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민 콩쿠르 참가곡 <오, 나의 애틋한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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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일상생활

길병민 콩쿠르 참가곡 <오, 나의 애틋한 사랑이여>

by 브린니 2020. 8. 13.

노래하는 이는 노랫말에 감정을 담아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마련입니다. 같은 노래라도 자기만의 해석과 상상력이 풍부하게 담겨 있을 , 듣는 사람들이 감동을 받는 같습니다.

 

길병민이 부르는 <, 나의 애틋한 사랑이여 O del mio dolce ardor>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노래 뒤편에 담긴 스토리가 영화처럼 펼쳐지는 장대함을 봅니다. 그는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음유시인처럼 보이기도 하고, 노랫말의 주인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곡은 2019년 제16회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 참가한 곡입니다.

 

<오, 나의 애틋한 사랑이여>를 부르는 길병민

 

오스트리아 작곡가 글룩(Gluck) 오페라 <파리데와 엘레나Paride ed Elena> 에서 파리데의 아리아인 곡의 가사는 이렇습니다.

 

오, 나의 애틋한 사랑

그리운 이여

 

그리운 이여

그대가 호흡하는 그 공기를

나도 마신다오

 

결국

나도 호흡한다오

 

내가 어디를 보고 어디로 향하든

내겐 사랑하는 그대의 모습만 아련히 그려진다오

 

나의 생각은 더할 수 없이 행복하다 주장하지만

 

내 가슴 가득 채우고픈 열망에서

난 그대를 찾고 그대를 부르고

 

그대만 바라보다가

한숨 짓는다오

 

아아

오, 나의 애틋한 사랑

그리운 이여

 

그리운 이여

그대가 호흡하는 그 공기를

나도 마신다오

 

결국, 결국

나도 호흡한다오

 

언뜻 보기에는 아름다운 사랑 노래 같지만, 슬픔이 가득 담긴 목소리와 눈물이 어리어 붉게 물든 눈동자를 보고 있자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리도 아프게 사랑을 노래하는가 궁금해집니다.

 

 

게다가 노랫말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생각은 더없이 행복하다고 주장하는데, 사랑하는 이를 보며 한숨을 짓는가? 그리운 그대가 호흡하는 공기를 함께 호흡하는데, 그리도 아프게결국, 결국호흡한다고 말하는가?

 

 

글룩의 3 오페라 하나인 <파리데와 엘레나> 최근에는 거의 공연되지 않고, 노래만 여러 성악가에 의해서 많이 불려집니다. 남자 주인공인 파리데의 아리아인데도 노래가 워낙 아름다워서 여러 여성 성악가들이 즐겨 부르곤 합니다.

 

파리데와 엘레나라는 이름은 사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파리스와 헬레네 뜻합니다. 트로이의 목마로 알려진 트로이 전쟁의 화근이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바로 오페라의 내용입니다.

 

트로이의 파리스 왕자가 스파르타의 왕비인 헬레네를 사랑하여 트로이로 데려오는 바람에 스파르타와 트로이는 10년간 전쟁을 벌였고, 결국 트로이가 멸망하게 됩니다.

 

사실 나라의 파멸을 몰고 파리스 왕자의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는 그의 출생 시부터 예언되었습니다. 파리스 왕자가 태어날 무렵 그의 어머니가 꿈에서 횃불을 낳았는데, 불이 트로이 성에 옮겨 붙었다고 합니다.

 

꿈은 태어날 아이가 장차 트로이의 멸망을 불러올 것을 예언한 거라 여겨 출생 즉시 죽여야 했으나 어머니는 차마 죽일 없어 산에 버리게 했고, 아기를 목동들이 발견해 키웠습니다. 파리스는 자랄수록 준수하고 용맹한 청년이 되어 도둑으로부터 가축을 지켰습니다.

 

파리스의 아버지인 프리아모스 왕은 태어나자마자 파리스가 죽었다고 여기고 아들을 불쌍히 여기는 장례 경기를 열었는데, 하인들에게 경기의 우승자에게 상으로 좋은 황소를 가져오라고 명령했고, 하인들은 공교롭게도 파리스가 돌보던 가축 중에서 가장 아끼던 황소를 가져갑니다.

 

사실을 파리스는 경기에 참가하여 자기 형제인 왕자들을 모두 꺾고 우승을 합니다. 이에 화가 형제들이 그를 죽이려하자 제우스의 제단으로 피하며 여사제 카산드라에게 어려서 자기가 버려졌을 입었던 옷을 보여주어 자신의 신분을 증명합니다. 프리아모스 왕은 어려서 죽은 알았던 아들이 살아오자 기뻐하며 왕자로서 합당한 지위를 줍니다.

