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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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겨울 속의 봄

by 브린니 2024. 12. 29.

겨울 속의 봄


그 안에서 고양이처럼 앉아 있다 
책 읽는 고양이는 졸음에 겨워 하품을 한다 

억새풀로 울타리를 친 커피숍
직사각형 통창으로 
들이닥치는 겨울 태양은 막강하다

사람들은 말을 하기 위해 이곳에 온다 
타인으로부터 비밀을 토설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기꺼이 너에게 나를 드러내리라 
말은 언제나 존재를 초과한다 

결핍은 언제나 숨는다 
햇빛도 바람도 내면의 옷을 벗길 수 없다

모리스와 낭시를 읽지만
밝힐 수 없는 것을 마주할 수 없다

루이보스를 마시는 여자는 아름답다 
공유할 수 없는 죽음을 함께 살 만큼 서로 치명적이다 

도시의 끝에서 벼랑을 걷는 생은 눈에 띄게 늙었다 
읽지 못한 책들이 생의 두께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날 미래는 공백처럼 들어와 

겨울 사이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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