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풍
인터넷을 대충 훑고
벽화마을이라는 델 갔다
골목마다 화가들이 예쁘게 그려놨을 거란 기대와 달리
조잡한 그림들 몇 점
허물어져 가는 담벼락에 칠해 있었다
건물도 낡고, 그림도 희미했다.
일요일 오후 장터가 열리는 듯 마는 듯
천막을 치고 장사를 하는 듯 마는 듯
장터를 살리려고 벽화도 그리고
벽화마을이라고 선전도 하고 그랬나 보았다
장터엔 파는 사람도 노인
사는 사람도 노인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 모두 어르신들뿐.
장터 한 구석에서 막거리를 마시며 떠드는 분들도 모두.
눈이 빠지게 찾아도 괜찮은 벽화하나 없고,
그냥 가자니 아쉬워
열 켤레 만원하는 양말꾸러미를 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는
나는 왜 할머니 할아버지 분위기를 못 참을까
나도 늙을 텐데, 자책한다.
걱정 마.
그분들은 이미 거기 계셔.
우리가 그쪽으로 가는 게 아니거든.
우리는 스타벅스와 함께 늙어가는 거야.
오호, 스타벅스도 늙는구나.
우린 모던하게 늙어가는 거네.
늙고, 낡고, 허물어져 가는 것들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볼 때 아름답다.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비켜가고 싶다
오래된 이야기는 ‘응답하라’면 족하다
도시 풍으로
절고 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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