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민 협연 합창교향시 <코리아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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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일상생활

길병민 협연 합창교향시 <코리아판타지>

by 브린니 2020. 8. 16.

2020 광복절 기념 국립합창단 합창축제는 8 14일과 15 이틀간 열렸는데, 15 연주된 합창교향시 <코리아판타지>에는 팬텀싱어3 인기를 모은 국가대표 베이스-바리톤 길병민이 협연하였습니다.

 

작곡가 오병희의 창작 교향시인 <코리아판타지>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그려진 고래 그림을 우리 민족에 대입하여 고래 사냥으로 죽어간 고래들처럼 일제 식민주의의 압제에 암울한 역사를 견뎌야 했던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고, 극복과 희망을 담아 미래로 향하자는 원대한 꿈을 선포하는 내용입니다.

 

길병민은 대서사시의 핵심 부분, 일제 치하에도 굴하지 않는 <고래의 > 독창하였고, 광복을 맞아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는 마지막 <항해> 모든 합창단원들과 함께 협연하였습니다.

 

독창곡 <고래의 > 가사는 윤동주의 <서시>입니다. 일제의 억압에 짓밟혔으나 굴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분노하여 폭발하지도 않고, 여전히 별들이 빛나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 없이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하겠다는 마음, 비록 감옥에 갇혀 고통받으며 죽어가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길이라 할지라도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며 길을 걸어가겠다는, 비장하고도 아름다우며 죽음으로도 해할 없는 고결한 의지를 담은 가사가 길병민의 기품있는 목소리와 너무나도 어울립니다.

 

www.youtube.com/watch?v=rLlCLIOmYaU

 

먼저 그는 무대에 등장할 , 구슬픈 선율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추어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뚜벅뚜벅 걸어와 무대에 옆모습 그대로 곳을 응시합니다. 마치 윤동주 역할을 맡은 배우가 연기하는 연극의 장면을 보는 관객들은 처연한 모습에 숨을 죽입니다.

 

실제로 길병민을 사람들이 하나같이 말하듯 그는 영상 화면이나 사진으로 보는 모습보다 훨씬 키가 크고 늘씬하며 짙은 눈썹과 오똑한 , 선명한 턱선, 그리고 하얀 얼굴이 조명을 받아 입체적이고 빛나는 인형 같은 모습입니다. 도무지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슬림한 몸매와 넓은 어깨와 다리의 비율은 동화 속에서나 봄직한 왕자처럼 우아한 자태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천천히 몸을 돌려 관객을 향해 때에도 곡의 분위기에 맞게 고개를 아래로 숙인 조용히 곡의 소절을 시작합니다.

 

 

윤동주의 <서시>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곡을 부른 길병민의 해석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노랫말이 불려진 그대로 따라가보려 합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내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아~ 걸어가야겠다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방송에서 마이크 소리가 나오는 사고가 났을 때도 목소리로 소리가 들리게 정도로 성량이 길병민이지만, 곡은 분위기에 맞게 자신의 성량을 최대한으로 사용하지 않고 매우 절제하면서 가사에 몰입합니다.

 

스토리텔링이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말할 정도로 곡의 서사를 풍부하게 담아내기로 유명한 그는,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라는 자신을 성찰하며 나직이 읊조리듯이 연주하다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부분부터 감정을 고조시킵니다.

 

일제 강점기 폭력에 의해 죽어가는 것들, 나라와 나라를 이루는 사람 사람들, 그리도 아름다운 글을 쓰던 시인 작가들이 하나둘씩 변절해 가는 영혼의 죽음, 문학의 죽음, 시인의 죽음, 그리고 장래가 촉망되는 총명한 학우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거짓된 사상과 혁명의 도가니, 분노의 총칼과 대가로 주어지는 고문과 끝나지 않는 죽음, 죽음……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한없는 애처러움과 사무치는 안타까움, 그리고 결국 그도 대열에 합류하게 것을 아는 이의 마지막 말은 나도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뿐입니다.

 

부분에서 길병민은 도망칠 곳도 나아갈 곳도 없는 자리에 윤동주의 마음처럼 아프게 길을 걸어가겠노라 노래하는데, 거친 운명에 대한 수용의 감정이 드러나도록걸어가야겠다 마지막 고음을 강하게 내면서도 겉으로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으로 받아들이는 소리가 되도록 절제를 담아내는 표현이 압권입니다.

 

그리도 세상이 거칠게 불타오를 , 하늘의 별도 바람에 스쳐 빛이 흔들리는 모습처럼 길병민은 조용히 나직하게 노래의 마지막 소절을 읊조리면서 별을 바라보듯 눈길을 들어 멀리 응시하며 운명을 넘어서는 시인의 마지막 눈빛을 보여줍니다.

