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그늘
주차장 그늘에 차를 세워두었는데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바람에
차는 가을 햇살에 무방비로 뜨거워지고 있었다
인생을 조금 편하게 살려는 의지는 늘
산산히 부서졌다
주말마다 책 읽으러 가는 카페는 일부러
출입구를 여러 개 만들어 놓아서
화장실 갈 때도 길을 잃는다
지구와 태양과 같은 무지막지한 존재가
개인의 삶과는 무관하다 싶어도
춥고 덥고 비 오고 바람 불고 눈 내리는
일상사에 속속들이 간섭한다
세상사 의미가 차고 넘치고
비통한 인생을 끌어안느라
오페라 보고 교향곡 듣지만
집안에서 벌어지는 날카로운 실내악엔
속수무책
사랑하면서 사는 일
참 녹록지 않고
아름다움이 생의 아픔에서 피어난다
그늘에 스며들어 도리어
인생을 다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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