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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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묵상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by 브린니 2020. 6. 16.

*평신도 성경 묵상은 평신도에 의한 평신도를 위한 묵상입니다. 화석화된 동어 반복의 신학적 용어들은 때때로 우리 삶의 부조리한 고통을 위로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실제적인 깨달음과 설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나눔을 하기 원합니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고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 (마태복음 5장 22절)

 

율법은 살인을 벌하지만, 예수님은 살인 이전에 속에서 들끓는 분노부터 다루십니다. 매우 우리를 옥죄는 말씀처럼 느껴집니다. 도대체 분노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 말씀을 잘 들여다보면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장면이 보이고, 그 장면을 보면 예수님의 말씀이 이해가 됩니다.

 

여기에서 ‘지옥불’은 ‘게엔나 투 퓌로스’로 문자적으로는 ‘불 붙은 게엔나’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히브리어로 ‘게힌놈’ 즉 힌놈의 골짜기라는 말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골짜기는 예루살렘 남쪽에 있는데, 이방신 몰록(Moloch)에게 인신 제사를 드린 곳이라고 합니다. 사람을 불태우는 제사는 하나님이 금지하신 것이었기에 요시아 왕이 이 의식을 폐지할 때 이 골짜기를 각종 더러운 것과 죄인의 시체를 버리는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요시아 왕 시대 이후부터 1세기까지도 이 골짜기는 쓰레기를 쌓아두는 곳이었고, 그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와 불로 꽉 찬 곳이었다고 합니다. 이 골짜기는 그 모습 그대로 심판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라가’라는 말은 ‘텅 비고 무가치하고 우둔하며 어리석고 멍청하다’는 뜻입니다. 상대방의 인격을 매우 경멸한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일종의 욕이었습니다.

 

‘미련한 놈(모레)’이라는 말은 ‘라가’와 거의 같은 뜻으로, 헬라어로는 ‘어리석다’를 의미하지만, 히브리어로는 ‘도덕적 배신, 반란, 악’을 의미합니다.

 

신학자 부르스(Bruce)는 이 두 말에 대해서 ‘라가’는 ‘어리석은 놈’이라는 뜻으로 그 지적 수준이 아주 저급하다는 뜻이고, ‘미련한 놈’은 ‘추악한 녀석’이라는 뜻으로 그 인격과 마음이 아주 천박하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형제’는 피를 나눈 실제 혈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타인을 뜻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노하면 심판을 받게 된다고 할 때, 이 심판은 우리의 내면의 문제를 다루므로 실제 재판이 아니라 하나님의 법정을 뜻합니다.

 

또 그런 의미에서 형제에게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된다는 것도 실제 산헤드린 공회라기보다는 하나님의 법정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렇게 하나님의 재판, 하나님의 법정에서 보면 형제에게 대하여 분노하고 라가라 말하는 사람은 몰록의 제사를 드리는 것과 같기 때문에 몰록에게 제사를 드리던 게힌놈으로 가는 것과 같습니다.

 

몰록의 제사는 인신제사인데, 특히 자녀 중 하나를 몰록의 불 사이로 걸어가게 함으로써 제사를 드린 잔인하고 참혹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보실 때 타인을 욕하고 인격 모독하는 것은 마치 몰록의 제사에서 자녀를 불 속에 던지는 것처럼 가증스러운 일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바보, 멍청이, 쓸모없는 놈’이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그의 인격이 가치가 없다는 것이며, 인간 쓰레기라는 것이므로, 요시아 왕이 몰록의 제사를 폐지하고 쓰레기장으로 만든 그 게힌놈 골짜기로 그를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자녀를 불 속에 던진 가증한 제사와 같은 것이며, 내가 욕하는 그 사람과 함께 나 자신을 그 골짜기로 던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불에 던져지는 자녀나 불에 던지는 부모나 모두 그 가증한 행위의 제물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오신 것은 우리가 모두 죄인이라는 고발장과 같은 것이기에, 죄인이 죄인을 ‘쓸모없는 놈’이라고 말하며 쓰레기장으로 던지는 모습이야말로 참으로 가관이라고 말씀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를 옥죄는 말씀이 아니라 우리를 겸손하게 하는 말씀입니다.

 

“네가 다른 사람을 욕하면 내가 너를 지옥불에 던질 거야.”라는 위협의 말씀이 아니라 “너희가 다른 사람을 욕하는 것은 몰록의 가증스런 제사를 지내는 것과 같고, 그 쓰레기장에서 그와 함께 너도 제물이 되는 거야. 그를 던질 때 너 자신도 던져지는 거야.”라고 일깨워주시는 말씀입니다.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이전에 나를 보호하시려는 이 말씀의 의도가 이 한 컷의 영화 같은 장면에서 깨달아집니다.

 

분노가 속에서 들끓을 때, 내 속에 몰록의 신상이 만들어진 것이 보입니다. 그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나를 화나게 한 사람을 욕하면서 집어던질 때, 사실은 나도 같이 집어던져져서 그 불길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모습 말입니다.

 

그 장면을 보여주시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친절한 사랑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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