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무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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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무더위

by 브린니 2021. 8. 24.

무더위

 

 

바람을 세 겹 썰어

이불을 누비네

옷소매 바짓가랑이 사이

어렴풋한 기억에도 밀어 넣네

 

머릿속을 휘젓다가

문득 발견하는 흔적 없는 상처

바람은 몸속 어디 숨은 마음을

바깥으로 데리고 오네

 

어린 시절 나는 찌는 날씨에 평상에 엎드려

땅에서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열기를 보면서

정신을 잃었네

 

수십 년이 지나 2021년 8월의 어느 일요일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카페 2층에서

나는 흑인소녀가 되어 물결 위를 날아다니네

 

바람은 죽음과 불멸을 반복하는 저녁을 연주하네

서늘하고 깊은 어둠을 갈망하지만

세상만사 불붙고 있네

산과 들과 강물과...

 

아, 바람이 불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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