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전성시대
이삼십대 중초반
누구나 인생의 전성기를 맞네
예술에 미치거나
민주투쟁에 복무하거나
사랑에 정신 못 차리거나
나이 들어 무엇이 되어 있을까
상관없이 인생을 즐기네
세월은 저만치 달아나
인생을 어두운 곳에 남겨두었네
청춘의 빛은 다른 곳에서 타오르고 있었네
내 손에는 찬란했던 불의 흔적뿐
지천명 지나 흐린 눈으로
아이다와 토스카
140년 된 어린 피카소를 만나네
과거는 망각 없이 귀환하네
저글 없는 더블링
인생이 승승장구 빛났더라면
다시 청춘을 만나는 게 어색하지 않을까
높은 의자에 앉아 옛 친구의 방문을 맞이한다면
나는 헐벗은 채 고향으로 가네
그림 그리던 고씨 형제
바이올린 켜는 집시들
지구멸망을 재던 측량사
시대에 저항하는 록큰롤 전사들
인생을 다시 살아보네
빈손이니까 겸손하게
왕의 갑옷을 벗고
오페라 극장 꼭대기에서
전람회 맨 뒷줄 차례를 기다리며
종착역이 임박한데
마음과 정신은 세상 푸르고
늙은 발을 끌면서
미래가 옛날을 반복하며
전성기를 맞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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