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본문 바로가기
독서 리뷰

[명시 산책]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by 브린니 2020. 7. 29.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간다

왜 이렇게도 생각이 나는 걸까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는 것이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을 잡고 마주 보자

우리의 팔로 된 다리 아래로

영원한 눈빛에 지친

파도가 지나가는 동안에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사랑은 흘러간다 여기 흐르는 물처럼

사랑은 흘러간다

인생이 느리듯이

희망이 강렬하듯이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날이 지나고 주가 지나면

흘러간 시간도

사랑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기욤 아폴리네르 Guillaume Apollinaire (프랑스, 1880-1918)

 

【산책】

센 강에는 많은 다리가 있다.

퐁네프 다리(Pont neuf) : 레오 카락스의 영화 <퐁네프의 연인>의 다리. 시테섬을 연결, 400년 역사.

생 미셸 다리(Pont Saint-Michel) : 소르본 대학이 있는 예술가의 거리를 잇는 다리.

솔페리노교( passerelle Solférino) : 오르세 미술관을 잇는 다리.

퐁데자르 다리(Pont des arts) : 예술의 다리로 카뮈, 사르트르, 랭보 등이 찾음. 보행자 전용 다리.

미라보 다리 (Le Pont Mirabeau) : 철제로 건축. 현대풍의 건물들 사이에 위치.

비라켕 다리(비르 아켐교, Pont de Bir-Hakeim) :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서 주인공들이 처음 만난 첫 장면을 찍음.

이에나 다리(Pont d'Iéna) : 에펠탑과 샤요 궁전(Palais de Chaillot) 사이를 가로지르는 다리.

알마교(Pont de l'Alma) : 1856년 나폴레옹 3세 때 크림전쟁승리 기념 건립.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 다리 밑 지하도 교통사고 사망. 다리 초입 레지스탕스 기념 불꽃 모양의 동상 최근 다이애나 추모비로 이용.

 

예전엔 강을 건네주는 뱃사공이 있었다.

한강의 북쪽과 남쪽도 뱃사공이 실어다 주었다.

 

다리는 문명의 진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에겐 다리가 무너진 경험이 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리 위에서 강물 아래로 떨어지려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사연들이 있다.

 

혜은이가 부른 제3한강교라는 노래가 있다.

 

강물은 흘러갑니다 제 3 한강교 밑을

바다로 쉬지 않고 바다로 흘러만 갑니다

 

강물은 흘러간다.

한 번 발을 담근 강물에 두 번 담글 수 없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간다

 

강물이 흐르듯 세월이 흐르고 그리고 사랑도 흘러간다

강물은 바다로 흐르고

세월은 내일로 흐르는데

사랑은 흘러서 어디로 가는가.

 

강에 있는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강물과 함께 흘러가는 사랑을 막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랑이 멈추는 곳을 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흘러가는 사랑을 담아놓는 곳.

 

사랑을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사랑과 낭만과 추억과 감정은 흘러가는 것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