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 너머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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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江, 너머 저편

by 브린니 2020. 5. 24.

죽은 새들이 날아와 앉는다

강 저편으로부터

 

썩은 바람이 분다

강은 모든 것을 나누고

나머지를 데려온다

늙고 삭고 버려진 것들

 

강 건너 저편을 무엇이라고 부르는가

 

흰 나비 떼들이 떨어진다

하늘 중턱으로부터

낙원에 도달하기 전 새하얗게

발에 밟힌다

발은 맨발이어야 한다

나비 비늘로 분칠하고 순결해지는 사람들

그들의 신체에서 발이 가장 환하다

 

졸음이 온다 미래가 온다

한 번도 꿈꾼 적 없는 과거가 착색된다

꿈에서 나는 솔로몬 왕이다

생시에는 고치 속 벌레다

배춧잎에 매달려 0.1mm를 달린다

 

강 건너 저편

새, 바람과 나비

알 수 없는 것들과 만난다

사람의 몸은 더 깊은 잠에 든다

잠의 폭력에 생을 박탈당한다

 

게으른 자가 빈손으로 죽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새가 되어 날아오르는 것은 상서로운 일이다

그들만이 강 한복판에서 두 번 죽을 수 있다

춤이 끝난다

 

강, 너머 저편

새들이 버리고 떠난 곳

0과 1 사이

텅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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