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셰이머스 히니 <어떤 도시 교회의 가난한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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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명시 산책] 셰이머스 히니 <어떤 도시 교회의 가난한 여자들>

by 브린니 2020. 7. 30.

어떤 도시 교회의 가난한 여자들

 

 

작은 양초가 녹아 빛을 낸다.

대리석에 깜빡임, 되비치는 것은 선명한

별표들, 놋쇠 촛대 위의 :

오른쪽 성모 제단은,

파란 불꽃들이 심지 위에서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가루반죽 얼굴의 늙은 여인들이 검은 숄을

직선으로 드리우고 무릎 꿇은 회중석.

차가운 노란색 촛불―혀들, 파란 불꽃이

점잔 빼고 희룽거린다 속삭인 부름은

날개 달고 거룩한 예수 이름에 오르는데.

 

이렇게 매일 성소에서

그들이 무릎 꿇는다. 황금 사당들, 제단 자수 편물,

대리석 기둥과 서늘한 그림자들이

그들을 고요케 한다. 어두침침해서 찾아낼 수가 없다

그들의 밀랍 이마 위 주름의 자취를.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북아일랜드, 1939-2013) *1995년 노벨문학상 수상

 

 

【산책】

고요한 여인들을 만나고 싶다.

성소에서 무릎을 꿇고 고요하게 기도하는 여인들.

 

아무런 행사도 없이

밥을 짓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사람들에게 억지웃음을 지으며 안내원 노릇을 하지도 않고

그저 검은 숄을 두른 채

침묵에 빠져드는 여인들.

 

제단의 푸른빛과 창을 넘는 노란빛

주홍빛 벽등

빛들을 가리는 기둥의 그림자

사이로

세월의 늙음을 그대로 간직한 여인들의 뺨.

 

영혼의 충만이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얼굴

서늘하지만 따스한 눈빛

주름의 길을 흐르는 헌신과 사랑.

 

예수의 십자가 아래서 울던 여인들

예수의 무덤에 새벽에 찾아갔던 여인들

그리고 부활한 예수를 처음 만난 여인.

 

그 여인들의 딸들, 딸들의 딸들

나이든 주님의 딸들이 성전 아래 무릎 꿇고

주님의 은총을 바라며 기도하고 있다.

 

주 예수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고요한 여인들을 보기 어려운 시대,

촛불처럼 거대한 불을 숨겼으나 혀를 놀리지 않고,

어떤 교회의 가난한 여인들이 깊은 희생과 사랑으로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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