 

얼마 신들의 잔치에서 아테나, 헤라, 아프로디테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다툼이 벌어졌고, 제우스는 파리스에게 판정을 겼습니다. 여신은 이기기 위해서 파리스에게 각각 선물을 약속하는데, 헤라는 제국 전체를 얻는 권력을 주겠다고 했고, 아테나는 싸움에서 필요한 지혜와 승리를 주겠다고 했으며,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인 헬레네의 사랑을 얻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헬레네 제우스가 백조로 변신하여 네메시스 혹은 레다와 결합하여 낳은 알이 부화하여 태어났다고도 전해지고, 다른 전승으로는 여신 아프로디테의 딸이라고도 전해집니다.

 

헬레네는 너무 아름다워서 구혼자가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는데, 그리스의 왕자란 왕자는 대부분 나섰다 합니다. 그들 사람을 선택하면 다른 이들이 불만을 품어 전쟁이 나지 않을까 두려 정도여서 헬레네는 가장 강한 나라 스파르타의 메넬라오스를 택해 결혼했습니다.

 

헬레네는 당대 모든 남자들이 흠모하는 여성이었기에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주었고,  약속의 선물을 얻기 위해 스파르타로 갑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스파르타의 메넬라오스는 파리스를 환대하는데, 마침 가야만 장례식이 있어 궁을 비우게 되고, 손닙 접대를 왕비인 헬레네가 맡게 되어 파리스와 헬레네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헬레네는 파리스의 준수한 용모와 동방적인 화려함, 그리고 그의 수호신인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사랑에 빠집니다. 헬레네는 남편이 오기 전에 가능한 모든 보물을 끌어모아 파리스와 함께 야반도주합니다.

 

사람이 트로이로 가는 길에는 순풍이 불어서 사흘만에 트로이로 갔다는 설도 있고, 폭풍에 밀려 다른 곳을 전전했다는 설도 있고, 메넬라오스의 추적이 두려워 다른 곳에서 상당 기간 머물렀다는 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가설들에는 한결같이 헬레네가 파리스의 곁에 함께 있었다고 전합니다.

 

파리스와 함께 헬레네를 보고 여사제 카산드라는 불길한 예언을 하지만, 파리스는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헬레네는 파리스와 함께 살았고 그의 아내로 여겨졌습니다.

 

이에 분노한 스파르타와 10 동안이나 전쟁을 계속 하면서 트로이 사람 중에는 그녀 때문이라고 미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전쟁은 출생시부터 운명처럼 파리스에게 지워진 신의 뜻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그녀에게 대해주기도 다고 합니.

 

파리스와 헬레네의 이야기를 담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는 트로이 인들을 돕기 위해 헬레네 성벽에서 스파르타 인들 주요 인물을 손가락으로 지목해 주기도, 목마 옆에서 스파르타 용사들의 아내 목소리를 흉내내어 안에 있던 용사들을 끌어내려고 하기도 합니다.

 

헬레네의 입장에서 스파르타인들은 자신의 동포이며, 혈연의 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파리스에 대한 사랑 때문에 트로이인들을 도우려했지만, 트로이인들은 그녀를 불신하여, 헬레네는 끊임없이 위협을 당합니다. 결국 예언은 그대로 이루어져 트로이는 멸망하였고 파리스는 독화살에 맞아 죽게 됩니다.

 

서사의 비극을 가득 담은 길병민의 목소리는 참으로 처절하고 애틋합니다. 이제결국, 결국이라고 아프게 읊조리는 소절의 의미가 명확해집니다. 모든 비극의 예언을 받았으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아픔이 절절합니다.

 

파리스는 태어날 때부터 사랑 때문에 조국을 멸망시키는 운명을 타고났고, 거부하려 하여도 거부할 없는 그리움 때문에 한숨을 짓는 것입니다.

 

 

어디를 어디로 향하든 오직 그리운 이의 모습만 아련히 그려질 , 아무리 머릿속으로 나는 행복하다고 주장해 보아도 가슴 가득 그리운 이를 찾고 부르는 열망을 이길 없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그녀가 쉬는 그곳으로 향하고 그녀와 같은 공기로 호흡하며 그녀에게 구애하고 맙니다. “결국, 결국그녀와 함께 하는 선택을 하고 맙니다.

 

목숨을 사랑 이야기들은 많아도 나라의 운명을 사랑 이야기의 무게감은 다릅니다. 그렇게 길병민의 가슴이 무겁게 노래를 토하고 있는지, 그리도 슬프게 읊조리는지 조금은 같습니다.

 

 

감상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연주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www.youtube.com/watch?v=kdHfJ27DY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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