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섬 - 두 사람의 집에서
케이크는 예뻤다
트러플 블루베리 치즈 무스는
보라색과 흰색 갈색이 층층 어울렸고
검정색 알갱이가 박혀 있었다
케이크는 빛깔처럼 맛있지 않았다
속았다는 느낌보다는
모든 걸 다 가질 수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돈이냐 사랑이냐를 선택해야만 할 것 같았다
돈이 많으면 사람이 딸려온다고들 한다
하지만
사랑은 옵션도 사은품도 아니지 않는가
사랑과 사람은 한끝 차이도 아니고 이웃사촌도 아니다
그들은 자주 배신한다
사람이 변하는 건지
사랑이 옮겨다니는지
어차피 인생이란 예측할 수 없는 미완성이다
맞은편 커플은 행복하다 속삭이며 입을 맞췄다
가을 단풍은 노랗고 붉게 창밖을 그려놓았다
나는 부러웠다
만끽할 수 있는 기쁨을 허락받은 신의 아이들이
커피와 노을과 비, 그리고 키스
혼자 책을 읽고 있던 중년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짧은 가을 저녁처럼 달아난
시간의 한쪽을 찾으려는 듯 눈빛이 흔들렸다
불안마저도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다행히 이 집 커피는 쓰고 깊고 어두운 심연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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