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민 <마중> : 젊은 천재의 하무뭇한 그리움
본문 바로가기
슬기로운 일상생활

길병민 <마중> : 젊은 천재의 하무뭇한 그리움

by 브린니 2020. 7. 24.

허림 , 윤학준 작곡의 창작가곡 <마중> 많은 성악가들이 즐겨 불렀지만, 가장 많은 이들이 유투브나 포털사이트를 통해 찾아들은 목소리는 베이스-바리톤 길병민의 <마중>입니다.

 

사뭇 인생의 깊은 통찰과 감성을 담은 가곡을 이십대의 젊은 청년이 불렀을 ,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시를 허림 시인은 강원도 홍천 내면의 깊은 오막에서 호젓하게 살아가며, 산과 들과 강의 품에서 안분지족의 마음으로 따뜻하고 푸근한 시들을 길어올리고 있습니다.

 

시를 서울 한복판에서 나고 자라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세계 각국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젊은 성악 천재가 어떤 마음으로 불렀기에 듣는 이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최근 팬텀싱어3 출연한 이후 종종 짤막한 인터뷰를 하면서 그가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단초를 찾아볼 있었습니다.

 

<마중> 노랫말은 이렇습니다.

 

사랑이 너무 멀어 올 수 없다면 내가 갈게

말 한마디 그리운 저녁 얼굴 마주하고 앉아

그대 꿈 가만가만 들어주고 내 사랑 들려주며

그립다는 것은 오래전 잃어버린 향기가 아닐까

사는 게 무언지 하무뭇하니 그리워지는 날에는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

 

길병민은 노래를 서울대학교 졸업연주회에서 불렀는데, 수석졸업이었기 때문에 노래를 있는 기회가 생겨 노래를 선곡했다고 합니다.

www.youtube.com/watch?v=bqOyuW7rWdE

 

노래를 선곡할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것을 보면, 연륜이 있는 성악가들이 이미 많이 불렀고, 가사의 감성이 젊은 길병민에게 그닥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 <마중> 길병민의 주요 레퍼토리 하나가 되었고, 여러 버전으로 <마중> 부르는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많은 이들에게 전파되었습니다.

 

겨우 스물 살의 나이에 대학 졸업연주회에서사는 무언지라고 노래한다는 것은, 삶이 결코 순탄치 않았음을 표현합니다.

 

<마중>을 부르는 길병민

 

이미 여러 매체에서 알려졌듯이 길병민은 혹독한 변성기를 거치면서 아예 목소리가 나오는 심각한 지경에서 다시 목소리를 되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신을 고독 속에 몰아넣으면서 처절하게 노력하였다고 합니다.

 

자신의 실수도 누군가의 음해도 아닌, 불가항력적인 운명의 돌멩이에 맞아 신음하는 일이 도대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알지 못한 , 일어날 필요 없었던 고통을 뚫고 나가야만 하는 억울한 시간들에 대한 분노와 탄식이 마디의 노래로 이렇게 흘러나옵니다. “사는 무언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때는 항상 웃는 표정으로 밝게 관계를 맺는 길병민이지만, 사실 시절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시들은 침울하고 처절하고 구구절절한 시들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힘겨운 노력은 결실을 맺어 베이스를 공부하기 시작한 이듬부터 국제 콩쿠르를 휩쓸고 뚤루즈 콩쿠르에서는 최연소 베이스 우승자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얻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질투가 정도로 빠른 성장입니다. 그는 우리 나이로 겨우 23세였고, 베이스로는 겨우 살이었습니다.

 

길병민 자신은 각고의 노력이 있었기에 자신은 천재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다른 성악가들도 나름대로의 고충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길병민의 빠른 우승 경력은 천재가 아니고서는 설명될 없는 것입니다.

 

성공은 환희와 행복, 만족감과 자긍심이라는 흡족함을 주지만, 성공을 향해 걸어왔던 고독한 시간들에 대한 기억들 한편으로 헛헛한 아픔을 줍니다.

 

그는 혼자서 국제 콩쿠르에 나가는 일이 참으로 고독하다고 말합니다. 연습실에 들어가면 각박해지고 잘하는 부분보다 실수한 부분에 대한 질타가 크기 때문에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하고 수련한다고 합니다.

 

수련이라는 말이 주는 고독감이 가득합니다. 행복하게 노래하고 싶다는 그의 소망과는 달리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 순위를 매기는 콩쿠르에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은 그를 거의 닦는 수준의 수련으로까지 몰고 가는 같습니다.

 

고독한 길들에서 우승 트로피를 연이어 흡족히 거머쥔 그는 이제 사람 냄새 나는 행복한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열망과 그리움에 사로잡힌 아닌가 싶습니다.

 

<마중> 노래 가사에서 가장 절정을 이루는 부분은 바로하무뭇하니 그리워지는 날에는 아닐까 싶습니다. ‘하무뭇하다 말은마음에 흡족하여 만족스럽다 뜻이라고 합니다.

