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세상에서
그는 세상에서 세 가지를 좋아했었네
저녁 예배 때 찬송, 하얀 공작들
그리고 아메리카의 낡은 지도를 좋아했었지.
그는 아이들이 우는 것을 싫어했고,
나무딸기 차와
여자의 히스테리를 싫어했었지.
…… 그런데 나는 그의 아내였었네.
―안나 안드레예브나 마흐마또바 (러시아 1889-1966)
【산책】
한 남자가 있다.
경건하고, 우아하고, 먼 나라 여행을 꿈꾸는.
한 남자가 있다.
짜증을 잘 내고, 차보다는 커피나 술을 좋아하고, 여자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남자라면 사랑하고 싶은가?
이 남자와 함께 살 수 있는가?
그런데 한 여자가 있다.
이 남자가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 남자가 싫어하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결정적으로 이 남자 자체를 잘 알고 있다.
아마도 사랑했으며
아마도 결혼했으며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그 남자의 아내였었던.
그 남자가 죽었는지,
그 남자와 헤어졌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혼자 남은 여자가 있다.
그 여자가 그 남자를 기억하는 방식은 아주 사소하지만 정확하다.
그 남자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서 그 남자가 어떠하리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 남자는 말끔한 신사이고, 귀족풍의 남자다.
그러나 그는 작고,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여성적인 것들을 혐오한다.
전근대적인,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남성상.
그 남자의 잘못은 아니겠지만 왠지 현대엔 맞지 않는 남자다.
그러나 그 남자를 사랑하고 아내로 살던 여자는……?
이 시대에 아직 많은 여성들은 이런 남자를 애인으로 남편으로 두고 있다.
이것을 비극이라고 부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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