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우울한 연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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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우울한 연애의 기록

by 브린니 2020. 6. 29.

우울한 연애의 기록

 

 

2020년 8월 스무살 청춘 무작정

두 번째 연애에 뛰어들고

전염병을 피해 먼 도시로 피난한다

좀비 촉수를 지닌 바이러스는 불길하게 진화한다

키스보다 여러 갈래로 침투해 세포를 파괴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극장에서 코미디 영화를 보고

걸어본 적 없는 거리를 걷고

숲이 푸른 언덕을 오른다

한 번도 입은 적 없는 지역상표 옷을 사고

동네 미용실에 들러 퍼머를 하고

서로를 보며 웃는다

미친듯이

돼지불백과 냉면을 먹고

깨끗한 물로 증류한 소주로 입가심을 한다

벌써 취기가 오르는가

저녁놀이 붉게 타오른다

덩그러니 널찍한 민박집 방

누군가에게는 처음이었을 사랑을 한다

미친듯이

세상은 깡그리 병들었다 허튼소리를 하고

세상이 병들었는데 왜 사람이 아픈 것이냐

죽느냐 사느냐 정답은 뭐냐

낄낄거리며 나자빠진다

미친듯이

외박도 남자친구도 허락 못받은 여자애를 위해

서둘러 버스를 타고 각자의 도시로 헤어진다

그들이 떠난 뒤 바이러스 청정 마을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그러나 세상은 미친듯이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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