 

잠시 숨을 멈춘 관객들은 고요 속에서 깨어나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하였습니다. 본래 길병민은 환하게 웃는 웃음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곡은 연주가 끝난 후에도 분위기에 맞게 고요히 가슴에 손을 얹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얼굴에 아직도 슬픈 시인의 감정이 남아 있는 조용히 걸어 퇴장하였습니다.

 

그의 노래처럼 상처받은 고래는 묵묵히 주어진 길을 걸었고, 독립군과 민족투사들로 분장한 성악가들이 나와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며 민족의 고통을 표현하는 무대들이 이어졌습니다.

 

드디어 망망대해 넓은 바다로 나아간 고래의 꿈이 이루어져 민족의 해방을 맞게 되었고, 마지막 무대 <항해> 펼쳐졌습니다. 모든 합창단원들은 두꺼운 악보를 들고 있었지만, 오직 사람 길병민만은 악보를 손에 들지 않고 노래했습니다. 모습만으로도 참으로 당당해 보였습니다.

 

번째 곡과는 달리 무대는 광복의 환희를 노래하는 곡이기에 그는 등장할 때부터 표정이 밝아보였습니다.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문이 열린다는 가사로 곡의 포문을 여는 길병민은 처음부터 항해의 선장처럼 강렬한 눈빛으로 정면을 또렷이 응시하며 강하고 힘차게 노래합니다.

 

닫혔던 문이 열린다

닫혔던 길이 열린다

 

 

대한독립만세 소리가 합창단원들의 소리로 울려퍼지자 길병민은 선두에 지도자처럼만세, 만세라고 웅장하게 외칩니다. 합창단원들의 하모니 속에서 그의 목소리는 대포를 쏘아대는 장군 같기도 합니다.

 

성악가 손혜수는 베이스의 목소리는 투포환 같은 매력이라고 했는데, 말이 실감나게 길병민이 부르는 소절 소절은 마치 대포알 같은 투포환 수백 개가 사방으로 튀어 이리저리 공명하면서 전체 합창단의 소리를 감싸며 선두에 서서 길을 여는 같은 느낌입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서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장군처럼 자신을 몰아세우는 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곡을 연주하는 목소리야말로 마치 전쟁터에 나간 장수가 적군의 성벽을 뚫기 위해 선두에 서서 수백 개의 대포알을 쏘아대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앞에 막아선 벽은 목소리에 뚫려버릴 기세였습니다.

 

거친 바람이 불어도라고 의지를 표현하는 가사를 연주하며 악보를 들지 않아 자유로운 손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는 모습은 항해를 지휘하는 선장의 모습처럼 당당합니다.

 

 

찬란한 내일이 온다라고 희망을 노래하는 가사는 환의에 표정으로 웃음과 희망을 담아 노래하는 그의 밝은 표현력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곡은 마지막으로 고조되며문이 열린다, 길이 열린다 가사의 포문을 길병민이 터줌으로써 길의 시작을 알리는 웅장함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모두 함께만세, 만세, 만만세 부르며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특히 그의 팬들이 인상적으로 수밖에 없는 부분은 곡과 마지막 모두 스토리의 내용을 형상화하였다는 것입니다. 곡이 일제강점기 지식인이 걸어가야 슬픈 길이었다면, 마지막 곡은 해방을 통해 새롭게 열린 희망의 길이었습니다.

 

길병민이 형상화된 희망을 노래하는 것은 마치 자신의 미래를 들려주는 듯한 착각을 갖게 합니다. 국제적으로 많은 공쿠르 우승으로 인정을 받은 그가 국내에서는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팬텀싱어3 통해 국내 활동을 시작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길이 열리고 있는 시점에서문이 열린다, 길이 열린다라고 노래할 그를 사랑하는 이들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같은 생각이 들면서 환희에 젖는 것입니다.

 

희망의 길을 향한 노래가 끝난 뒤에, 그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허리 숙여 인사를 하였습니다. 다른 성악가들이 인사를 때도 관객들과 함께 박수를 쳐주는 예의바른 태도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곡가와 극본 작가가 등장하여 서로 인사를 나누었는데, 오병희 작곡가는 길병민과 악수를 하면서 든든한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감사와 사랑의 표현을 하였습니다.

