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마른 꽃잎
도서관에서 빌린 시집
40쪽에
누군가
들꽃을 끼워놓았다
꽃 두 송이
곱게 말라서
이제는 부서질 듯 아슬아슬
꽃잎이 갈라지고
떨어져 나갈 듯
누군가의 마음이 아스라이
매달려 있다
왜 도서관의 책에 꽃을 넣어둔 것일까
다른 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 다닌 시집
거기에 자기 마음을 꽂아
건너고, 넘어
누구에게 닿기를 원했던 것일까
마른 꽃이 수 년 뒤 용케 피어나면
자기 손에 되돌아 오리라 믿었던 걸까
그때까지 꽃이 살아서
향기를 내고 벌과 나비를 꾀고
사람 마음을 끌어당기고
품고
어울리기를 바란 것일까
그가 꽃을 바친 사람은 시를 쓰는 사람이었을까
죽은 사람이었을까
혹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위하여
꽃잎
그리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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