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봄, 놀라서 뒷걸음질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혁명
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
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
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진은영
【산책】
자기만의 사전을 하나씩 만들면 좋지 않을까.
아무도 정의 내리지 않는 단어를 나만의 언어로 붙잡아 두는 일.
지금 첫 장을 써보자.
사랑
인생
행복
일단 세 개만.
좋고 아름다운 단어들로만 7개를 채우자.
나쁜 것은 그 다음에.
또 그 다음에.
다음다음에.
다음, 다음, 다음으로 미루자.
결코 볼 수 없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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