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투섬 - 두 사람의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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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투섬 - 두 사람의 집에서

by 브린니 2021. 10. 31.

투섬 - 두 사람의 집에서

 

 

케이크는 예뻤다

트러플 블루베리 치즈 무스는

보라색과 흰색 갈색이 층층 어울렸고

검정색 알갱이가 박혀 있었다

케이크는 빛깔처럼 맛있지 않았다

속았다는 느낌보다는

모든 걸 다 가질 수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돈이냐 사랑이냐를 선택해야만 할 것 같았다

돈이 많으면 사람이 딸려온다고들 한다

하지만

사랑은 옵션도 사은품도 아니지 않는가

사랑과 사람은 한끝 차이도 아니고 이웃사촌도 아니다

 

그들은 자주 배신한다

사람이 변하는 건지

사랑이 옮겨다니는지

어차피 인생이란 예측할 수 없는 미완성이다

 

맞은편 커플은 행복하다 속삭이며 입을 맞췄다

가을 단풍은 노랗고 붉게 창밖을 그려놓았다

나는 부러웠다

만끽할 수 있는 기쁨을 허락받은 신의 아이들이

커피와 노을과 비, 그리고 키스

 

혼자 책을 읽고 있던 중년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짧은 가을 저녁처럼 달아난

시간의 한쪽을 찾으려는 듯 눈빛이 흔들렸다

불안마저도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다행히 이 집 커피는 쓰고 깊고 어두운 심연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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