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장석남 <별의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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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명시 산책] 장석남 <별의 감옥>

by 브린니 2020. 7. 23.

별의 감옥

 

 

저 입술을 깨물며 빛나는 별

새벽 거리를 저미는 저 별

녹아 마음에 스미다가

파르르 떨리면

나는 이미 감옥을 한 채 삼켰구나

 

유일한 문밖인 저 별

 

                                                   ―장석남

 

 

【산책】

도시에선 이제 별을 보기가 어렵다.

별을 보기 위해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조차 드물다.

 

어느 시골 마을에 우연히 들렀다가 밤을 지새우게 될 때 비로소 문득 하늘을 보다 만나는 별, 별의 무더기.

우주는 짙푸르고, 깊고, 아득하다.

 

누군가는 말했다. 인간은 지구에 충실해야 한다고.

어느 전문가는 말했다. 지구에 22세기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별이 아무리 영롱하게 빛난다고 한들 지구가 그 빛을 받아먹을 수 없다면.

하늘이 검어지고, 대지가 불붙고, 바다가 뜨거워지고 있다.

별들의 빛은 지구에 도달하지 못하고 공중에서 되돌아갈 것이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지구에 충실해야 한다.

지구가 계속 빛나게 해주어야 한다.

 

시인들이 별을 노래하는 일이 지속될 수 있도록.

미래가 지속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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