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셰이머스 히니 <성 프란체스코와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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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명시 산책] 셰이머스 히니 <성 프란체스코와 새들>

by 브린니 2020. 8. 3.

성 프란체스코와 새들

 

 

프란체스코가 사랑을 새들에게 설교할 때,

새들은 귀담아듣고, 날개 퍼덕이고, 전속력으로 날아올라

푸른 하늘 속으로 들어갔다 단어 떼처럼

재미로 그의 입술에서 풀려난 단어 떼처럼.

 

그러다가 한 바퀴 돌아와, 그의 머리 주변을 씽씽 돌고,

한 발끝으로 돌았다 수사의 어깨 망토 위에서.

날개 춤추었다. 순전한 기쁨을 위해 놀고

노래 불렀다. 이미지들처럼 비상했다.

그것은 프란체스코가 지은 최고의 시였다.

 

그의 논법은 진실했고, 그의 어조는 가벼웠다.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북아일랜드, 1939-2013) *1995년 노벨문학상 수상

 

【산책】

시는 자연을 노래하고, 자연과 이야기한다.

시는 자연을 시 속에 들어오게 하고, 시 속에서 뛰놀게 한다.

 

솔거는 그림으로 새들을 불러 들였고,

자크 프레베르는 새장을 그려놓고, 새가 찾아 들게 했다.

 

새들을 프란체스크의 설교 단어처럼 사랑을 노래했다.

새들은 성자의 입술에서 나와서 사람들의 귀로 들어갔다.

 

새들은 사랑의 언어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속으로 파고들어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고 사랑으로 물들였다.

 

새들은 어디든 날아갈 수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듯이.

 

프란체스코의 새들은 단어의 이미지를 만들고, 의미를 그렸다.

가볍게 비상하고, 조용히 내려앉았다.

 

새들이 그리는 언어의 향연은 세상을 빛으로 타오르게 한다.

생명과 사랑의 빛으로.

 

성자의 고귀한 입술과 거룩한 삶의 행위들은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깊은 시의 향취로서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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