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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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by 브린니 2020. 5. 27.

흔히 독서모임을 하면 밀란 쿤데라의 <참을 없는 존재의 가벼움> 대해서 이야기를 , 이런 물음을 던집니다. ‘참을 없는 존재 가벼움이냐? 참을 없는존재의 가벼움이냐?

 

만약 전자라면 속에서 어떤 인물이 참을 없을 만큼 가벼운 인물이어야 것입니다. 만약 후자라면 일반적인 인간 존재가 너무나 가벼워서 참을 없다는 철학적 사변이 나와야 것입니다.

 

논쟁에 대해 해결도 보지 못한 흔히 독서모임의 주체들은 이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물 중에서 토마시와 사비나는 가볍게 살았다. 그러나 테레자는 무겁게 살기를 원했다.

 

그러나 나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물론 토마시는 아들마저 내팽개친 자유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수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하면서 어떤 책임있는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사비나 역시 남자들과 에로틱한 우정만을 추구할 사랑이라는 무거운 의미를 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테레자는 토마시와의 관계가 세상에 오직 사람만이 가질 있는 의미있는 것이 되기를 원하기에 일견 무겁게 살기를 원했다는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삶이 투쟁이었다는 점에서 누구의 삶도 가볍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토마시와 사비나, 테레자 모두 키치에 대항하여 전투적으로 살아갑니다.

 

키치란저속한 뜻하며, ‘천박하거나 대중적인 취미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작가는 우리 일반에 키치라는 개념을 적용시킵니다.

 

우리가 숭고하고 거룩하다고 믿는 종교적 관념조차 그것이 본래의 치열한 추구와는 달리 대중적인 마디의 억압적 규례로 남아 있을 경우 그것은 키치입니다. 어떠한 근거나 옳고 그름의 판단도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따르도록 강요되고, 그것에 일말의 저항도 못하고 그대로 따르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저 키치의 삶을 살고 있을 뿐입니다.

 

작가는 우리 사회 속에 자리잡은 키치들 중에서 종교와 도덕, 사회질서를 유지시키는 가지 관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저속한 키치들과의 전투에 주인공들을 배치시킵니다.

 

토마스에게 있어 사람의 몸을 가르는 수술 행위나 금지된 여성과의 성행위는 일종의 신성모독입니다. 기독교적 가치관에 대항하는 과학의 행위이며, 일부일처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기독교 윤리에 대한 저항입니다.

 

사비나에게 있어 에로틱한 우정 이상의 깊이를 거부하는 이유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에 대한 저항입니다. 남자에게 예속된 여성의 삶이야말로 저항해야 키치입니다. 때로 남자에게 자신을 내맡기는 안정감과 행복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사비나는 마음을 내칩니다.

 

테레사에게 있어 키치는 여성이란 결국 남자의 야수성에 의해 꺾인 꽃과 같으며 일단 꺾이고 나면 지긋지긋한 결혼생활 속에서 견디며 살아야 뿐이라는 어머니의 삶입니다. 테레사는 어머니와 같이 살지 않기 위해 고결하고 품위있는 진정한 사랑을 꿈꿉니다. 사랑을 얻기 위한 테레사의 노력은 눈물겹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들 누가 과연 가벼운 삶을 살고 있을까요? 그들이 바라보는 인간 존재는 가벼운 키치 속에서 살아가기에 참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를 억압하지만, 그것이 옳다고 믿게 만드는 수많은 키치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깨어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키치와의 전쟁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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