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는 본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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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자녀교육

모성애는 본능일까

by 브린니 2020. 5. 23.

모성애란 아기를 낳은 여자가 갖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통념이다.

 

하지만 최근에 젊은 여성들 중에는 모성애가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며, 학습되거나 강요당한 감정일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현대 여성은 원치 않은 임신으로 아이를 낳아 자신의 사회적 경력까지 다 포기하고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경험을 하면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아이를 낳을 것인가, 사회적 경력을 쌓으며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는 여성의 삶에서 대단히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어떠한 이유에서건 아이를 낳은 경우, 그리고 그 아이를 키워야 하는 경우 여성이 자신을 스스로 지키고 견디며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일까? 어쩌면 아이에 대한 사랑, 즉 모성애는 여성이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때 극대화될지 모른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유,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이를 사랑하며, 이 아이를 아름답게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이유만큼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한 여성에게 큰 의미를 주는 것은 없다.

 

물론 아이는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과연 그렇기만 할까? 여성은, 혹은 남성도, 아이를 임신했을 때 혹시나 이 아이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일말의 걱정을 갖게 된다.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잘못을 저지른 경우, 걱정스러운 성적 경험을 하게 된 경우, 혹시라도 아이에게 잘못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남모르게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양심이란 스스로에게 형벌을 내리는 법이라서 자신의 이런저런 잘못된 행동들과 성적 경험들이 잘못된 아이가 태어나는 형벌로서 자신의 인생에 되돌아오지는 않을지 두려움을 갖게 한다. 정상적으로 아이가 태어나서 청소년기까지 잘 자라다가 어떤 병에 걸릴 경우에도 그 부모는 자신의 죄가 아이에게 전가된 것이 아닌가 두려워하기도 한다.

 

이런 심판이나 형벌의 느낌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생각해보면, 아마도 생명이 주는 경이감에서 오는 신적 느낌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성적인 행위가 한 사람을 탄생케 한다는 이 어이없고 놀라운 현상 앞에서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삶에 대해 공손히 두 손을 모으게 하는 경외감을 느끼는 것이다.

 


자녀 양육이라면 벌벌 떠는 이유가 무엇인가? 자식 농사가 인생에서 커다란 성패를 좌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흔히 대학입시의 결과를 두고도 부모는 양육자로서의 자신에 대해 평가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녀의 삶은 곧 부모의 삶이 어땠는지를 평가받는 하나의 심판대이다.

 

어린 갓난아기를 앞에 두고 엄마는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그저 쌕쌕 잠든 아기를 앞에 두고도 마치 신의 심판대 앞에 선 것처럼 두렵다. 수능 시험을 보러 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마치 자신이 인생의 심판대에 서서 저울질을 당하는 것마냥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거대한 힘 앞에 두려워 떤다.

 

새 생명을 지니고 태어난 아이를 만나는 것은 신을 만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앞에 겸허해지고 그 앞에 자신을 돌아보게 되며, 그 앞에서 죄의 심판을 느끼고 그 앞에서 자신의 마음이 몽땅 털리는 것을 느낀다.

 

그것을 모성애라고 부른다면 불러도 좋다. 이런 측면에서 모성애는 어떤 변명과 이기심으로도 피할 수 없는 신적 체험(출산)을 겪은 인간이 어쩔 수 없이 가지는 자기 비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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