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셰이머스 히니 <풀무>
본문 바로가기
독서 리뷰

[명시 산책] 셰이머스 히니 <풀무>

by 브린니 2020. 7. 31.

풀무

 

 

내가 아는 것은 어둠으로 들어가는 문뿐이다.

바깥은, 낡은 굴대와 쇠테 들 녹슬고 ;

안에는, 망치로 두들긴 모루의 짧은 음정 울림.

불티들이 이루는 예측할 수 없는 공작비둘기 부채 꼬리

혹은 새 마구리쇠 하나 물속에서 단단해지는 쉿 소리.

모루는 한가운데 어딘가 분명 있다,

외뿔들소처럼 뿔나고, 일거에 네모져,

놓여 있다 거기 부동으로 : 제단이다

거기서 그가 모양과 음악으로 자신을 써버리는.

어떤 때는, 가죽 앞치마 두르고 코 속에 코털,

그가 봇돌에 온몸을 기댄다, 생각해낸다 달그락 소리

발굽들의, 교통이 열 지어 번쩍번쩍하는 곳의 ;

이제 투덜대고 들어간다. 문 닫는 쾅 소리 홱 소리와 함께

들어가 진짜 쇠를 두들겨 펴낸다. 풀무를 작동시킨다.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북아일랜드, 1939-2013) *1995년 노벨문학상 수상

 

 

【산책】

어둠으로 들어가는 문으로 들어가

불을 피우고 쇠를 두드린다.

불은 수천 도, 풀무.

처음에는 어둠인데 나중엔 불꽃이다.

 

벌겋게 달아오른 쇠를 두들기다 다시 불속으로 밀어넣는다.

그다음엔 물에 식힌다.

꺼내서 다시 두드린다.

 

불이 튀어나가는 소리.

물에 지지는 소리.

불과 물이 튀고 볶는 소리, 소리들.

 

풀무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뜨거움을 간직한 채 고요하게 타오른다.

 

쇠를 다루는 남자의 몸이 불타오른다.

몸이 불에 타 가루로 날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몸은 모양과 음악으로 단단하다.

 

수천 도의 불로 타오르는 풀무는 어둠으로 들어가는 문을 통과해야만 볼 수 있다.

쇠를 단련하는 그 모든 일정은 어둠을 통과해야만 얻을 수 있는 고통의 작업이다.

 

모든 단단한 것들은 어둠과 불을 두드리는 소리를 지나야 드러난다.

새벽이 밤의 긴 터널을 지나 어렴풋한 빛으로 태어나듯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