 

흡족하고 만족스럽게 그립다는 것은, 시를 지은 허림 시인에게는 산과 강에 묻혀 사는 안분지족의 속에서 문득 찾아오는 그리운 벗에 대한 감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각고의 노력 끝에 승리를 거둔 길병민에게는 다른 의미의 흡족하고 만족스러운 그리움일 것입니다. 혹독했던 지난날의 보상에 대한 흡족함과 만족함, 그러나 행복하게 노래하고 싶었던 오래전 꿈에 대한 그리움들이 졸업을 앞둔 그에게 노래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그는 이즈음에 어썸이라는 크로스오버 그룹의 일원이 되어 팀으로서 함께 즐겁게 노래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는 어썸의 일원들을 삼형제라고 불렀습니다. 노래의 가사처럼 삼형제가얼굴 마주하고 앉아 그대 가만가만 들어주고 사랑 들려주며그렇게 함께 하고 싶었지만 순탄치 않았고 결국 팀은 해체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영국 로열 오페라단의 일원이 되어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지만, 국제적 성악가로서의 삶은 화려하고 자랑스러운 것일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고독한 삶의 연장선상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져 멀리 타국에서 오로지 무대를 위해서 살아가는 삶은 그의 표현으로살아남기 가깝습니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훌륭한 성악가가 평생 독신으로 살아가거나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기에 주로 호텔에서 지내며 떠돌이처럼 외로운 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그가 팬텀싱어3 오디션 공고를 보고 로열 오페라단에 사표를 던졌던 결단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있습니다.

 

그러나 팬텀싱어3 나타난 그의 모습에 성악을 전공한 출연자들은 의아함을 감출 없었습니다. 베이스 연주자는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네가 여기 있어?”라고 대뜸 물었습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길병민은 가진 천재였고, 굳이 팬텀싱어에까지 나타나 우승을 사냥할 필요가 있는지 불만을 가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마음을 대변해 단도직입으로 질문을 던진 사람은 심사위원 김이나였습니다. “나는 역시 이번에도 우승이구만, 하고 도로 영국으로 가버리시는 아니에요?” 질문에 길병민은 망울 촉촉해지면서 목이 메어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은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 팬텀싱어 무대에 진심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무대 경험이 많은 그가 질문에 눈물이 나도록 떨리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 질문이 그를 바라보는 동료 출연자들의 시선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출연자들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린 축에 속했습니다.

 

선배 성악가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그토록 가지길 원했던 모든 것을 가진 길병민이 화려한 오페라단을 내던지고 여기까지 나타나 경쟁 무대에서 자신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 불편했을 것입니다.

 

질문에 구구절절, 자신이 것들은 타고난 재능 때문이 아니었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노력하고 성장해서 얻은 것이었고, 무대 역시 진심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을 해야 하는 그는 목이 메일 만큼 고독한 것입니다. 마음의 진심이 왜곡되지 않기를, 그래서 따뜻하게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팬텀싱어가 끝난 지금, 3위에 머물렀지만 그는 이제살아남기 아니라 “살아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가 꾸린 레떼아모르 일원들은 누구 하나 그의 모습과 다르지 않게 바르고 선한 이미지로 알콩달콩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가 원했던얼굴 마주하고 앉아 그대 가만가만 들어주고 사랑 들려주며서로에게 꽃이 되어 마중하고 있어줄 팀을 드디어 그가 만난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마중>을 부르는 길병민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의 최종 꿈은 오페라 가수를 넘어 엔터테이너가 되는 것이며, 롤모델은 강호동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래식 분야에서 성장해온 그가 예능인 강호동을 꼽은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재롱둥이로 살고 싶은지를 보여줍니다.

 

길병민, 그는 혹독한 클래식 세계에서 살아남기를 통해 획을 그은 , 어쩌면 다시 어린 시절 라디오 하나 들고 사람들 앞에 나아가 노래하며 함께 웃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지도 모릅니다. 그에게 시절의 행복한 추억은잃어버린 향기 되어 지금도그리운것인지 모릅니다.

 

어릴 형이 다니던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 앞에 나가 조성모의 <아시나요> 불러 놀던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최초의 공연이었다는 그가 꿈꾸는 것은, 아마도 그렇게 우리 가까이에서 노래하고 웃고 즐기고 머리 쓰다듬으며 사랑을 나누는 행복한 노래꾼이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클래식 세계의 어른들은 그가 오페라단에 사표를 제출했을 심히 걱정다고 합니다. 그를 응원하는 많은 팬들 중에도 내심 걱정 사람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단지 실력만으로 겨루는 곳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들이 많이 작용하는 복잡하고 치열한 다른 정글입니다. 그곳에서 길병민의 순수한 꿈이 과연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있을지 걱정되는 것도 현실입니다.

 

최근 스포츠 스타들이 예능에 출연하여 인기를 끌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 역시 스포츠 스타로서 화려했던 모습과는 달리 예능 특유의 망가지는 이미지로 희화화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길병민이 팬텀싱어 노래방에서 나훈아의사랑 부를 역시 많은 웃음을 주기는 했지만, 낮은 점수로 인해 한편에서는 그게 노래 실력이 아니냐는 말도 되는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길병민 특유의 고급스럽고 우아한 매력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조금은 색이 바래지 않을까, 스포츠도 아니고 클래식 분야에서 진출하여 과연 어디까지 살아남을 있을까, 하지만 혹시 이것이 새로운 역사가 되어 우리 대중음악 시장에 바람을 불어넣고 새로운 고급 예능을 탄생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여러 가지 염려와 기대가 엇갈립니다.

 

길병민이 리더를 맡고 있는 레떼아모르는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기 위해 안무까지 연습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보여준 진실함과 믿음직한 성실성과 귀여운 예능감이 한껏 피기를 기대해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