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행복한 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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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행복한 청소부

by 브린니 2022. 7. 3.

행복한 청소부

 

 

갑자기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잃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데

발 딛은 흔적조차 먹어치우고

길은 텅 빈 채 널브러져 있습니다.

어디가 미래를 향한 길인지 알 수 없어

몇 바퀴나 맴을 돌다 정신을 잃습니다.

허둥거리며 몇 걸음을 뗐을 뿐인데

몇 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나는 앞을 향해 몇 걸음 나아갔던 모양입니다.

어느 순간 전혀 다른 무엇을 하나 얻었습니다.

잃어버린 것들은 수없이 많아 다 셀 수 없지만

새로 얻은 것은 하나뿐이어서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

당신과 더불어 모든 것을 잃고, 오롯이 당신만 얻습니다.

통째로 다 잃어야 겨우 하나 얻는 것이 세상의 셈법인가요.

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이 사랑인가요.

오늘치 음악을 듣습니다.

이별의 노래, 슬픔의 연가, 죽음의 비가가 울립니다.

마음을 쓸고 일어서면 저녁 어스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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