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성경 묵상은 평신도에 의한 평신도를 위한 묵상입니다. 화석화된 동어 반복의 신학적 용어들은 때때로 우리 삶의 부조리한 고통을 위로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실제적인 깨달음과 설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나눔을 하기 원합니다.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 (마태복음 10장 16절)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성령의 능력을 주시고 전도를 위해 내보내실 때 하신 말씀입니다. 그들이 핍박받을 것을 아신 예수님은 이리 가운데로 보내는 양처럼 안타까워하시면서 이렇게 당부하십니다.
하지만 많은 순수한 그리스도인들이 “뱀 같이” 지혜로우라는 말에 대해서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흔히 뱀은 사단, 마귀로 지칭되기 때문에 심리적인 거부감이 있고, 교활하고 속이는 자로 여겨지기 때문에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 것입니다.
이 말은 예수님 말씀이기 이전에 고대 근동 지역에 내려오던 속담이었습니다. 뱀은 간교하고 신중한 동물로 여겨져서 애굽인들의 상형문자판을 보면 뱀이 지혜의 상징으로 나타납니다.
예수님이 이 속담을 사용하여 제자들에게 뱀처럼 지혜로우라고 말씀하신 것은 신중한 분별력을 가지고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라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뱀은 징그러운 짐승이지만 자기가 처한 위험 속에서 아주 능란하고 신속하게 빠져나가는 기묘한 동물이며, 이런 면에서는 당할 동물이 없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이리 가운데로 나아가는 양처럼 위험 가운데로 나아가는 제자들에게 적들의 계교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중함을 지니라고 말씀하십니다.
누군가가 위험한 상황 앞에서 신중함을 보일 때,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우유부단하고 겁이 많은 모습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믿음으로 결단한다고 할 때, 용기있게 나서는 모습이 은혜롭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위험이 따르더라도 모든 것을 걸고 믿음으로 나간다는 말을 들으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진짜 믿음의 용기로 나아가는 것인지 ‘하나님 빽’ 믿고 나아가는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기드온은 하나님의 명령을 직접 듣고도 양털에 이슬이 맺히는지 마르는지를 가지고 신중하게 정말 하나님의 뜻이 그러한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습니다.
때로 목사님들이 교회 개척을 했다가 크게 빚을 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경제적 타격을 준 후에야 “제가 폭주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말을 듣습니다.
또 ‘하나님 빽’ 믿고 성적이 안 되는데도 가고 싶은 대학이나 직장에 원서를 넣는다든가, 준비가 부족한데도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그것이 정말 하나님의 뜻대로 믿음의 용기를 낸 것인가, 자신의 열정으로 폭주한 것인가, 심장은 뜨겁되 머리는 냉정하고 차갑게,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결정한 것인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한 신실한 목사님이 사회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통찰력있게 잘 이해하고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잘 내다보자 장로님들이 그 목사님에 대해서 칭송하면서 신실한 믿음이 있어서 하나님이 예언의 기름까지 부으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목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은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신문을 들고 세상을 신중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뱀처럼 지혜로우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가려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꼼꼼히 들여다보아야 하고, 그러다보면 앞으로 어떻게 세상이 흘러갈지 예측하여 오늘 내가 무엇을 하며 대비할지 알게 됩니다.”
먼저 문을 두드리는 자에게 문이 열리는 것처럼, 우리가 지혜를 얻고자 찾고 구할 때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십니다.
때로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긴다고 하면서 실제적으로 지혜를 구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신실한 그리스도인 가정에 태어난 지 6개월밖에 안 된 아기의 한쪽 신장에 혹이 있는 것이 발견되어 큰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한쪽 신장에만 혹이 있다고 했는데, 수술 후에 양쪽 신장이 다 망가져 투석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투석을 계속하면 목숨을 부지할 수는 있었지만, 병원에서 언제 퇴원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고, 이식할 수 있는 신장이 나올 때까지 엄청난 병원비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온 집안이 난리가 났습니다. 일가친척이 모두 교회의 장로, 권사, 집사들이었기에 함께 눈물로 기도하며 아기를 살려달라고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수개월이 지나도록 아이는 병원에서 누워 살았고 앞날을 알 수 없었습니다.
보다 못한 며느리가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의료사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며느리는 믿지 않는 집에서 시집을 와서 이 독실한 기독교인 가정에서 찬밥 신세였습니다.
찾아본 결과 의료사고를 밝히려면 병원 의료기록을 복사해 두어야 하는데, 그것을 복사할 수 있는 기한이 정해져 있었고, 이제 며칠이 지나면 그 기한이 지나서 의료기록을 복사할 수 있는 권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며느리는 깜짝 놀라 허둥지둥 집안사람들에게 알렸고, 의료과실을 밝힐 수 있는 기한이 며칠밖에 안 남았다는 것을 알고 얼른 병원에 기록을 복사해 달라고 요청하고, 법조인에게 의료사고인지 아닌지 밝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렇게 환자 가족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자 병원 측에서는 그제야 자신들의 과실을 인정하고 모든 병원비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신장 이식 수술에 대한 보장과 보상 금액을 정했습니다.
만약 믿음 없는 집에서 온 찬밥 신세 며느리가 인터넷을 뒤져 알아보지 않았다면, 엄청난 병원비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며 미래의 치료에 대한 보장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많은 예배와 기도를 드린다고 해서 뱀처럼 지혜로워지지는 않습니다. 뱀처럼 지혜로워지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밝게 눈과 귀를 열고 부지런히 우리 삶에 관련된 일들을 찾고 연구하고 생각하고, 위험에서 벗어날 길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그 방법이 교활해서는 안 됩니다. 그 방법이 하나님의 길에서 벗어난 것인지 아닌지 늘 깨어 기도하면서 열심히 손을 놀리고 발로 뛰며 찾고 찾고 또 찾아야 합니다.
찾고 구하는 자에게 길을 열어주시는 분이 하나님임을 기억하며 애쓰고 노력하는 자에게 뱀 같은 지혜가 부어집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또한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길을 찾고 구하다보면 세상의 방법들이 훨씬 빠르고 쉽고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 방법들을 만나면서 우리는 하나님의 길을 동시에 가지고 가야 합니다. 그래서 바삐 뛰면서 하늘을 바라보고 애써 노력하면서도 주님의 이름을 불러야 합니다.
열심히 예배하고 기도한다고 하면서도 지혜롭지 못하여 무디고 어리석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삶으로 비기독교인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오히려 비기독교인들이 볼 때 기독교인들은 존경할 만하게 지혜롭고 믿을 수 있게 순결하다는 칭송을 듣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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