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노동자는 언제 휴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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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노동자는 언제 휴식하는가

by 브린니 2020. 7. 7.

노동자는 언제 휴식하는가

 

 

6시 30분, 간단한 도시락 가방을 들고

노동자가 출근을 한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지나

버스정류장 앞에 멈춘다

 

71번 버스, 30년 동안

번호가 몇 번 바뀌었지만 노선은 거기서 거기다

그는 같은 시간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같은 시간에 돌아온다

 

7시 40분, 회사 정문에 내려 출근부 체크를 하고 공장문을 연다

기계에 전원을 넣고 시운전을 한다

생산라인의 컨베이어 벨트가 잘 돌아가는지

텅 빈 공장 안을 돌며 꼼꼼히 체크한다

젊을 땐 위험한 일도 많이 했었지만

지금은 공장문을 열고 닫는 일이 전부다

월급은 잘 나가던 30대 중반보다 반으로 줄었다

 

점심에는 고구마와 달걀 하나씩

퀴노아를 넣은 미숫가루와 방울토마토를 먹는다

혼자 탕비실에서.

외국인 노동자들 1공장과 2공장 사이 벤치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그를 보고 인사한다 서로 각자 나라 말로 격려한다

그게 전부다

회사 전체를 한 바퀴 돈다

 

산책도 일이 된다

오후에도 공장의 기계들은 잘 돌고

성능 좋은 기계가 들어올수록

숙련공들이 나간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기계들의 세상을

늙은 노동자가 끈다

모두 휴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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