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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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서울

by 브린니 2021. 6. 7.

서울

 

 

몰락한 자들이 돌아온다

이름을 빼앗긴 자들이 귀환한다

신발을 잃어버린 자들도

 

이곳은 고향이 아니다

 

죽은 자들이 온다

두 번 죽기 위하여

늙은 자들이 오페라를 보러 온다

대성당 시대의 장엄과 호사를 기억하기 위하여

 

없는 자들이

없는 얼굴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 사이로 도래한다

유령들은 미래로부터 온다

 

냉동 보관된 시간의 한 토막이 떨어진다

침몰했던 사건이 드러난다

은폐된 죄책감이 민낯을 붉히고

욕망은 지성 앞에 무릎을 꿇는다

 

한때 추악한 범죄자들

참회하는 자들

용서 없는 고해를 반복하는 자들

삼손과 다윗과 요나답의 후예들

몰락한 이주자들 모두 호명을 기대하며

벗은 발로 문이 열리길 빈다

 

아무도 너를 부르지 않는다

초혼을 침묵이 덮는다

예외로 버려진 자들 한꺼번에 집결한다

계속되는 보복과 부관참시

존재가 없으니 새 사건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

 

멸망한 민족들이 신발 없이 떠밀려온다

아무도 고향이 없다

낯익은 곳으로 자꾸 돌아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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