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생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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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생의 그늘

by 브린니 2021. 9. 4.

생의 그늘

 

 

주차장 그늘에 차를 세워두었는데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바람에

차는 가을 햇살에 무방비로 뜨거워지고 있었다

 

인생을 조금 편하게 살려는 의지는 늘

산산히 부서졌다

주말마다 책 읽으러 가는 카페는 일부러

출입구를 여러 개 만들어 놓아서

화장실 갈 때도 길을 잃는다

 

지구와 태양과 같은 무지막지한 존재가

개인의 삶과는 무관하다 싶어도

춥고 덥고 비 오고 바람 불고 눈 내리는

일상사에 속속들이 간섭한다

 

세상사 의미가 차고 넘치고

비통한 인생을 끌어안느라

오페라 보고 교향곡 듣지만

집안에서 벌어지는 날카로운 실내악엔

속수무책

 

사랑하면서 사는 일

참 녹록지 않고

 

아름다움이 생의 아픔에서 피어난다 

그늘에 스며들어 도리어

인생을 다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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