 

긴다리로 모델처럼 뚜벅뚜벅 걸어 퇴장하던 길병민은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환하게 웃어주어 환호성을 쏘아올리게 하였습니다. 점잖은 공연이지만, 관객들은 기쁨을 참지 못하고 아이돌 가수에게 환호하듯이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쉬운 공연이 그렇게 끝난 관객들의 호응에 의해 앵콜 공연을 하였는데, 이후 팬텀싱어3 갈라콘서트 일정이 바빠 앵콜곡에는 길병민이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지휘자는 길병민의 이름을 불렀고, 관객들은 놀라 환호성과 박수를 쳤습니다. 다시 등장하는 그는 이전보다 훨씬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성큼성큼 걸어들어왔고, 관객들은 기쁨의 환호를 보냈습니다.

 

 

오병희 작곡가의 다른 칸타타 <동방의 > 나오는 <아리랑> 선곡해 불렀는데, 이전에 우리가 알던 아리랑과는 다른 우아한 아름다움이 빛을 발했습니다. 부드럽고 잔잔한 선율이지만 외유내강의 민족 정서를 표현하듯 속에 강함을 담아 팔을 활짝 펴고 열창하는 모습은 참으로 뛰어난 월드클래스 국가대표만이 표현할 있는 고급스러운 감성이었습니다.

 

www.youtube.com/watch?v=bsfWUTRbsyk

일반적으로 아리랑은 구슬픈 한을 담기 마련인데, 곡은 모두 마음이 되어서 세상을 향해 흘러넘쳐가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우리가 나누는 마음

온 세상에 넘쳐 흘러가리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곡의 가사는 길병민이 팬텀싱어3 통해서 보여주었듯이 동료들을 사랑하고 마음이 되어 서로에게 진심을 전하자는 삶의 모토와도 어울려서 새로운 길병민표 아리랑으로 다시 태어나 많은 팬들은내가 들어본 아리랑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라고 입을 모아 칭찬하였습니다.

 

그의 바쁜 일정 때문에 걱정하는 팬들에게 깜짝 앵콜곡 무대까지 선사한 그는 곡을 마치면서 감회가 새로운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하지만 곡이 끝나고 지휘자와 악수를 때부터 밝은 웃음을 웃었고, 1, 2, 왼쪽, 오른쪽 관객석을 골고루 돌아보며 눈을 맞추며 환한 웃음을 웃어주었습니다.

 

 

그를 실제로 이들은 유난히 하얀 피부 때문에 앳되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앳되어 보이는 데는 밝은 웃음이 한몫 합니다. 선천적으로 상대방의 눈을 맞추면서 상큼하게 웃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린 아기 때부터 심지어 예방주사를 맞으러 가서도 의사와 눈을 마주치며 활짝 웃어서 주사 놓기가 미안해지는 그런 아기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활짝 웃으며 자란 사람들은 타인들과 소통을 잘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사랑을 많이 받는 특징이 있습니다. 길병민은 그런 웃음을 타고난 같습니다. 그의 환한 웃음을 보는 이들은 자연히 따라 웃으며 미소를 짓게 되고 마음이 녹아 그를 사랑하게 되는 같습니다.

 

국내에 자신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조국의 해방을 노래하는 광복절 무대에 대표 성악가로 자리가 남다른 의미로 그의 인생에 남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합창단원들과 한번 희망의 노래 <항해> 부르면서 피날레를 장식하였습니다. 이때는영원하라 소절을 넣어 길병민의 강렬한 목소리로영원하라, 영원하라 반복하며 곡의 웅대함을 한층 고조시켰습니다.

 

이렇게 국내 팬들을 향한 국가대표 성악가 길병민의 번째 무대가 끝났습니다. 무대는 팬텀싱어3 코로나 때문에 관객 없이 치러졌고, 비현실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그의 존재가 마치 소문처럼 떠도는 시점에 실제로 팬들 앞에 나타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방송 음향의 문제 때문에 제대로 전해지지 못하는 경우 종종 있어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며 실제 목소리를 듣고 싶어했고, 그가 알려지기 이전에 그의 공연을 보았던 이들에 의해 떠도는 반드시 길병민의 노래 직접 가서 들어야 한다” “실제로 보면 방송보다 훨씬 잘생겼다” “아내의 등쌀에 떠밀려 어쩔 없이 공연을 보게 남편마저도 감동받아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목소리라는 등의 문을 눈과 귀로 확인시켜 무대였습니다.

 

노래를 부르기 이전에 외모만으로도 이미 관객을 감동시키는 비주얼, 부드러우나 강한 외유내강의 절제된 표현력, 웅장한 곡을 때는 장군처럼 전체를 아우르 치고 나가는 엄청난 성량 등으로 가득 채워진 축복받은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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