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도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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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도시풍

by 브린니 2020. 7. 8.

도시풍

 

 

인터넷을 대충 훑고

벽화마을이라는 델 갔다

골목마다 화가들이 예쁘게 그려놨을 거란 기대와 달리

조잡한 그림들 몇 점

허물어져 가는 담벼락에 칠해 있었다

 

건물도 낡고, 그림도 희미했다.

일요일 오후 장터가 열리는 듯 마는 듯

천막을 치고 장사를 하는 듯 마는 듯

장터를 살리려고 벽화도 그리고

벽화마을이라고 선전도 하고 그랬나 보았다

 

장터엔 파는 사람도 노인

사는 사람도 노인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 모두 어르신들뿐.

 

장터 한 구석에서 막거리를 마시며 떠드는 분들도 모두.

 

눈이 빠지게 찾아도 괜찮은 벽화하나 없고,

그냥 가자니 아쉬워

열 켤레 만원하는 양말꾸러미를 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는

나는 왜 할머니 할아버지 분위기를 못 참을까

나도 늙을 텐데, 자책한다.

 

걱정 마.

그분들은 이미 거기 계셔.

우리가 그쪽으로 가는 게 아니거든.

우리는 스타벅스와 함께 늙어가는 거야.

 

오호, 스타벅스도 늙는구나.

우린 모던하게 늙어가는 거네.

 

늙고, 낡고, 허물어져 가는 것들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볼 때 아름답다.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비켜가고 싶다

 

오래된 이야기는 ‘응답하라’면 족하다

도시 풍으로

절고 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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