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이나 성에서 나가 너희 발의 먼지를 떨어버리라

*평신도 성경 묵상은 평신도에 의한 평신도를 위한 묵상입니다. 화석화된 동어 반복의 신학적 용어들은 때때로 우리 삶의 부조리한 고통을 위로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실제적인 깨달음과 설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나눔을 하기 원합니다.

 

 

또 그 집에 들어가면서 평안하기를 빌라 그 집이 이에 합당하면 너희 빈 평안이 거기 임할 것이요 만일 합당하지 아니하면 그 평안이 너희에게 돌아올 것이니라 누구든지 너희를 영접하지도 아니하고 너희 말을 듣지도 아니하거든 그 집이나 성에서 나가 너희 발의 먼지를 떨어버리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심판 날에 소돔과 고모라 땅이 그 성보다 견디기 쉬우리라 (마태복음 10장 12절~15절)

 

이 말씀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성령을 부으시고 병든 자를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리며 귀신을 쫓아내고 천국 복음을 전파하라고 보내실 때 하신 말씀입니다.

 

돈 한 푼 가지지 말고, 두 벌 옷도 가지지 말고, 지팡이도 없이 전도 여행을 떠난 그들이 머물 만한 집을 발견하여 들어갈 때는 평안을 빌라 하십니다.

 

그 평안을 받을 만한 집이면 평안이 임할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그 빈 평안이 너희에게 돌아올 거라는 말씀은, 이대로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고 자유하게 해줍니다.

 

일상생활에서 예수님을 전하고 상대방과 그 가정에 주님의 평화가 임하기를 기도해 준다 해도 그 결과를 보기는 매우 힘듭니다.

 

많은 이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기도 하고, 채 열매가 맺어지기도 전에 이런저런 일들로 서로 헤어져 지내게 되는 경우도 많아서, 기도하고 전한 말씀이 열매를 맺었는지, 그 사람의 가정에 정말 주의 평안이 임했는지 우리 눈으로 확인하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이 말씀을 통해서 우리는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부담으로부터 자유하고 책임감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말씀은 시편 35편 13절에 다윗이 원수가 병들었을 때 그들을 위해 기도했으나 그 기도가 그들에게는 이루어지지 않고 다시 자기 품으로 돌아왔다고 노래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빌어준 평안과 축복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반드시 누군가에게 전달된다는 믿음은 족장시대로부터 전해진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입에서 말해진 축복은 그 자체가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서 결코 사라지지 않고 역동적으로 움직여 그 축복이 성취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활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족장시대 때부터 전해진 믿음이라 하지만, 우리는 현재 자연계의 연구 보고를 통해서도 축복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축복의 말을 많이 해준 식물이 잘 자라며, 심지어 물의 입자마저도 축복의 말을 들었을 때 아름다운 파장을 만들고, 음식 또한 예쁜 말을 해주었을 때 잘 상하지 않는다는 실험을 많이 보았습니다.

 

말로 세상을 창조하신 창조주의 입김으로 생령을 얻은 우리 역시 말의 힘을 무시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어지는 말씀을 보면 예수님은 누구든지 제자들을 영접지 않고 말을 듣지 않으면 그 집을 나와서 발의 먼지를 떨어버리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 역시 거절당하고 상처를 받은 우리의 마음을 자유케 해줍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이방인의 문물뿐 아니라 먼지까지도 부정한 것으로 보아서 이방인 지역에 갔다가 유대 땅으로 돌아올 때는 반드시 발에서 먼지를 떨어버렸다고 합니다.

 

이방인에게까지 구원의 길을 열어 주신 예수님이 이런 편견을 가지고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방인처럼 취급하라고 말씀하셨을 리는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팔아넘긴 유다마저 “그는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나았다”라면서 안타까워하신 분이니까요.

 

더구나 아직 복음을 거절한 상대방의 인생이 남아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먼지를 떨어버리는 마음의 자세가 어때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뿌린 나의 복음의 씨앗이 비록 짓밟히고 싹이 나지 않더라도 나와 같은 이들이 끊임없이 뿌림으로 언젠가는, 그의 인생이 끝나기 전 언젠가는 주님을 영접할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망을 가져야 합니다.

 

다만 전도자의 발에 묻은 먼지는 불결한 이방인의 먼지가 아니라 거절당한 아픔의 먼지일 뿐입니다. 그것으로 인하여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먼지를 털고, 그를 위해서는 앞의 말씀과 같이 평안을 빌어주어야 합니다.

 

그가 받을 만하든지 그렇지 않든지 빌어준 평안은 반드시 살아서 그에게든 전도자에게는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끝까지 거부한 사람은 심판날에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지 모르나 그러한 판단은 주님께서 하실 일이요, 우리는 그저 아픔의 먼지를 털고 그가 언젠가는 주님의 축복을 받게 되기를 빌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이 매우 교만하게 보일 때는 대체로 선민의식 때문에 타인을 낮게 본다는 느낌을 줄 때입니다.

 

자신은 선택받은 자이고 하나님의 자녀로서 먹을 것, 입을 것을 걱정하지 않으며, 그런 걱정은 이방인들이나 하는 거라며, 세상 근심에 쌓인 자를 믿음 없는 이방인으로 치부하며, 그들을 소돔과 고모라 백성인 것처럼, 이미 지옥에 갈 자들인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은 비기독교인들을 매우 불쾌하게 만듭니다.

 

복음을 전하다가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저 사람은 선택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거절당한 기분을 합리화하며 돌아서는 것 역시 잘못된 선민의식의 발로입니다.

 

반대로 교회에 다니면서도 비기독교인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할 만큼 좋지 않은 행동을 하는 교인에 대해서 “그래도 저 사람도 택한 백성이잖아.”라는 식으로 감싸고 도는 것 역시 잘못된 선민의식의 표현입니다.

 

택한 백성은 어떻게든 하나님이 인도하실 것이고, 택함 받지 못한 백성은 성실하고 진실하게 살아도 이방인에 불과하다는 태도 역시 반성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각 인간 존재의 가능성에 대한 여지는 반드시 열어 두어야 하고, 최종적 심판 또한 하나님의 일이며,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사랑으로 축복하고 어떠한 선입견도 갖지 않는 것입니다.

 

관계 속에서 때때로 받는 상처는 순수하게 내 선에서 나를 깨끗게 하기 위해 털어내는 것으로 끝내야지, 상대방에 대한 판단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나에게 잘못한 사람을 위해서도 축복해 줄 수 있는, 예수님을 닮은 그리스도인이 오늘도 들꽃처럼 가득 피어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