Mirjam Helin 2019 | ByeongMin Gil, bassobaritoni (KOR). Välikilpailu - Semifinal

Y. Kilpinen: Illalla (E. Leino). R. Schumann: Liederkreis (Eichendorff): 1. In der Fremde. 2. Intermezzo. 3. Waldesgespräch. 4. Die Stille. 6. Schöne Fremde. 9. Wehmut. 12. Frühlingsnacht. G. Rossini:

areena.yle.fi

 

*독일어 가사 번역: 이희섭 <Robert Schumann Liederkreis Op.39 관한 연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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